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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화의 화식서식(話食書食) 무진장 남다른 뚝심의 장수_전북 장수 편<1부>
2014.04.30 | 조회 : 4,548 | 댓글 : 0 | 추천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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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의 무주와 진안, 장수를 합쳐져 일명 무진장이라고 불린다. 철철 넘친다는 무진장의 또 다른 뜻을 더하면 ‘무진장 오지 삼총사’들이다. 장수가 여기 속한다. 지리산 둘레길 주변 지역인 장수, 함양, 산청, 하동, 구례, 곡성, 남원을 여러 번 돌며 지역 음식을 연구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장수를 처음 방문하고 난 뒤 느낌이 별로 떠오르지 않았다. 경치의 강렬함도, 사람들의 화끈한 반응도 큰 기억이 없었다. 장수라는 곳은, 한두 번 방문으로는 지역의 깊은 속정을 알기 어려운 곳이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시간을 가지고 장수를 오갈수록 장수사람들의 끄덕이는 눈빛만으로도 또는 S자를 그리며 꾸불꾸불 따라가는 첩첩 산길도 왜 이리 푸근한지 모르겠다. 이렇게 산이 높으니 물이 모이고 마침내 금강과 섬진강의 발원지가 되었구나 하며 고개가 끄덕여진다. 장수는 유난히도 산이 많다. 7할이 산이니 당연히 공기는 믿고 마셔도 되고 500미터 이상의 고랭지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이기에 당도와 육질의 단단함이 역시 남다르다.
가을이면 장수에선 ‘한우랑사과랑’이라는 축제가 열린다. 이름이 단순하니 재밌다. 한우와 장수의 품질이 국내 어디에 내놓아도 떨어지지 않기에 판로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할 정도다. 특히 사과업계에 후발주자로 뛰어든 장수의 노력과 기술보급은 손에 꼽히고 있다. 농약사용을 줄이고 평지에 낮은 사과밭을 조성해서 전국의 사과 등급마저 바꿔 놓았다고 하니, 사과 한 알에도 자존심과 배포가 장난이 아니다. 사과밭이 단풍 못지않게 운색을 뽐낸다는 가을이라면 사과 한 알을 껍질채 베어물텐데... 아쉽다. 그런데 봄에 방문한 장수에서 제철 사과 못지않은 싱그러움을 만났다. 흔히 과일착즙의 파우치라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고온의 압력기에 넣어 짰기에 갈색이 된 배즙, 포도즙 등이 연상될 것이다. 단맛만 남았기에 눈을 감고 맞추기를 하면 이게 어떤 과일즙인지 분간도 안되는 단맛의 즙들이다. 그런데 장수의 사과즙팩은 확연히 달랐다. 봉지를 열고 컵에 따르니 사과가 쥬서기에서 막 나온 것처럼 산화 안된 밝은 빛깔이며 사과향을 그대로 담고 있다. 이 사과즙에 푹 빠져 만들고 있는 공장을 찾아가게 되었다. 그들은 달랐다. 상식적으로 농산물 가공은 흠집 나고 약간 상할 듯 말 듯한 B급의 생산잔여물로 즙도 만들고 말리기도 하고 과일청도 만드는데 이곳 ‘장수드림협동조합’의 철학은 남달리 꽃꽃했다. 흠집 난 사과 한 알이라도 들어가서 착즙이 되면 나머지 좋은 사과즙도 혼탁해진다며 생과(生果)로도 충분히 팔 수 있는 좋은 사과로 착즙을 하는 것이다. 말린 사과칩도 오미자청도 이 같은 기본원칙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문득 논개가 생각났다. 장수에서도 깡촌인 주촌마을에서 태어난 논개는 가난한 환경에서 살다 열일곱 나이에 50대 후반의 담양부사 최경회의 후처가 된다. 그러다 2년 후 임진왜란이 나서 최경회가 진주성 전투에 의병장으로 참가하였으나 패배하고 남강에 투신을 하게 된다. 논개는 남편을 따라 전북 장수에서 멀리 경남 진주까지 따라간 뒤 지아비의 뒤를 따를 것을 결심하고 촉석루에서 자축 행사하던 왜장 한명을 유인하여 남강에 뛰어들게 된다. 스무 살도 안된 어린 나이에 택한 논개의 진주행과 결심이 오늘날 장수의 묵묵한 뚝심에 남겨진 듯하다. 그들이 키우는 소한마리, 사과 그리고 오미자 한 알도 그저그런 남들과 똑같은 결과물을 바라진 않는 것이다.
