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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화의 화식서식(話食書食) no farmers no party, 밀라노엑스포(milano expo)를 다녀오다
2015.08.25 | 조회 : 7,957 | 댓글 : 0 | 추천 : 0

식탁위에 오른 한 그릇의 음식을 더 이상 외형과 맛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 독특한 요리법을 사용하고 완성된 요리 자체의 수준을 높이기 위한 노력에서, 이제는 요리 원재료의 뿌리에 더 많은 관심이 몰리고 있다. 순간이 아니고 지속가능성(sustainable)을 이야기하는 것이 국내를 포함한 전 세계의 공통사가 되었고 한정된 지구 식량을 보존하기 위한 인류의 지혜를 오늘도 모이고 있다.
밀라노엑스포 한 건물 벽면에는 커다랗게 “NO FARMERS NO PARTY” 라는 문구가 쓰여 있고 그 아래 원산물을 재배하는 농부들의 모습이 있다. 이 캐치프레이즈 하나로도 엑스포가 대변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엑스포 참가국 145개국 중 독립국가관이 55개가 되니 상상했던 규모보다도 훨씬 컸다. 만일 내가 온갖 산해진미가 다 차려진 청나라 때의 만한전석(滿漢全席) 또는 피렌체 메디치가의 파티에 참석하게 된다면 가장 먼저 어떤 생각이 들까? 평소의 식탐대로! 어떠한 감격보다도 이곳에 나온 모든 음식을 다 먹어봐야지 하는 단순한 식욕이 불타올랐을 것이다. 하지만 곧 알게 된다. 소화해낼 수 있는 한 인간의 위는 한없이 작고 파티를 즐길 시간 또한 더없이 짧다는 것을.
정해진 일정 내에 엑스포에 참가한 모든 국가관을 본다는 것이 과한 욕심임은, 폭염의 무더운 야외전시장을 한 시간 남짓 걸어보고 바로 알게 되었다. 산해진미 앞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선별하기 시작하듯 엑스포 출전국에서 몇 개 국가 파빌리온(전시관)을 선택하여 방문하였다.

2015밀라노엑스포 방문은 지난 7월초에 이루어졌다. 엑스포(EXPO)는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축제´로 꼽히며 5년마다 열리는 문화올림픽이다. 세계 운동경기전이 그렇듯 엑스포 또한 나라별 경제와 문화 수준을 한 눈에 볼 수 있어 관광객 유치를 위한 각국의 홍보 경쟁이 뜨겁다. 올해의 밀라노 엑스포는 “지구 식량공급, 생명의 에너지(Feeding the planet, Energy for life)”라는 주제로 열렸다.
전 세계 각국의 음식의 특징과 맛을 볼 수 있는 레스토랑도 밀집해 있으니 그야말로 지구촌 푸드코트와 다름없다. 밀라노엑스포의 마스코트는 무, 배, 사과, 망고 등 11개의 과실 캐릭터가 하나의 가족처럼 구성되어 그룹의 중요성과 각각의 특성을 높이 평가하는 엑스포 정신의 상징이다. 물론 전시 비용도 대단하다.
밀라노엑스포는 30억 유로(약 4조3700억원)의 거액이 투자되었고 7만개의 일자리 창출과 2천만명이 넘는 방문객유치를 통해 총 440억 유로(약55조원)의 경제효과의 예상을 바라보며 아직도 진행 중에 있다. 엑스포장의 총면적은 100ha. 무지 넓어 걷고 또 걷고 관람객들의 여름날 대장정이 끝이 없다.


