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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R

이윤화의 화식서식(話食書食) <17차 농심음식문화탐사_전남 ‘섬’음식을 마치며_1부>

2014.05.08 | 조회 : 5,459 | 댓글 : 0 | 추천 : 0

바다의 물과 바람의 산물들
이번 탐사는 섬을 향해 떠났다. 목포에서 배를 타고 가던 진도가 이제는 해남에서 진도대교를 건너가는 ‘섬 아닌 섬’이 되었다. 다리가 생겨 접근성이 높아졌지만 서울에서 출발한 5시간의 버스 여정은 그래도 길다. 멀리 섬까지 찾아간 이유는 음식에 남은 섬의 향토내음의 흔적을 찾기 위함이었다. 내륙에서 볼 수 없었던 ‘뜸부기’라는 해초음식을 맛보고 섬 시골에서 끓인 쫄복탕, 진도 홍주를 옛 방식 그대로 재현하는 할머니를 만났다. 그리고 진도가 ‘울금’의 본고장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목포에서는 삭힌 흑산도 홍어의 진수를 맛보고 백년 전통의 홍어전문시장도 가보았다. 한편 목포민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콩물, 쑥굴레라는 간식도 체험하였다. 전남에서 가장 넓다는 해남에서는 이름도 생소한 ‘미자탕’을 먹고 함초 공부도 하였다. 일상에서는 접하기 힘든 식재료와 그를 이용한 지역의 내림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호기심을 발동하게도 하지만 간혹 먹기 위한 용기가 필요할 때도 있었다. 그리고 오랜 동안 체득한 경험으로 한 가지 재료와 음식에 빠져 인생을 걸어온 장인들은 섬과 남해의 바닷바람만큼이나 강인하게 와다았다. 


 진도로 가는 길에 떠오른 역사의 형제가 있었다. 신유박해로 집안이 풍비박산 나고 겨우 목숨 부지하고 떠난 긴 귀양길. 동생 정약용은 강진에서 학문의 깊이를 갖추고 형 정약전은 흑산도에 들어가 섬사람들의 현장에 깊이 들어가 바다 생물을 기록한 자산어보(玆山魚譜)를 남겼다. 그림도 없는 책이 어찌 그리 상세할 수가 있을까? 홍어는 주낙 바늘에 암컷이 걸리면 뒤에 수컷도 걸린다. 암컷이 바늘을 물고 있는 틈에 수컷은 교미하려고 암놈에게 달라붙는다. 이런 까닭에 정약전은 홍어 수컷을 음탕하다고 말했다. 한편 홍어가 움직이는 모양이 연잎을 닮았기에 홍어를 하어(荷魚)라고 불렀다. 이번 탐사에서는 홍어를 맛보는 것은 물론 인근 지역의 삶 속에서 이어온 음식을 통하여 음식이 넘어온 긴 시간을 상상하며 되새겼다.


1. 진도에서 만난 국물, 뜸북국와 졸복탕

진도의 뜸부기는 뜸북뜸북 우는 새가 아니었다. 끓인 쇠고기육수 안의 거무죽죽한 뜸부기는 바다식물. 바로 해초다. 매생이가 청청지역의 상징으로 미식가의 겨울 애용음식이 되었는데 뜸부기는 그 귀함이 한수위다. 진도 또한 인간의 발길도 잦고 문명의 이기를 누리다보니 해안가 오염으로 뜸부기가 더 이상 못살게 되어 진도군에서도 가장 인구가 적다는 작은 조도에 가야 뜸부기를 볼 수 있다. 톳에 비해 길이가 훨씬 짧은 뜸부기는 퉁퉁하고 먹어보면 훨씬 부드럽다. 귀한 만큼 가격도 높다. 그래도 언제 멸종위기에 놓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서둘러 뜸부기 먹을 기회에 촉이 솟는다. 옛날엔 진도의 흔한 해초였기에 결혼식 같은 돼지 잡은 날이면 돼지육수에 뜸부기를 넣어 국을 끓였단다. 그런데 요즘은 진도의 향토음식을 찾는 관광객의 입맛을 사려잡기 위해 소고기육수만도 부족해 통갈비까지 들어가니 옛날 국에 비해 더없는 호사스런 뜸북국이 되고 말았다. 뜸북국을 맛볼 수 있는 곳이 진도에 세 곳 있는데 그 중에 두 곳의 음식을 맛보며 뜸부기 맛을 음미했다. 모두 쇠고기육수에 끓여낸다.
 생선이 작아 별 볼일 없을 때, 삶아 으깨어 각종 양념을 한 뒤 새로운 음식을 만들곤 한다. 그렇게 하여 지역 걸작이 된 음식으로 어죽 또는 추어탕 등을 떠올릴 수 있다. 진도에서  작은 복어인 쫄복을 갈아 만든 국물음식을 만났다. 커다란 들통에 푹 삶아 으깬 쫄복과 고사리, 부추 등을 넣어 끓인 회벽돌 빛깔의 국물은 처음부터 식욕을 불러일으키는 모양은 아니었다. 그런데 일단 한 수저 뜨고 나니 진함과 고소함에 푹 빠져드는 독특한 매력이 있었다. 더 특이한 것은 쫄복탕을 파는 식당이다. 작은 포구의 허름한 동네 상점 안에 들어가면 한 켠엔 물건들이 있고 다른 쪽은 쫄복탕이 끓고 있는 주방이 있다. 방으로 들어가면 작은 두리반 상에 흰비닐 커버가 깔려있다. 주문을 하면 상 위에 곰삭을 김치와 무나물 등 시골스런 소박한 찬들이 펼쳐진다. 섬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향토내림방식의 탕음식이 궁금한 분들께 굴포식당의 쫄복탕을 추천하고 싶다.


