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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화의 화식서식(話食書食) 미식의 나라 홍콩, Amber에 다녀오다
2016.02.15 | 조회 : 3,683 | 댓글 : 0 | 추천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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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가이드 다이어리알(diaryr.com) 대표 이윤화
음식을 테마로 여행하는 사람에게 여행지에서 가장 아깝지 않은 시간은 당연히 ‘먹는 시간’이다. 이런 여행자들은 ‘먹다 보니 여행이 끝나버렸네’라고 말할 대 가장 큰 만족을 느끼곤 한다.
파인다이닝에서 한끼 풀 코스로 즐기는 데 걸리는 시간은 최소 2.5시간에서 4시간 정도다. 물론 더 길어질 때도 있다. 일상의 한끼보다 길고 긴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났다면 무척 즐거운 식사였음에 틀림없을 것이다. 최소 둘 중 하나가 만족한다면 절대 지루하지 않다. 같이 식사하는 사람이 편하고 유쾌하던지 혹은 레스토랑(맛과 분위기 등 서비스 일체)이 정말 마음에 든다면 재미있는 영화 한 편에 몰입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느끼게 된다.
홍콩에서 소위 미슐랭 별도 획득해 인기가 있고 고가의 레스토랑으로 알려진 곳 중에 하나인 <Amber>에서 디너를 즐겼다. 3시간 반 이상의 식사시간이 결코 지루하지 않았던 것은 <Amber>의 음식이 별천지처럼 탁월했다기 보다는 <Amber>의 맛과 분위기를 같은 시각에서 논할 수 있는 식객의 친구들과 함께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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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ber>는 랜드마크 만다린 오리엔탈호텔 7층에 위치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 미슐랭 2스타 급으로 꽤 유명세를 타고 있는 레스토랑이다. 대부분의 파인다이닝이 그렇듯 <Amber> 또한 런치와 디너의 분위기가 천양지차다.
낮이 우아한 분위기라면 밤은 밖으로 시선을 잠시라도 줄 필요가 없을 정도로 어두운 조명이다. 오로지 레스토랑 내부에만 집중하게 만든다. 그래서 집중은 되나 음식이나 와인의 컬러를 제대로 감상하기엔 너무 어둡다. 술을 즐기기에는 어둡고 몽환적인 분위기가 제격일지 몰라도 공들인 음식을 좀 더 환하게 감상하며 먹고 싶은 건 나만의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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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gustation menu로 디너를 즐겼다.
빵과 함께 나오는 버터는 플레인과 소금이 들어간 것이 나온다. 탑 모양 버터도 있어 조금 웃기다는 생각이 잠시 들기도 했지만..
와인은 고급 레스토랑을 감안한다 해도 꽤 비싼 편이다. 또 요즘 글로벌 셰프들이 그러하듯 새로운 아이디어 창작을 한다면 일단 일식 식재료의 사용을 남발하곤 한다. 그래야만 멋있어 보이고 오리엔탈하게 연구한 것처럼 느껴지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이 점은 퓨전레스토랑인 <Amber>
에서도 여러 번 느꼈다.

아뮤즈부쉬(amuse bouches)
늦가을의 향연인가? 아니면 마른 겨울의 표현?
아뮤즈에 살짝 질투를 느낀다. 마른 솔방울 위에 올라간 고로켓, 버섯 마카롱, 커민튀일에 버섯 콩소메 속의 자왕무시(일식달걀찜)를 먹을 때에는 마치 백설공주가 되어 난장이가 사는 겨울 숲 속 만찬을 즐기는 기분이 든다.
역시 아뮤즈가 멋있어야 긴 코스를 시작할 고객을 제압할 수 있다는 것은 셰프는 아는 듯하다.

Ebisu winter oyster
With seaweed potato & raw shallots slaw
In tomato water cloud with chipolata ‘crumble’

Hokkaido sea urchin
In a lobster jell-O with cauliflower caviar & crispy seaweed waffles
시금치와 김이 들어간 와플(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부각)을 먼저 먹고 캐비어와 랍스터 젤리, 컬리플라워가 들어간 성게무스를 함께 먹는다.
이 요리는 <Amber>의 자신감을 나타내는 요리이기도 하며 오랫동안 시그니처로 자리잡았다.
캐비어 위에 금박까지 있으니 호사도 이런 호사가 없을 듯 하다. 이를 진주 스푼으로 먹는다.
보통 캐비어를 먹을 때는 금속 스푼을 사용하지 않는 것을 잘 지키고 있었다.
식감과 전체의 조화가 좋아 음식의 생명이 길게 갈 수 있는 듯 했다.

Parsley roots
Cooked in ash & salt
With shaved black winter truffle

Normandy scallops

Duck foie gras
Duck foie gras steamed with fondant daikon, radish & seaweed broth
프와그라찜이 래디쉬, 해초가 들어간 스프에 담겨있다.
이렇게 요리한 프와그라는 과연 어떤 맛일까? 하며 의아해 하던 첫인상을 반전시켰다.
프와그라 요리를 먹고 음식을 잘 한다는 것에 고개를 끄덕였다.

Line caught turbot
Salsify tagliatelle, Jerusalem artichoke puree

Miyazaki wagyu beef
Strip loin; oven roasted with dulse seaweed & red cabbage broth
미야자키산 와규 채끝살 스테이크와 해초, 적양배추 퓨레

French unpasteurized cheese
Matured by Bernard antony
인공 가공하지 않은 치즈 카트의 등장

Tasmanian cherries
Cherry liqueur sphere with cherry blossom tea granite

이 날 사용한 <Amber>의 커트러리들

한편, 서비스가 아주 흡족한 편은 아니었지만 외국인이고 단골이 아님을 감안했을 때, 훈련된 서비스의 퀄리티는 높은 편이었다. 예를 들어, 일행 중 한 명이 프와그라를 거의 먹지 않았더니 빠르게 다른 것으로 대체해주는 모습은 역시 프로의 한 일면이었다. 하지만 그저 매뉴얼화된 설명과 손놀림만으로는 고객의 마음까지 헤아리기에는 2% 부족한 아쉬움을 갖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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