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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R

이윤화의 화식서식(話食書食) <음식문화탐사_전북편을 마치며> 북부 전라도의 또 다른 개성

2013.11.11 | 조회 : 4,696 | 댓글 : 0 | 추천 : 0

어릴 적, 커다란 강물을 보고 있노라면 이 물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왔을까 하는 의문이 들곤 했었다. 강물도 시작점이 있다. 충청도의 젖줄, 거대한 금강은 장수의 뜬봉샘에서 시작된다. 큰 강의 발원지라면 당연히 장수는 물이 맑고 마르지 않는 샘물을 가졌다는 의미일 거다. 7할이 산인 장수에서 태어나 당시 열아홉살 논개는 50대 후반의 남편인 최경희가 의병장으로 나간 경남 진주까지 뒤따라 나선다. 그런데 나이든 남편은 진주성이 왜군에게 함락된 패배에 책임을 지고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되고 그 소식에 논개는 기생으로 가장한 뒤 왜군 장수를 껴안고 진주 남강에 뛰어들어 생을 마감한다. 익히 알고 있는 논개의 스토리인데, 어린나이에 왜장을 껴안고 강에 뛰어든 논개가 태어났다는 장수 산골에 가보고서야 논개의 순수성과 용기가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님을 알게 되었다. 장수는 사람도, 물도, 농산물도 천연 그대로다. 논개의 곧은 기상마냥 장수의 사과나 오미자 등 생산물은 논개의 고지식한 진실마냥 밤과 낮의 확연한 기온차를 그대로 담은 탱탱한 육질을 자랑하고 있다.
자연 그대로의 장수를 체험하고 다음날은 군산에서 주요 일정을 보냈다. 히로스가옥처럼 일제강점기 흔적의 건물과 항구의 모습은 옛 시간의 군산이고 세계 최장의 방조제를 자랑하는 새만금의 위엄은 새로운 군산의 모습이다. 신(新)과 구(舊), 두 얼굴의 조화 이룬 도시. 맛 또한 이성당과 같은 노포(老鋪)의 빵집부터 산타로사와 같은 문화로 다가서는 현대 커피의 명가까지, 옛날과 현대를 함께 즐겼다.
가을이 끝나가고 있다. 음식문화탐사를 함께 못한 분들도 군산과 장수, 그 주변의 익산과 김제로 떠나는 늦가을 전북 나들이를 계획해 봐도 좋겠다.


농가별채에서 펼친 한상차림

 
마을회관까지 알음알음 찾아갔어도 식당과는 별 연관이 없어 보이는 담벼락뿐인데 그곳을 돌고나니 맛집이 나왔다. 도시처럼 흔한 네모 간판도 없이 항아리 써 놓은 ‘장수밥상’이란 흰 글씨가 전부다. 안채는 주인장의 살림집이고 아래 작은 별채가 맛집이란다. 맛집? 갸우뚱하며 별채의 안팎을 둘러본 순간 모든 이들의 마음이 시골집에 온양 편안해졌다. 햇살에 비추는 마당의 돌과 꽃, 한켠에 심어진 사과, 배 등 과실나무를 보고 방안에 들어서니 손수 만든 광목 커튼과 주인장의 정성으로 만든 분재 작품이 방안 여기저기 눈에 띄어 여느 안방에 온 듯하다. 이건 처음 본 감상을 풀어 놓은 것에 불과하고 밥상 앞에 안고 나서는 모두 할 말을 잃었다. 삼백초, 어성초 등 약초를 다린 물이 마른 목을 축이는 일상의 물이고 밥을 짓는 물이기도 하다. 시래기를 말려서 다시 불린 뒤 겉껍질을 또 벗기니 평소 시래기마냥 뒤에 남는 질김이 전혀 없다. 거기에 장수의 자랑, 한우를 넣어 자작한 전골로 만들었다. 밥상에는 많은 나물과 장아찌가 가득한데 가시오가피 나물 접시엔 가시오가피 잎으로 장식하는 센스까지 발휘하고 있다. 식후엔 마당 한켠에서 진한 초록의 쑥갠떡과 토종꿀을 넣은 오미자차와 블루베리차로 가을날의 햇살을 즐겼다.
(장수밥상) 063-351-3724
주소 전북 장수군 용암골 65(산서면 신창리 530-36)
메뉴 마나님밥상 15,000원, 약선등갈비찜 30,000원

한국이 만들어낸 또 다른 짜장, ‘물짜장’


