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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화의 화식서식(話食書食) 서천에서 만든 자연밥상들
2014.07.03 | 조회 : 5,053 | 댓글 : 0 | 추천 : 0

‘성주산의 서쪽 방향으로 오면 비인의 땅이 기름지고 더 서쪽으로는 큰 바다와 닿아 생선, 소금, 쌀에서 이득을 본다’라고 이중환(李重煥, 1690~1752)의 택리지(擇里志)에 서천이 언급되고 있다. 오랜 역사동안 풍요의 땅으로 이어져왔다. 특히 한산은 모시재배에 적당하고 전국 으뜸이라는 것은 예부터 유명했고 강과 바다가 이어져 뱃길 수송의 편리함도 뒤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전북 장수 분원리에서 발원한 금강이 충남과 전북일부를 거쳐 서천과 군산의 경계를 이루는 물줄기가 되어 서해바다와 만나게 된다. 이곳엔 1990년에 금강하구둑이 만들어지고 희귀한 겨울철새가 모여드는 철새도래지로도 유명하다. 생활권은 충청도이지만 전북 군산과 가깝기에 전라도와 통하는 엇비슷한 면 또한 많이 보인다. 작년에 오픈한 웅장한 국립생태원, 신성리 갈대밭, 춘장대 해수욕장, 희리산휴양림 등 자연을 소재로 한 볼거리가 참 많다. 지역 산물에 관심이 있다면 서천특화시장으로 동선을 잡아보자. 서천의 맛은 바로 자연 자체라는 것을 바로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 주제의 농가맛집 ‘고수록’과 ‘다정다반’과 을 통해 서천의 맛을 알아보고자 한다.
고수록을 아십니까? 
춘장대 해수욕장 가는 길, 갯벌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꽃게, 쭈꾸미, 동죽(흰색조개), 굴, 똘쟁이, 박대, 고동 등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철철마다 다양한 바다산물을 물씬 즐기고 산다. 그리고 집집마다 밥상에 심심치 않게 올라오는 해초무침이 있다. 이름을 물으니 ‘고수록’이란다. 황요순사장은 어떤 해초보다 탱탱한 탄력의 고수록(일명 꼬시래기)의 매력에 푹 빠져 무침 뿐 아니라 장아찌도 담고 튀김도 하며 고수록 요리를 이것저것 만들어냈다. 그러다 ‘고수록(高秀綠)’란 이름으로 농가맛집까지 열게 되었다. 맛집 고수록에 가면 시골과 바닷가의 흔한 식재료가 새로운 별미로 다시 태어난 음식들이 무척 많다. 김부침개는 우리가 흔히 먹는 마른 김이 아니라 바다에서 채취한 물김으로 부쳐 나온다. 이집에선 거뭇거뭇한 김이 섞인 도톰하고 둥근 김부침개를 늘 볼 수 있다. 한편 고수록 텃밭에서 나는 푸른 채소가 계절마다 달리하여 밥상으로 옮겨져 온다. 특히, 부추농사에 일가견이 있는 황사장은 요즘같이 부추철에는 생부추를 데쳐 초고추장과 곁들여 부추 제 맛을 느끼게 하고 남은 걸로 부추장아찌를 담아 밑반찬으로도 빠지지 않게 한다. 꽃게가 실한 해물탕, 박대찜, 고동무침, 똘쟁이볶음, 부추장아찌, 민들레장아찌, 방풍회와 부각 등 어느 하나 멀리서 온 식재료가 없다. 서대바다 해풍의 짠 기운도 품고 갯벌의 미네랄도 모두 담고 있다. 알록달록한 화려함은 적지만 소박한 한상을 먹고 나면 속이 편한 영락없는 시골 밥상임을 알게 된다. 