엑스포의 개최국 상징물이 된 “생명의 나무(Tree of Life)”는 이탈리아 파빌리온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이는 르네상스 시대에서 기원하고 있는데, 미켈란젤로의 깜삐돌리오 광장의 바닥을 뽑아 올린 것으로 바닥을 “들어올리고” 중심축에 대해 회전시켜 나무의 잎과 몸통을 표현해내어 보는 이들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감탄을 자아내게 유도하고 있다. 생명의 나무를 감상했다면 지금부터 한국관을 비롯한 여러나라의 파빌리온으로 여행을 떠나보도록 하자.
달항아리로 품은 발효의 역사
한국관

“한식, 미래를 향한 제안: 음식이 곧 생명이다(HANSIK, Food for the Future : You are What You Eat)”라는 주제로 열렸다. 달항아리를 모티브로 백색의 건물로 디자인되어 마치 백의민족을 형상화한 것으로도 연상된다.(간혹 에스키모의 집으로 오인하는 사람도 있었지만...ㅋㅋ)
여러 가지 음식의 이름으로 입구의 벽면을 디자인하고 과잉 섭취로 비만이 되어가는 현대인을 풍자한 둥근 풍선이 있다. 특히 발효에 근거를 둔 한식을 표현하기 위해 365개의 옹기를 전시하고 그 안의 발효과학을 영상으로 보여주어 뛰어난 시각적 연출을 하였다.



한국의 숨 쉬는 옹기와 발효의 신비를 사계절로 표현하였다. 햇볕이 내리쬐는 여름에서 눈이 내리는 겨울까지 일련의 계절 변화 속에서도 발효는 쉬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한국관을 나오면 식품회사 CJ가 운영하는 한국레스토랑이 있어 비빔밥, 김밥 등 여러 가지 한국음식 뿐 아니라 붕어빵젤라또의 아이디어 디저트까지 선보이고 있었다.
웅장한 거울 속의 대자연
이탈리아관 

주최국이니만큼 제일 큰 규모와 인기를 자랑하여 길게 늘어선 행렬이 계속 이어진다. 전시관은 숲을 이미지로 한 곡선의 3층 건물로 되어 있다. 음식관련 직업군 즉 농부, 셰프 등 지역별 장인들을 조각상으로 표현하여 한명씩 늠름하게 전시하고 있다. 실제 프로를 만난 듯한 숙연한 기분이 들게 된다.
이탈리아관은 전시실 하나하나 카피가 돋보이는데 특히 “The Strength of beauty" 존에서는 사면 거울속의 광활한 이탈리아 자연을 보게 되는데, 관람객 모두 놀라운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하게 된다. 거울 속의 대자연은 사계절을 표현하며 자태를 뽐내고 있다.
그 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궁전과 빌라의 실내장식를 테마로 한 전시가 이어진다. 한쪽에서는 지진으로 성당이 파괴된 잔해를 그대로 전시한 것 또한 인상적이다. 푸드전시임에도 음식만이 아니고 이탈리아의 문화와 역사 자랑에 여념이 없는 것을 보니, 역시 일반기준에서 곧잘 벗어나는 개성의 이탈리아답다는 생각이 든다. 이탈리아 메인전시관 외에 ”TASTE OF ITALY“라는 와인관에서는 전국 22개주의 1400종류의 와인이 나와 있는데, 시간관계상 가볼 수 없어서 무척 안타까웠다.
얄미울 정도로 관객을 집중시키는
일본관



일본관의 상징은 EXPO의 “E‘를 표현하고 있는데, 이는 지그재그로 만든 젓가락 마크에서 착안을 하였다. 외관은 건축소재인 입체 나무격자를 이용하여 눈에 띄는 주목을 받았다.
전시에는 일본음식의 종류와 일본음식문화를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 보여주고 있다. 최첨단 테크놀러지의 결합을 선보이는 예로, 스마트폰에 ‘저팬파빌리온앱’을 다운받은 뒤 전시화면에 스마트폰을 접촉하면 위에서 떨어지는 일본음식 사진을 내 핸드폰에 바로 담아갈 수 있다.
그리고 ‘COOL JAPAN DESIGN GALLERY’에서는 사계절의 재료와 요리에 맞는 식기를 가지고 ‘장인의 기술’과 일식그릇의 매력을 전하고 있다. 일본관 마지막 전시실은 “미래레스토랑(FUTURE RESTAURANT)”라는 주제로 다이닝 공간을 설정하였다. 그리고 “잘먹겠습니다(Itadakimasu)” 및 “잘먹었습니다(Gochisosama)”라는 그들의 언어를 통한 관람객과의 교감을 이뤄내면서 전시의 휘날레를 장식하고 있다.
일본관은 각 전시실마다 관람시간을 철저히 정해놨고 일정 인원만큼 단체 행동하도록 만들어놨기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구조이다. 전시를 제대로 보여주기 위한 것은 이해가 되나 전시의 자율적 측면에서는 불편함을 토로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일본관을 나오면 카레점 ‘코코이찌방야’, 라이스버거를 판매하고 있는 ‘모스버거’ 등이 일본음식응대를 하고 있다.
골판지가 펼치는 과학적 식문화
독일관 