장수드림협동조합 전북 장수군 장수읍 승마로 253-38 (장수군농업기술센터 내 위치 )
전화 010-3652-2285(이사장 이한구) / 063-351-5959
사과즙, 사과칩, 오미자청 취급
하늘소마을의 天.地.人 .jpg)
‘사람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고 하늘은 도를 본받고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도덕경 25장). 주자의 사상을 정리한 도덕경의 문구가 너무 거창한 비유일까? 도(道)하면 무조건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의미로 생각하곤 하는데 철학자들은 도덕경에 나오는 ‘자연’은 우리가 말하는 산과 들 같은 자연만이 아니고 더 큰 의미의 우주만물을 추상화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거창한 도(道)의 의미가 떠오른 건 상봉육교를 건너면서였다. 이름도 하늘소마을이고 귀농자들이 수세식화장실도 사용하지 않으며 마을 대부분의 집에는 TV도 없다하고 자동차의 네이게이션에는 번지도 잘 찍히지 않아 상봉육교를 일단 찾아간 뒤 그때부터는 ‘하늘소’라는 푯말을 보며 찾아가야 된다. 그러니 노자의 거창한 자연의 의미까지는 아닐지라도 그보다는 축소된 뜻이라도 실천하려는 사람들이 거룩하게! 살고 지낼 것 같은 상상이 앞섰다. 이름도 하늘소다. 하늘 가까운 곳에서 건강하게 소를 키우자는 뜻이니 이름마저도 숙연하다. 산비탈에 집들이 층층이 모여 열두 가구를 이루고 있다. ‘이 분들을 만나게 되면 남들보다 수준 높은 인터뷰 질문을 던져야 될텐데...’라고 생각하며 마을의 첫 귀농자인 김혜경씨와 그녀와 엇비슷하게 오래 살고 있는 이진영씨를 만났다. 그런데 세속적인 일상의 정신세계와 다른 자연인의 삶일거라는 나의 예상은 편견이라는 것을 곧 알게 되었다. 십여 분 이런저런 대화를 이어가자니 먹고사는 걱정은 도시의 나와 다를 바가 없다. 단지 도시민과 다른 차이가 있다면 뭐든 솔직히 자기 표현한다는 것이랄까? 귀농이 말처럼 쉽지 않음과 가족의 생계를 짊어지기 위해서 터전 없는 귀농촌에서 부부 중 한쪽은 농사 이외에 다른 일을 하러 생계전선으로 나가고 있단다. 서울이든 장수든 사람 사는 건 같은 이치리라. 그래도 진부한 질문을 던졌다. “하늘소 마을에 살아보니 뭐가 제일 좋아요?” 두 사람 찌찌뽕처럼 동시에 같은 대답을 내 놓았다. “하늘소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다는 것은 우리 아이들 인생에 최고의 선물이예요”라고 말했다. 일단 마을 안에만 있으면 우리 아이가 어디서 무얼하는지 전혀 걱정이 안된다고 한다. 서로 같이 몰려다니며 놀고 이웃집이 내 집 인양 가서 밥도 먹고...축복받은 안전지대 산촌마을이다. .jpg)
이들도 일상의 생존을 걱정한다는 동질감에 신이 나서 두 사람과 대화를 나누다보니 슬슬 나와 다른 가치관을 느끼게 되었다. 하늘소마을이 장수군 유기농 1호 마을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무척 대단하다고 말했더니 그들은 오히려 “우린 농사기술이 떨어지고 인공적인 사료와 제초제를 쓸 줄 몰라서 유기농지정이 되었나 봐요.”라며 깔깔 웃어댄다. 하지만 그건 겸손의 얘기였다. 하늘소에서 똥은 더 이상 똥이 아니다. 마을 홈페이지에도 빅트로위고의 ‘레미제라블’에서 나온 글귀를 인용하고 있다. <인간들이 자신의 분뇨를 바다에 버리지 않고 흙으로 되돌린다면 인류가 먹고 살기 위한 식량은 충분할 것이다> 이 마을엔 수세식 변기가 없고 주민들은 인분을 2년 정도 퇴비장에서 묵혀 자연 사료로 사용하고 있다. 이를 어려운 말로 풀어 ‘순환농업시범단지’라 부르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독특한 농산물을 재배하는 것은 아니다. 토마토, 양배추, 양파, 대파 등 일상의 채소들을 자연 상태에서 그대로 키운다. 그런데 차이가 있다면 이들은 완숙(完熟)상태 즉 제대로 무르익었을 때 농산물을 시장에 내놓는다. 예를 들어, 아주 딱딱하고 파란 토마토를 따서 도매시장의 상자 안에서 익히는 것이 아니라 땅에서 열린 채로 맛있게 익은 정점에서 토마토를 따기에 하늘소 작물들은 유통기한이 유독 짧다. 하늘소마을의 두 가구는 양계를 하기에 매일 달걀이 나오는데 3일 이내에 출하하여 짧게 시간 내 고소하고 건강한 달걀 맛을 맛보게 한다. 고랭지 장수의 자체 품질을 기본에 깔고 유기농인증 그리고 귀농자의 정성이라는 것이 보태져 솔직히 다른 지역보다 농산물 가격이 약간 높다고 스스로 인정한다. 그래도 한번 먹어보고 또는 방문하여 만들어지는 과정과 만드는 사람들의 표정을 본 사람들은 하늘소 꾸러미(제철농산물의 정규배달세트)의 열렬 고객이 되고 만다.
참, 잊지 못할 빵을 하늘소에서 맛봤다. 제과점 공장에 있을 법한 오븐과 반죽기가 제법 갖춰진 미니 공장이 마을 안에 있다. 빵공장의 이름은 ‘오매’. 마을 내 다섯 자매의 뜻을 모았다 해서 오매가 되었다는데, 이곳에서 만든 100% 쌀식빵이 오매! 이렇게 맛있을 수가! 쌀빵은 쫄깃하고 향도 일품이다. 하지만 쌀빵이 아직은 일반 밀가루빵과의 경쟁에서 밀려 지역 초등생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다니,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하루빨리 장수 꼬맹이의 미각이 열리길 기도해본다.
하늘소마을을 중심으로 장수의 고랭이 농산물과 두부, 달걀들을 꾸러미로 받아볼 수 있는
장수꾸러미 밥상을 꾸리는 ‘장수친환경영농조합(대표자 허윤행)’이 있다. 한달에 4회 또는 2회로 장수밥상을 받아볼 수 있다.
http://cafe.daum.net/jangsubapsang 전화 063-353-6262
하늘소마을 : 전라북도 계남면 호덕리 “삼봉육교”를 네비게이션에 찍고 오시길
http://www.jangsuhm.com/ 여러 체험활동이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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