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R
이윤화의 화식서식(話食書食) <17차 농심음식문화탐사_전남 ‘섬’음식을 마치며_2부>
2014.05.08 | 조회 : 5,680 | 댓글 : 0 | 추천 : 0

4. 목포의 아침시장부터 추억의 별미까지
반반한 식당에서 맛보는 음식만으로는 목포의 속맛을 알기는 역부족이다. 생활 터전으로 목포인의 숨결을 느끼고 싶다면 부지런을 떨어 이른 아침 구청호시장(신청호시장을 근래에 생긴 상가형 시장)으로 나가보자. 동백기름 마른 머리모양의 매생이가 상자에 차곡히 쌓여있고 서릉기라는 작은 게가 다라이에 한 가득 꿈틀거린다. 갱엿을 만들어온 할머니는 그 자리에서 망치들고 엿을 깨서 이빨 빠지지 않게 녹여먹을 걸 당부하며 장사를 한다. 생선, 해초, 나물, 옆집 할머니의 정감어린 표정까지 시장 한 가득이다. 한편, 홍어를 중심으로 해산물을 집중하여 팔고 있는 목포종합수산시장은 동명동 항구옆에서 100년 넘은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시장을 둘러봤다면 정처없이 걷다가도 쑥 들어갈 수 있는 간식집에 가보자. 쑥떡 겉에 거피팥고물이 입혀진 채 조청에 담겨진 이름이 ‘쑥굴레’다. 쑥굴레는 분식집 이름이기도 한데 워낙 쑥굴레가 유명하다 보니 간식이 메인음식을 뛰어넘어 상호명이 되었다. 쑥굴레 분식집에 간다면 다른 음식에 아랑곳하지 말고 오로지 쑥굴레 한가지만 먹고 나와도 후회스럽지 않을 정도로 만족을 준다.
학교 앞 떡볶이 하나도 세련되어지면서 브랜드 맛집으로 점점 변해가고 있는 세상이다. 그런데 목포 정명여고 앞 솔분식은 시계를 30년 이상 돌려놓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울툴불퉁한 낮은 천정하며 테이블과 의자, 메뉴판 등 어느 하나 요즘시대의 것이 아니다. 분식집 사장의 고집까지도 말이다. 이 집 명물은 ‘쫄라(쫄라면이지만 모두 ‘쫄라’라고 통한다)‘로 쫄면과 라면을 함께 섞어 내며 국물은 떡볶이 국물과 유사하고 조금 밋밋하면서도 달달한 편이다. 이 집의 쫄라는 여고생들만 찾는 것이 아니라 30-40대 어른들까지 일부러 찾아와서 옛분식맛의 기억을 더듬는다. 솔분식에서 가장 고가는 5천원짜리 돈가스인데 직접 손질해서 튀겨나오는 알찬 맛과 커다란 크기에 깜짝 놀라게 된다.
지역의 유명 전통제과점에 가보면 최근의 유행하는 스타일 빵도 많지만 이에 못지않게 빵집의 역사와 함께 꾸준히 사랑받는 빵, 한두 가지를 꼭 만나게 된다. 목포의 넘버원은 코롬방제과이고 그 안에서의 최고는 크림치즈로 채운 크림치즈바게트이다. 1940년에 오픈하여 목포에서 처음으로 생크림을 사용한 역사의 코롬방에서는 옛빵의 전통을 버리지 않고 유지시키는 것이 이 시대에 살아남는 지혜임을 보여주고 있다.