서천의 명물로 한산 모시가 빠질 수 없다. 서해안을 끼고 있는 한산면과 그 일대는 여름 평균 기온이 높으며 해풍으로 인해 습하고 토양이 비옥하여 다른 지역에서 비해 모시가 잘 자라고 품질이 좋기로 유명하다. ‘밥그릇 하나에 모시 한 필이 다 들어간다’라는 말이 생길 만큼 결이 가는 세모시는 한산 모시의 섬세함을 잘 나타내고 있다. 모시대를 말린 뒤 여인네들의 이와 입술로 쪼개서 가늘 실을 만들어냈다는데, 그 얼마나 고된 노력이 들어갔을까? 이제는 모시가 천으로서만이 아니라 모싯잎을 이용한 음식으로 여러 메뉴가 개발 되고 있다. 서천엔 모시떡 가공업체가 20여개를 바라보는데, 고수록 또한 지정 사업장으로서 맛집 옆에 공장을 가지고 매일매일 모시송편과 모시개떡을 만들어 내고 있다. 모시나무 잎이 손바닥 크기일 때 따서 여러 번 세척을 하고 삶은 뒤 잘 분쇄하여 쌀가루와 섞어 여러 번 치대기 시작한다. 이때 쌀은 윤기 흐르는 쌀밥으로 유명한 서천의 친환경 서래야쌀 100%가 사용되고 있다. 송편에는 동부(콩)를 하루 담구었다 삶아 식힌 뒤 설탕과 배합한 소가 들어간다. 떡을 보면 단순한 모양새와 속재료라고 생각될 수 있으나 일단 먹어보면 식감의 쫀득함과 소가 잘 어우러진 진초록 모시송편에 푹 빠져들어 반복해서 찾게 되곤 한다. 모시는 방부효과 또한 좋아 쉽게 쉬지 않기에 멀리 가는 여행용 간식으로 애용되고 있다. 고수록 뒷마당에는 아직은 어리지만 모시나무가 제법 심어져 있다. 일일 떡 생산량이 많아 한산에서 모시잎을 공급받고 있지만 조만간 뒷마당 모시잎이 떡방앗간에서 쓰일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농가맛집 고수록
메뉴 : 고수록정식 1인 15,000원(예약 권장)
주소 : 충남 서천군 비인면 서인로 1117-1 (칠지리 159)
전화 : 041-952-1928-9
모시송편 고수록 : 맛집 옆에 있는 떡공장. 모시떡과 장아찌(부추, 방풍, 민들레)판매
체험장 고수록 & 팬션
주소 : 충남 서천군 비인면 갯벌체험로 452-7 (선도리 103-10 )
전화 : 041-952-1929
<TWO QUESTION from YUNA>
Q1 '고수록'이란 상호가 맘에 드시나요?
고수록(황요순) : 처음에 오는 손님들이 고수록이 뭐냐고 꼭 물어봐요. 고수록은 우리동네 선도리의 바다해초 사투리인데 타우린도 많은 건강식재료라고 설명하다보면 저절로 친해지게 된다니까요. 고수록은 마치 어색한 손님과 첫 대화를 열어주는 커피한잔과 같은 존재예요. 전 고수록이란 우리집 이름이 자다 생각해도 참 잘 지었구나 하며 빙그레 웃는다가니까요.
Q2 시골에서 맛집을 한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고수록(황요순) : 어떤 맛집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 같은 경우는 음식을 하면 할수록 배움에 갈증이 나서 중년의 나이에 식품영양학과에 진학하여 농사지으며 공부를 했습니다. 그런데 배울수록 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농가맛집 ‘고수록’을 하면서 저의 고정관념이 많이 깨졌지 뭐예요. 저에게 식당메뉴는 등심구이, 간장게장, 불고기 등 거창한 메뉴가 밥상에 올라와야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손님들은 제가 하찮다고 생각했던 해초인 ‘고수록‘, 쪼끔한 게인 ’똘쟁이‘, 우리 텃밭의 ’부추‘, ’방풍‘... 그런 걸 훨씬 좋아하더라고요. 떡도 예쁜 모양보다 모시잎이 들어간 개떡이나 송편을 드시며 더 편하다고 하시고... 시골이냐 도시냐 지역은 상관없는 것 같아요. 시골 구석에 있어도 맛만 인정받으면 손님들은 멀어도 다 찾아오시더라고요.
희리산콩부인의 밥상스토리 
천연 해송이 주는 숲의 기운이 지친 일상의 치유에 으뜸이라는 희리산휴양림이 서천의 자랑이다. 숲 안의 통나무집은 소나무, 잣나무, 삼나무 등 단일수종으로 내부가 장식되어 있기에 밖에서 받은 숲의 기운과 더불어 안에서도 나무의 향기에 취하게 된다. 통나무집에 하루 묵으려면 오래전에 예약해야 될 정도로 인기다. 희리산 숲 못지않게 마음의 휴식을 가져오는 밥상이 산 아래 자리 잡고 있다. 아늑한 단층 양옥집으로 된 맛집이다. ‘다정다반(多精茶飯)’은 한자의 뜻대로 정 많은 주인장의 인심 속에 차맛, 밥맛을 편안히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박영예사장은 10여 년 전 서울생활을 접고 자연을 찾아 희리산 자락 아래에 자리 잡았다. 