짜장을 모르는 한국 사람은 없지만 물짜장을 아는 한국인은 적다. 물짜장을 설명을 위해서는 중국집에서 양파를 찍어먹는 춘장의 어원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이해가 쉽다. 짜장면의 한자는 작장면(炸?面)인데 장(?)에 볶은(炸) 면(面)이란 뜻이다. 이때의 장은 우리 된장과 비유되는 중국의 장, 첨면장(甛麵醬)을 말한다. 콩과 밀을 찌고 소금을 더하여 발효시킨 장으로 우리 된장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색이 점점 진해진다. 일반 중국집에서 찍어 먹는 춘장은 첨면장에 카라멜을 가미한 공장형 춘장이다. 이 춘장을 기름에 볶다가 돼지고기나 채소를 넣고 물전분을 풀어, 걸죽하면서 윤기가 도는 모양이 현재 우리가 먹는 한국형 짜장면이다. 그런데 신기하게 익산, 군산 일대에 가면 중국집 메뉴에 물짜장이라는 것이 있다. 물짜장이 뭐냐고 물으면 종업원은 ‘춘장이 안들어간 짜장이예요.’라고 말한다. 거참 신기하다. 춘장이 안들어가고 어찌 짜장면이 나온단 말인가? 알고 보니 화교가 운영하는 중식당에서 그들이 말하는 장, 즉 첨면장을 가지고 만든 면인데, 중국에서 파는 짜장면처럼 볶아서 만든 게 아니고 우리가 먹는 한국식 짜장면처럼 물전분을 넣어 물기 촉촉하게 만들어 나온다. 카라멜소스가 들어간 넣은 검은 짜장면 색이 아니라 연한 브라운빛깔을 띤다. 물짜장은 중국의 장을 이용하면서 한국식 짜장면 방식을 따른 또 하나의 퓨전면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익산에서 60년 이상  운영하고 있는 화교의 노포식당 ‘길명반점’에서 물짜장을 맛보았다. 물짜장은 해물이 많이 들어간 삼선물짜장으로 팔기에 일반 짜장보다 값이 비싸다. 그리고 일반 짜장면보다 색도 단맛도 덜한 형상과 맛이다. 한번쯤 경험해볼만하다. 
(길명반점) 063-855-3368
주소 익산시 남중동 131
메뉴 삼선물짜장 8,500원
 

짬뽕으로 순례한 김제, 익산 그리고 군산


1박2일 동안 짬뽕을 여러 번 먹었다. 중국집마다 짬뽕이란 이름만 같지 개성이 참 다르다!  짬뽕의 어원은 여러 갈래이지만, 중국풍 음식으로 일본의 항구도시 나가사키에서 남은 재료를 볶다 국물을 부어 만든 면요리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어쨌든 한국이 짬뽕으로 떠올리는 단어는 빨간색, 얼큰함, 매운맛, 남성호감, 속풀이 등이리라. 김제의 ‘대흥각’은 끼니때면 짬뽕매니아 행렬이 줄을 잇는 지역 명물 중국집이다. 호박, 양파, 목이버섯, 꽤 굵게 썬 돼지고기가 듬뿍 들어간 빨간 국물. 건더기를 들추니 아래 국수가 보인다. 언뜻 보면 육개장 한 그릇을 받은 기분이다. 먹으면 얼큰한 찌개 맛이 받쳐주는 듯하다.


그리고 익산 ‘신동양’의 고추짬뽕은 이름값 톡톡히 하는 정말 매운 짬뽕이다. 하얀 빛깔로 청양고추가 길게길게 썰어져 아낌없이 들어가 톡 쏘는 매운 국물에 눈물 찔금 할지 모르는, 진정한 사나이 짬뽕이다. 한편, 군산은 짬뽕의 격돌지로 이름난 곳이다. 바닷가로 해산물이 풍부하고 무역항으로 화교들이 많이 살아오다보니 자연스레 짬뽕이 발달했고 근래에 들어서는 짬뽕만을 위해 찾는 젊은 미식가들의 인기몰이가 더더욱 짬뽕 붐을 불타오르게 하였다.


‘쌍용반점’ 짬뽕은 빨간 벽돌빛 국물에 홍합이 그득하다. 짬뽕 속의 홍합살을 바르며 분리해서 또 하나의 대접에 홍합 껍질을 채우는 것만으로도 벌써 손님들은 즐겁다. 빛깔에 비해 맛은 그렇게 매운 편은 아니다.
(대흥각) 063-547-5886
주소 김제시 요촌동 182-52
메뉴 고추짬뽕 7,000원
(신동양) 063-855-3100
주소 익산시 갈산동 129-2
메뉴 고추짬뽕 7,000원
(쌍용반점) 063-443-1259
주소 군산시 금동 1-69
메뉴 짬뽕 6,000원