묵은지식당 061-543-2242 / 전남 진도군 진도읍 남동리 773-22 / 쇠고기듬북국 10,000원
맛나식당 061-544-6171 / 전라남도 진도군 진도읍 쌍정리 228-2 / 듬북갈비탕 12,000원, 가시리된장국 7,000원


굴포식당 061-543-3380 / 전남 진도군 임회면 백동리 68 /졸복탕 12000원



2. 홍어취의 스펙트럼을 즐기는 홍어애국



 시장 내에서 ‘벌교꼬막’, ‘통영굴’ 등 식재료의 대표지역을 선점하고 나면 주변 지역산물들은 그 후광 아래로 들어가 유통의 힘을 빌리게 된다. 즉 벌교 주변 지역 꼬막이 벌교로 모여 ‘벌교꼬막’이란 이름표가 달려 판매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홍어 또한 마찬가지다. 국내 홍어의 가장 큰 생산지는 연평도이나 흑산홍어가 모이는 목포에 와야 제 값을 받는다고 하니 굳건한 선점의 이름값은 삭힌 홍어만큼이나 위력이 크다. 흑산도에서는 생홍어를 잘 먹는다고 하나 그 외 지역은 홍어의 요소가 암모니아로 분해될 때 나는 진한 냄새를 깊은 삶의 내음인양 여기며 숙성홍어를 즐기고 있다. 
삭힌 홍어는 여러 사람들에게 기준 노릇을 할 때가 있다. 홍어를 잘 즐긴다는 이유만으로 친밀함이 몇 배 더 높아지기도 하고 한국음식 중에서 꼭 먹어야 될 미식의 덕목인양 대우받을 때도 있다. 그러나 확실한 점은 한번 두 번, 아니면 수십 번 반복적으로 접한 경험이 있냐 없느냐에 따라 그 맛을 즐기는 깊이나 태도의 차이가 다른 음식보다 크다. 이번에는 묵은지와 수육의 조화로 즐기는 홍어삼합은 물론 농심의 참가자라면 꼭 도전해볼만한 스프를 맛봤다. 바로 홍어애국이다. 어렵던 옛 시절 보리싹을 가지고 홍어내장을 끓여 단백질을 보충하던 것에서 유래되었는데, 지금은 홍어애(내장)와 어울리는 어린배추, 미나리 등 다양한 채소를 넣고 된장을 풀어 끓인다. 홍어애국은 온도가 올라감에 따라 강도가 변하는 홍어취의 스펙트럼을 진하게 경험할 수 있는데, 의외로 덕인집 홍어애국은 탁하지 않다. 홍어자체가 어렵다면 애국만이라도 시도해보라고 꼭 권하고 싶다.

덕인집 061-242-3767 / 전남 목포시 무안동 4-5 / 홍어보리애국 20,000원, 흑산홍어 70,000원



3. 기계를 거부한 목포자랑 콩물


‘Simple is Best!’는 콩국수에 잘 어울리는 말이다. 집마다 다른 콩국수가 있듯 지역마다 부르는 이름도 다르고 유명 전문점의 특색도 차이가 있다. 목포에 가면 콩국수를 그들의 용어인 ‘콩물’이라 불러보자. 어릴 적 옆집 멧돌까지 빌려서 여름 한철 콩국수를 만들어주던 엄마의 콩국 고집을 40년 된 유달콩물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기계믹서로는 도저히 원하는 콩국물을 흉내낼 수 없다는 주인장. 그는 일년치 콩을 해남에서 구입하여 말린 뒤 식당 옆 주차장 지하를 저온저장고 삼아 보관하며 일관된 콩국 맛을 만들고 있다. 한편 검은콩과 노란콩을 구분하여 콩국물을 팔고 있기에 둔한 미각도 두 개를 같이 놓고 맛보면 검은콩국물이 더 고소하다고 느끼게 된다. 깨, 땅콩 등 다른 재료의 힘을 빌려 더 고소하게 또는 더 걸죽하게 만들어내는 신세대 콩국수에게 오리지널 콩국 맛은 바로 이거야 라며 일침을 가할 수 있는 국물이라고 할만하다. 유달콩물은 다른 측면에서도 참 흥미롭다. ‘콩물은 우리콩으로 끝까지 고집 하겠습니다’라는 식당 입구의 선언과 함께 메뉴판 등 이런저런 것들이 많이 붙어 있다. 동네 그렇고 그런 밥집과 다를 게 없어 보인다. 그런데 외관은 약과다. 안에 들어가면 셀프 반찬 코너 앞에는 ‘오늘 반찬을 남겼을지라도 다음은 꼭 남기지 맙시다’ 등 벽마다 주인장의 사랑스런 잔소리가 가득 붙어 있다. 그냥 웃어넘기다가 꼼꼼히 살펴보니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몇 십 년간 시행착오 속에서 나온 것임이 느껴진다. 대중식당 매뉴얼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당장 유당콩물로 고고씽!

유달콩물 061-244-5234 / 전남 목포시 대안동 11-5 / 콩국수 (노랑콩) 8000원, (검은콩) 9000원/ (쑥면 +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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