시골 생활이 처음엔 한없이 낯설 수밖에 없었다. 농사의 어려움보다도 칠흑처럼 어두운 시골 밤이 정말 무서웠단다. 그런데 시골의 시간은 봄이 오면 그녀의 앞마당을 꽃밭으로 만들어주고 새로운 절기마다 다른 곡물들을 선사해주었다. 특히 콩은 그녀에서 내린 하늘의 선물과도 같았다. 집에서 먹기 위해 만든 소박한 콩된장인데 꿀맛이라고 소문이 나서 한집 두집 건데다 보니 점점 이집 장맛을 맛보고 싶다는 이들이 꼬리에 꼬리를 이었다. 일명 ‘희리산 콩부인’이란 별명도 얻게 되었다. 콩부인이 차린 밥상에 어김없이 올라오는 접시가 있다. 생청국장과 마른김 그리고 알록달록 다진 파프리카가 들어간 액젓소스로 구성된 요리다. 구운 서천 재래김에 실이 쭉쭉 늘어나는 생청국장을 한 젓가락 담고 소스를 쳐서 먹는 청국장김쌈은 다정다반의 얼굴같은 메뉴다. 마치 박영예사장의 소박하지만 건강의 기품을 넣은 메시지처럼 느껴진다. 엄나무, 오가피, 구찌뽕 등 정원에서 채취한 것으로 물을 달여 밥을 짓는다. 무채와 당근채가 곱게 들어간 고추물김치,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고구마묵, 감자부각과 된장소스샐러드 등 깔끔한 반찬으로 늘어선 밥상이 그리 정갈할 수가 없다. 예약으로만 차리는 밥상은 대규모 행사가 아니고는 누구의 손을 빌리지 않고 부부 합작의 정성으로 차려진다. 농사짓기, 찻잎 덖기, 청국장과 장담그기를 모두 손수하니 밥상의 어떤 음식도 남기기 아까운 소중한 그 이상으로 와닿게 된다. 
식사 후 집을 떠나지 못하게 하는 커다란 마력이 또 하나 있다. 테라스에 앉아 앞마당에 가지런히 줄을 맞춘 항아리에 내리쬐는 햇살을 바라보니 그 안에서 익어가는 장맛이 이리저리 궁금하다. 그리고 꽃과 바위와 나무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다정다반 정원으로 걸어가 보자. 희리산 휴양림에서 숲의 정기를 받았다면, 다정다반의 정원에선 아름다운 꽃다발을 선물 받는 것 같다. 꽃송이를 그릇에 담아 놓으면 마치 쌀밥을 담아 놓은 것 같다는 이팝나무를 비롯하여 엄나무, 감나무, 후박나무, 마로니에나무 등이 정원 지킴이처럼 울타리가 되어 있다. 정원은 스님들이 와서 쉬고 가신다는 자비정사의 앞뜰이기도 하기에 초파일을 앞두고는 연등이 화려하게 늘어서서 또 다른 정취를 느끼게 한다.
농가맛집 다정다반 
메뉴: 희리산콩부인자연밥상 1인 15,000원 (사전 예약제)
주소: 충남 서천군 종천면 산천리길 106-15 (산천리 538)
전화: 041-953-9705
<TWO QUESTION from YUNA>
Q1 희리산콩부인이란 별명이 맘에 드세요?
희리산콩부인(박영예) : 귀농하기 전에는 콩의 진가를 잘 몰랐어요. 그런데 알고보니 콩은 값비싼 보약에 비할 바가 아니예요. 콩으로 메주를 쑤고 된장, 간장이 만들어지고 실이 쭉쭉 늘어나는 청국장이 되고... 어쩜 일년 열두 달 질리지 않는 이런 보약이 있을까 싶어요. 우리집 청국장은 가는 실처럼 쭉~ 늘어나는데, 마치 우리부부 사이처럼 끊어지질 않는다니까요. ㅎㅎ
Q2 맛집을 시작할까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해주시겠어요?
희리산콩부인(박영예) :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내가 과연 식당을 할 수 있을까?”하고요. 그런데 예약제로 하니까 서로에게 약속의 신뢰를 주게 되더군요. 예약을 받으면 일단 오시는 손님이 어떤 분들인지 자세히 여쭤봐요. 아이가 있는지, 어떤 모임인지... 그 뒤 우리 부부는 청소하고 음식 준비에 최선을 다한답니다. 그리고 예약하고 오시는 손님들은 그분들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오셔서 그런지, 우리가 여러분을 위해 준비했다는 느낌이 잘 전달되는 것 같아요. 일반 식당에서는 밑반찬이 조금만 부족해도 음식을 더 달라고 해서 결국 남길 때가 많잖아요. 저희 집에 오시는 손님들은 스스로 남기지 않으려고 하고 추가음식도 소량만 달라곤 하세요.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닌데... 참 이상하죠? 보시다시피 가정집같은 맛집이다보니 그냥 시골에 온 것 같아 남 같지가 않다고 하네요. 한적한 시골에 맛집을 여는 것도 참 좋은 것 같아요. 그런데 원칙이 있어요. 힘들어도 꼭 농사를 지으세요. 직접 농사지어 수확한 콩, 고구마, 오가피잎... 그 정성이 손님에게 그냥 전달되거든요. 농가맛집이 저희 부부 제2막 인생을 시작하게 만들어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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