할머니표 수제 순대와 국밥

 
음식점에 처음 들어가서 밥 먹고 있는 사람들의 편안한 표정을 보거나 음식을 팔고 있는 이의 흐뭇한 표정을 보면 일단 안심이 된다. 정순순대가 그렇다. 익산역 건너 작은 중앙시장 초입에서 40여 년 동안 그날그날 순대를 만들고 그 순대로 국밥을 말아 파는 곳이다. 한 때 주인 할머니가 머리가 아파 가게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한 적도 있었지만 다행히 할머니의 회복으로 옛 순대 맛을 여전히 볼 수가 있었다. 피순대의 썰어진 단면이 무척 진한 빛깔이며 그만큼 맛도 깊다. 순대 맛의 차별화는 내장 안 재료의 배합인데 할머니표 손맛순대에는 돼지머리고기가 다져서 들어간다. 국밥 또한 별미다. 내장으로 끓인 국이기에 뭔가 탁한 국물맛의 국밥을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의외로 할머니 국밥은 국물이 참 개운하다. 거기에 소면이 말아 나오는 순대국수란 메뉴도 있다. 돼지고기와 합(合)을 이루는 부추무침이 깔끔하게 무쳐 나오니 국물에 적당량 곁들이면 제격이다.
(정순순대) 063-854-0922
주소 익산시 창인동 1가 103-2
메뉴 순대국수 4,000원/순대국밥 5,000원


추억 군산의 빵 vs 모던 군산의 커피


시대를 초월한 두 얼굴의 군산을 먹거리에서도 체험했다. 빵집이 이렇게 잘 될 수도 있을까? 대기업 베이커리샵에 밀려 동네 빵집들이 문을 닫는다고 여기저기 아우성인데 군산에서는 여타 대기업체인점이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하루에 단팥빵 만개도 판다는 ‘이성당’은 평일에 가도 인기빵이 품절되어 빵 나오기를 기다리는 행렬을 볼 수 있다.


한편, 한적한 거리에 있는 ‘영국빵집’은 60년 이상의 이성당에 비하면 짧은 역사일진 몰라도 나름 30년을 바라보는 동네 전통 빵집이다. 이곳은 보리계의 찹쌀이라는 ‘흰찰쌀보리’를 활용한 보리만주, 보리카스테라 등으로 또 다른 건강빵의 자리를 선점하고 있다. 두 곳의 빵집 모두 세련된 트랜드 빵이 아니라 단팥빵, 야채빵 등 친근한 추억의 빵으로 고객을 사로잡고 있다. 

 
이런 빵집들을 돌면 군산은 추억을 안고 사는 곳으로만 인식할 수 있는데 이럴 땐 꼭 한번 은파유원지 앞의 ‘산타로사’를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물가에 내리쬐는 햇살의 평화로움에 잠시 시간을 멈추고 싶게 한다. 한편 산타로사 실내 2층에서 내려다보는 아래층 커피작업실은 누구든 커피 한잔의 운치에 빠지게 한다. 산타로사 유승민대표는 오늘도 한 잔의 커피가 일구는 문화 인생의 철학을 전파하고 있다.  
(이성당) 063-445-2772
주소 군산시 중앙로 1가 12-2
메뉴 야채빵 1,400원/ 팥빵 1,200원/ 블루빵 2,500원
(영국빵집) 063-466-3477
메뉴 흰찰쌀보리마루 5,000원/ 팥빵 1,200원
주소 군산시 신풍동 1001-11
(산타로사) 063-464-4991
주소 군산시 나운동 248-15 
메뉴 몬순(인도) 7,000원 외 다수

빨간씨, 쓴오이, 쌀과자 

 
지리산 자락에 있는 장수는 해발 500미터 이상의 고지대이고 기온이 낮기에 양질의 ‘오미자’ 재배에 최적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 단맛, 신맛, 쓴맛, 매운맛, 짠맛 다섯 맛이 조화이룬 빨간 열매 오미자로 오미자청 1톤을 한꺼번에 만들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장수오미자가공센터’인데 이곳은 오미자 재배 농가에게 저렴하게 대여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여주’를 아십니까? 오이를 연상하는 모양이나 삐죽삐죽한 돌기를 가지고 있고 맛 또한 무척 쓰다. 비타민C와 식이섬유가 많고 먹는 인슐린이라고 불리며 당뇨환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여주를 보면 입에 쓴 게 약이 된다는 옛말이 틀리지 않구나 하고 공감하게 된다. 군산 개정면 농장의 덩굴에서 여주도 따보고 얇게 썰어 말린 여주를 넣어 끓인 쓴 맛의 여주차의 긴 여운을 체험할 수도 있었다.


‘내 아이에게 무엇을 먹어야 안전할까?’ 어린이 간식을 선택하는 엄마들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 유기농 쌀을 가지고 튀기지 않고 열과 압력만으로 팽창시켜 만드는 쌀과자스낵 공장을 견학했다. 아토피피부염 등으로 고생하는 아이들을 보며 좋은 간식을 먹여야겠다는
신념에서 시작했다는 자매가 경영하는 ‘깊은숲속행복한식품’. 실제 가보면 상호 그대로 산아래에 있어 깨끗한 공기와 깔끔한 공정을 고집하는 쌀과자개발자의 산실임을 알 수 있다. 
(오미자가공센터)
주소 장수군 장수읍 개정리 1225
(군산여주농장)
주소 군산시 개정면 운회리 633-7 (TEL 010-3689-4304) 전화주문구입가능
(깊은숲속행복한식품) 063-832-7065
주소 익산시 여산면 제남리 1163-11, 인터넷주문구입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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