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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화의 화식서식(話食書食) 추사한정식 ‘월정’을 다녀와서_<1부>
2014.03.10 | 조회 : 4,508 | 댓글 : 0 | 추천 : 0

추사에게 선보일 차혜자밥상
현지 답사를 기초로해서 기술한 조선시대 지리서 이중환의‘택리지’에서는“충청도에서는 내포(內浦)가 가장 좋은 곳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의 내포는 지금의 예산을 중심으로 홍성, 당진, 서산 등 인근지역을 말한다. 땅이 기름지고 평평하며 소금과 물고기가 많아 대를 이어사는 사대부가 많았다고 한다. 그만큼 주변 변화에 크게 쏠림이 없이 안정된 곳이었다는 것이다. 내포의 중심지인 예산을 한 바퀴 드라이브하면 잔잔한 평온함이 깃들고 있는 택리지의 내포 예찬이 옛말만은 아닌 듯해 보인다. 예산하면 예당저수지를 떠올리는 낚시꾼이 있고 수덕사를 중심으로 사찰역사를 시작하는 여행객도 또는 아기 얼굴만한 커다란 예산사과로 군침을 흘리는 이도 있다. 그리고 예산하면 빠질 수 없는 역사의 인물이 있다. 추사김정희(秋史 金正喜, 1786~1856년)가 태어났고 출생지인 신암면 용궁리에 추사고택이 관광유적화되어 보존되고 있다.
4년전부터 추사의출생지를 기념할 사업의 일환으로 추사밥상을 기획하고 개발하는 일을 맡게 되었었다. 그때까지 내가 알던 추사는 추사체,세한도를 남긴 조선 당대의 유명한 학자로 교과서에 실린 상식이 전부였다. 그리고 전국 종가(宗家)를 돌다보면 간혹 종택의 현판이 추사의 글씨임을 자랑하는 곳을 만나기도했지만 그저 스치는 역사 속의 한 인물이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추사를 음식의 관계로 연구해야 되는 프로젝트를 맡다 되니, 마치 현학과 밥그릇을 연관 짓듯 처음엔 무척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 점점 추사를 알게 되면 알게 될수록 추사의 섬세한 미각과 그 표현에 은근히 질투가 생기곤 했다.마치 새로생긴 레스토랑이나 요즘 떠오르는 셰프의 음식을 못먹어서 트렌드에 뒤떨어진 양 촌스런 내 모습을 2백년전의 조선의 추사에게 느끼고 있다니… 좀 어이없는 일이지만 추사가 타임머신을 타고 현재로 온다면, 요즘 미식 꽤나 한다는 웬만한 사람들은 단 한방과 깨질 것 같았다. 추사는24세에 청나라 수도인 연경(지금의 베이징)을 부친 김노경(당시 동지겸사은사(冬至兼謝恩使)의 부사(副使)라는 직책으로 중국장기 출장)의 공식 수행원으로 방문하면서 금석학, 서화 등 학문의 영향을 받고 오게 된다. 여기서 주목할만한 것은 추사가 이때 중국의 차에 눈을 뜨면서 그의 미각을 한 차원 높이게 되었다는 점이다. 추사가 차에 대한 뛰어난 미각과 평론의 흔적을 많이 남기고 있는데, 한국의 다성(茶聖)이라 불리는 초의선사가 만든 초의차를 세상에 그리고 역사에 빛내게 한 장본인의 역할을 하기도 하였다. 추사가 동갑내기 스님인 초의에게 보낸 수많은 편지에서 차의 예찬과 특유의 익살이 여기저기 묻어난다.
정민 교수가 쓴《새로 쓰는 조선의 차 문화》에 보면 추사의 편지 전문이 실려있는데, 차를 구하고자 동갑내기 친구인 초의선사에게 보낸 차의 예찬, 그것을 넘어서 익살스런 협박편지도있다. 협박편지를 읽다 보면 웃음이 터진다. 에이그 양반네하고는!
“육차六茶가 갈급한 폐를 적셔 줄 수 있으나 너무 적구려. 또 향운 스님과 더불어 진작에 차를 주기로 한 약속을 정녕하게 하였는데, 일창일기를 보내 주지 않으니 안타깝소. 모름지기 이러한 뜻을 전달하여 그 차바구니를 뒤져서라도 봄 안으로 보내 주면 좋겠소. 인편이 바빠 글쓰기가 어려워 예를 갖추지 못하오. 새 차는 어찌하여 돌샘과 솔바람 사이에서 혼자만 마시면서 애당초 먼 데 있는 사람은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게요? 몽둥이 삼십 방을 아프게 맞아야겠구려.”
조선 최고의 명필이자〈세한도〉의 정갈한 선비 추사가 초의의 육차를 받고 양이 너무 적다고 투덜댄다. 초의 본인은 새차를 마시면서 자신에게는 묵은차만 보냈다고 질투하는 대목은 적잖이 재미있다. 저 옛날 덕산스님의 몽둥이 삼십방을 맞아야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대목에서는 추사의 식탐이 애교스럽기까지 하다. 한편, 자신이 만든 차의 가치를 누구보다도 잘 알아주는 친구를 둔 초의가 한없이 부럽기도 하다. 나 또한 여러 글에서 추사의 한없는 식탐을 발견하고 얼마나 동질감을 느꼈는지 모른다.