독일관의 컨셉은 “Fields of Ideas(생각의들판)”이다. 독일관 입장시 A4크기보다 작은 골판지를 나누어준다. 전시 내내 이 골판지가 얼마나 유용하고 신기한지 모른다. 골판지에는 ‘Seeboard´라는 센서가 부착되어 있어, 섹션마다 골판지를 대면 페이지가 넘어가고 상하로 움직이며 화면이 변화된다.
2층 ’나의 아이디어 정원‘이라는 전시공간은 물의 효율적인 활용, 영양분을 제공하는 토양과 생태계의 관계, 농업생산성과 기후의 역할, 미래의 먹을거리에 대한 숙제 등을 심도있게 연구하여 과학과 자연의 문제를 편하고 흥미로운 학습장으로 꾸며놓았다.
마지막 전시관은 ’벌의 눈‘이라는 공연장으로 이곳에선 흥겨운 라이브 공연이 벌어진다. 천정에는 움직이는 거대한 모니터가 꿀벌을 이미지하여 이동하고 있다. 즉 식물의 성장에 중요한 꿀벌의 역할을 알려주는 퍼포먼스로, 무대 아래에 있는 관중들은 식물에 비유되는 것과 같다. 무대의 연주자는 참여자에게 꿀벌을 흉내 내게 하고 소와 닭울음소리도 강요하며 쇼를 벌인다. ’학습‘과 ’FUN‘과 ’과학‘이 융합된 흥미로운 파빌리온이다. 역시 독일이다.
미식 강국 스페인의 접시
스페인관

주제 "Cultivating the Future". 한국관이 옹기로 발효를 표현했다면 스페인관은 접시로 음식문화와 미식의 저력을 자랑하고 있다. 접시를 배경으로 한 벽면 위에 여러 영상의 조명이 비춰지어 새로운 효과를 내고 있다. 토지, 생산, 요리의 영역을 넘나드는 일련의 메시지 전달을 위해 여러 음식의 영상물이 쏟아지고 있다. 유명 셰프들을 통한 스페인 미식의 자랑도 빼놓지 않는다.
현재는 휴업상태인 세계 탑레스토랑 ‘엘불리(El Bulli)’의 셰프 ‘ 페란 아드리아 (Ferran Adria)’는 진정 스페인국민의 자랑임을 전시에서도 확인하게 된다. 또 다른 방에는 꿀처럼 흘러내리는 올리브유(ACEITE DE OLIVIA)가 전시되어 지중해 식문화를 자랑한다. 하몬(이베리코 돼지고기로 만든 햄), 리오하 와인 설명도 쉽게 소개하고 있다. 스페인관 옆에는 타파스를 맛볼 수 있는 테라스레스토랑을 가지고 있다.
자연과 식재료의 연관 센스가 빛나는 프랑스
프랑스관 