종합수산시장 : 전남 목포시 광동1가 4-12 
구청호시장 : 전남 목포시 산정동
코롬방제과 061-243-2161 / 전남 목포시 무안동 1 / 크림치즈바게트 5000원
쑥굴레 061-244-7912 / 전남 목포시 죽동 64-7 / 쑥굴레 5,000원
솔분식 전남 목포시 대성동 84-9 / 쫄라 2500원, 돈까스 5000원
5. 미자는 옆집 언니 이름이 아니다
프랑스음식에 빠져있을 때, 고기요리를 잘 한다는 프렌치 셰프들의 자랑이 지비에(gibier.야생동물)음식임을 알게 되었다. 멧돼지, 토끼, 산비둘기 등은 일반 사육동물보다 많이 억세기에 야생동물 특유의 향과 질김을 잘 다루는 테크닉이 필요하다. 성내식당의 음식들을 보니 지비에를 다루는 프랑스요리 셰프들이 생각났다. 남들이 쉽게 다루지 않는 고기나 부위를 다루는 요리사에 성내식당 사장이 빠질 수 없다. ‘미자’라는 곱상한 이름은 옆집 언니 이름이 아니고 소의 고환을 말한다. 예전에 몸이 안좋았던 남편의 건강을 위해 미자를 끓이던 게 계기가 되어 미자탕의 달인이 되었고 이제는 미자탕과 새끼보탕 전문점 오너로 변신하여 지역 명물 맛집 주인이 되었다. 낯선 고기 부위에 대한 편견만 버리면 뽀얗게 곤 ‘미자탕’ 국물과 된장을 시원하게 풀은 ‘새끼보탕’이 여느 유명 곰탕 못지않음을 바로 느끼게 된다. 식사를 할 때 나오는 마른김국 또한 성내식당의 자랑이다. 재래김을 구워 잘게 부순 뒤 거기에 찬 맹물을 붓고 참기름 넣은 김국과 먹는 밥반찬들. 김장이찌, 마른갈치무침, 쪽파양념장, 삭힌고추무침, 고추 찍어 먹는 집된장 등 한상 채운 반찬 한가지 한가지가 허튼 것이 없다.
성내식당 / 061-533-4774 / 전남 해남군 해남읍 수성리 64-9 / 미자탕 2만원, 새끼보탕(중) 2만원, 샤브샤브 3만원, 식사(1인) 5천원
6. 탐사에서 만난 명인열전
이번 음식문화탐사에서 만난 세분의 명인이 진도를 포함한 남도의 이해에 큰 도움을 주었다. ‘홍주’와 ‘울금’, ‘함초’는 그들의 청춘부터 줄곧 함께 해 왔고 명인 본인 또는 가족의 건강을 지켜준 실증이기도 했다.
애주가에게 진도하면 홍주를 먼저 떠올리곤 한다. 전통소주 ‘홍주’의 붉은빛은 지초(芝草)라는 약재가 침출되어 나오는 것으로 진도 내 다섯 군데 공식 홍주제조업체가 있다. 옛날 집안의 대소사에 쓰였던 가양주로서의 홍주였지만 지금은 명맥이 줄고 있기에, 어렵사리 30년 이상 홍주를 만들고 계신 허예순 할머니를 만났다. 옛날과 달리 좋은 지초 구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빨간 술 홍주를 마셔보았다. 40도가 넘지만 향이 좋아 술이 약한 사람도 목넘김을 즐길 수가 있었다. 홍주도 아름답지만 홍주보다 더 감동스러웠던 것은 허예순 할머니의 편안한 미소로 아직도 생생히 떠오른다.
카레광고 덕에 카레의 노란색 식재료가 강황이라는 것을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하지만 강황이 카레의 본고장 인도에서만 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재배되고 고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긴 역사를 가진 식재료라는 것을 알고 나면 많은 이들이 놀라게 된다. 생긴 것도 생육조건도 생강과 비슷한 강황의 우리 이름은 ‘울금’으로, 가장 많이 생산되고 유통의 중심에 있는 지역이 바로 진도다. 울금의 커큐민이라는 성분은 몸을 따뜻하게 하고 혈액순환을 돕는다. 그리고 음식을 만들 때 잡내도 없애주고 향신료의 역할로도 한 몫하고 있다. 진도에서 울금의 생산부터 분말, 차, 엿 등 다양한 가공품 제조에 힘을 쏟고 있는 박시우대표는 간암으로 고생하던 아버지의 건강이 울금으로 많이 완화된 것을 지켜보면서 울금에 인생을 걸게 된 사연을 털어 놓았다.
바다 염전 사이에 소금 못지않은 짜디짠 풀이 있다. 퉁퉁마다라고 불리던 것을 최초로 ‘함초(鹹草)’라고 불러준 함초명인 박동인씨를 해남에서 만났다. 박동인씨는 어릴 적 배가 아프면 어머니가 함초를 절구에 쪄서 먹게 했던 것을 기억하여, 몸이 안좋았던 20대에 함초를 가지고 본인의 건강을 되찾게 되었다. 그때부터 함초에 관심을 가지며 염전하는 곳의 함초를 채취하여 말리고 효소도 만들도 스스로 양식재배까지 하게 되었다. 그런 일련의 노하우를 모아 약초박물관을 만들었다. 박물관에는 함초의 재배주기, 해마다 담아온 함초효소, 함초소금, 함초된장, 함초환 등이 진열되어 있고 구입도 할 수 있다. 언제가도 함초와 인생을 함께 하고 있는 박동인 부부의 짠! 열정을 들을 수 있다.

홍주전수자 허예순 할머니
061-544-3722 / 전남 진도군 진도읍 쌍정리 20-1
울금생산에서 가공 “해풍청송” 대표 박시우
061-543-3152 / 전남 진도군 지산면 삼당리 30-1
함초닷컴 약초박물관 대표 박동인 / 061-535-4240 / 전남 해남군 해남읍 해리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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