어쨌든 이런 저런 자료를 뒤져가며 추사의 맛의 흔적을 찾아갔다. 추사가 평소 좋아했다는 돼지고기, 부추, 은어 등 편지 단편의 조각에서 힌트를 얻는 식재료나 음식의 단어에서 응용을 하며 이런저런 형태의 상차림과 스토리를 만들어갔다. 그러다 고민이 생겼다. 미식가 추사를 생각하며 만든 ‘추사밥상’의 타이틀을 달아도 될만한 식당을 예산에서 찾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실리만 따지는 것이 아니고 식재료의 근본에 대한 주인장의 철학을 느낄 수 곳을 말이다. 번듯하고 규모만 크지 본연의 맛을 살리지 못하고 있는 식당에 추사라는 이름을 걸면 200년전에 돌아가신 추사의 까칠한 품평으로 내가 덕산스님의 몽둥이을 맞을 것만 같았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며 백방으로 찾던 중에 '월정'을 알게 되었다. 소박한 외관으로 인해 예산을 대표할 추사밥상이라는 간판을 내걸을 수 있을까 의아해하며 월정에서 한정식을 시식하게 되었다. 음식보다 차씨 자매의 열정을 들으며 그날 평가를 갔던 사람들은 10여년간 영업한 이곳을 여태 몰랐던가 하며 깜짝 놀라게 되었다. 세상은 변하고 번쩍이는 유행 음식은 돌고 돌아도 자매는 고기와 생선을 제외하고 식당에서 쓸 수 있는 대부분의 재료를 삼천평 땅도 좁다할 정도로 농사를 꼼꼼히 그리고 묵묵히 짓고 있었다. 식당 앞마당에 묻은 정화조는 이중으로 설치하여 음식을 만드는 것만이 아니라 먹고 남은 음식의 잔반처리에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한편 땅에 버릴 음식찌꺼기를 물에 헹구워서 소금기를 빼는 수고도 아끼지 않을 정도로 농사짓는 땅을 소중하게 여기는 정성도 남달랐다.

두부를 만들기 위해서는 콩농사를 짓고, 입맛 돋우는 전채요리로 나오는 달걀찜을 하기 위하여 닭을 키우고, 김치를 담기 위해 젓갈을 직접 담근다. 간장양념에 재워진 너비아니는 약간 짠듯한데 품격의 단맛이 느껴진다. 35년 동안 모아온 간장 맛이 달기 때문이다. 이 간장을 맛간장과섞어 양념간장을 만들고 바로 만든 두부를 찍어먹으니 소박한 맛이 주는 꽉찬 행복이 몰려온다.수육은 추사도 좋아했다는 부추겉절이와 먹거나 10년 동안 잘 간수한 된장으로 만든 강된장을 얹어 쌈채와 결들인다. 월정에서‘추사한정식’상을 받으면 화려하지 않을 뿐더러 어느 음식이 주인공인지 몰라 젓가락 동선을 어디에 두고 시작해야 될지 약간 혼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밥상을 맛볼 때 추사의 심미안을 살짝 빌려보자. 미묘한 차맛과 차를 우리는 물맛까지 가려내던 추사라면 밥상에서 무엇을 기준 삼아 맛보고자 할 것인가? 분명 된장맛, 간장맛, 젓갈맛 등 저변에 깔린 음식 밑간의 격을 볼 것이다. 월정에 추사가 오다면 당신의 이름이 적힌‘추사한정식’을 썼다고 노하지 않고 분명 고개를 끄떡여줄거라 믿는다.
추사한정식 월정
주소 충청남도 예산군 삽교읍 효림리 10-25
전화041-338-1120
밥상 한정식 추사 35,000원 / 월정 20,000원 / 예산 50,000원 예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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