허브, 토마토, 가지, 호박, 보리 등의 각종 채소로 장식된 정원을 통과하면 드디어 프랑스관 입구가 나온다. 파리를 연상하면 첨단 패션의 도시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프랑스 전역을 보면 진정한 농업 기반 국가임을 알게 된다. 우리가 먹는 식재료는 어디에서 왔는가에 대한 질문과 해답을 던져준다.
프랑스답게 아기자기한 식(食)의 아름다움을 푸근한 재래시장 분위기에서 느끼게 해준다. 뭐든지 천장에 매달아 놓았다. 와인병부터 냄비, 물고기, 채소, 과일 등 프랑스의 풍부한 음식전반을 자랑하고 있다. 미식의 국가 프랑스에서는 다른 나라보다 더욱 신경 쓴 별도 레스토랑을 운영하여, 3주 단위로 각기 다른 셰프의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Simple is Best
영국관
영국관은 “영국에서의 성장: 세계적으로의 공유(Grown in Britain : Shared Globally" 라는 주제로 거대한 이상을 펼쳤다. 벌집을 형상화하여 지은 기하학적인 구조물 중앙의 아래에서 위를 바라다보면 신기할 수도 있지만 처음엔 다소 어이가 없다. 벌집형상이 입구라고 생각했는데, 이것이 영국관의 전부란다.
관람객을 전시장에 가두기 싫어서 정원의 벌집에 꿀벌처럼 들어가는 것이 관람 체험의 처음이자 끝이다. 즉 한 마리의 벌이 되어 벌집으로 들어가면 17만개의 육각형 구조가 나선형으로 30m높이까지 소용돌이치며 상승하는 알루미늄 벌집의 장관이 펼쳐진다.
영국 노팅엄에서 마틴 벤식 박사가 실제 벌의 행동패턴을 연구하였고 이를 토대로 전시관의 신호로 움직이게 하는 수많은 전구를 설치하여 24시간 내내 깜빡이게 하고 있다. 밤에 즐기면 더욱 멋진 전시관으로 영국관이 손꼽히고 있는데, 아쉽게도 야경의 영국관은 보질 못했다. 벌은 식물의 수분(受粉)을 가능케 하는 매개체로 생태계의 가장 중요한 생명체 가운데 하나임을 알려주고 있다. 독특한 발상으로 임팩트가 있다.
농업 태국의 심벌을 확인하다
태국관
쌀에 대한 오랜 전통과 풍부한 식습관을 보유한 태국은 짧은 시간 내 목적을 확실히 전달하고 있다. ‘지속가능성과 생명의 균형’에 입각한 태국 국왕의 농민을 위한 노력, ‘전통, 품질의 근원’에 대한 태국 농산물과 쌀의 경작의 기원, ‘미각거리와 태국의 맛’에 대한 것을 한 공간에 모아 놓고 차근차근 보여준다. 마치 옛날극장에서 봤던 대한뉴스 태국버전을 보고 온 듯한 기분도 든다. ‘템플, 타이, 푸드, 페스티발’의 영상은 방콕이 ‘동쪽의 베니스’라는 옛 추억을 떠올려 커다란 플로팅마켓을 재현해 보이는 것 같았다.
그래도 꼭 봐야될 곳
슬로푸드관 

엑스포 박람회의 동편에 위치한 슬로푸드 영역. 음식과 농업에 관련된 생물과 문화의 다양성을 중시하고 삶과 생활의 지혜, 습관을 들여다보는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슬로푸드의 개념을 보여주고 있는 곳이다. 사라져가는 종(種)에 대한 전시를 하고 소리만 듣고 동물을 유추하거나 통에 손을 넣어 만져지는 곡물을 알아맞히는 등 슬로푸드 알림이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
마침 7월 4일에는 한국과 이탈리아의 슬로푸드 학술교류의 장이 열렸다. 국내 이영은교수(원광대)의 “나물”, 조우균교수(가천대)의 “김치”의 발표가 있었다.
그 외 가볼만한 곳, 이탈리(EATALY www.eataly.net). EATALY는 EAT + ITALY의 합성으로 만들어진 브랜드로 2007년 설립되어 마켓과 다이닝이 함께 있는 이탈리아의 유명 푸드복합공간이다. 현재는 이탈리아 외에 도쿄, 뉴욕, 두바이 등 세계 여러 곳에 있고 올 8월에 우리나라 판교에도 오픈을 한다.
엑스포장의 이탈리는 총 1600㎡의 부지에 단독 전시관을 설치하여 매달 이탈리아에 있는 14개의 레스토랑이 교체되어 들어와 운영을 한다. 엑스포 기간 동안 총 84개 이탈리아 각주의 유명 레스토랑이 제공하는 특별 콜라보레이션이 일어나는 다이닝공간이다. 좌석 수는 총 1500 석으로 7월 방문했을 때는 에밀리아 로마냐(Emilia Romagna)주의 레스토랑 “Da Amerigo”의 볼로네제 파스타를 맛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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