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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만두...한중일 만두와 교자의 문화사

2021.03.15 | 조회 : 2,879 | 댓글 : 0 | 추천 : 0

 

 

만두처럼 맛있는 음식은 없다!

만두처럼 다양하게 발전한 음식도 없다!

 

 

때로는 고기를 비롯한 값비싼 재료를 넣어서 화려하게,

때로는 두부나 각종 채소를 넣어서 푸짐하게,

때로는 설탕과 꿀을 넣어서 달콤하게.

중동이 원산지인 밀, 술에서 비롯된 발효 기술,

그리고 동북아시아의 전통적인 찌고 삶는 조리법이 결합된 이 음식, 만두!

만터우, 자오쯔, 만두, 찐빵, 만주, 교자…

그 이름만큼이나 다양하게 진화해온 한중일 만두 삼국지가 펼쳐진다.

 

지은이 : 박정배

페이지 : 408

판 형 : 140*215

가 격 : 25,000원

발행일 : 2021년 3월 25일

ISBN : 978-89-98439-89-7 03910

 
 

설날 아침에 떡국에 넣어 먹는 김치만두, 중국음식점에서 고추잡채와 함께 먹는 꽃빵, 단팥소가 들어간 일본의 만주. 국적뿐 아니라 먹는 목적도 먹는 때도 모두 다른 이 음식들의 뿌리는 같다. 동북아시아의 한국, 중국, 일본은 쌀밥을 주식으로 하는 대표적인 입식(粒食) 문화권이지만, 국수 같은 면식(麵食) 또한 중요한 음식 문화로 발달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화려한 면식이 바로 만두다.

음식칼럼니스트이자 음식 역사 문화 연구자인 박정배는 도서출판 따비의 신간 《만두 ― 한중일 만두와 교자의 문화사》에서, 같은 뿌리를 가졌으나 저마다의 자연환경, 음식 문화, 역사 속에서 제각기 꽃피워온 삼국의 만두 문화를 탐구한다.

 

 

만두, 첨단 기술의 산물

 

만두라는 음식 이름에 얽힌 가장 유명한 이야기에는 제갈량이 등장한다. 그가 남만(南蠻)의 반란을 진압하고 귀환하는 길에 노수(瀘水)의 험한 물살에 길이 막히는데, 칠종칠금(七縱七擒)의 주인공 맹획이 사람 머리 49개와 염소와 소를 바쳐야 한다고 권한다. 제갈량은 이를 거절하고 사람 머리처럼 빚은 만두를 대신 바친 후 무사히 강을 건넜다. 이 때문에 그 음식의 이름이 남만인의 머리를 뜻하는 ‘蠻頭’였는데, ‘饅頭’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윈난성 일대에 거주하는 와족(佤族)이 실제로 머리사냥을 하던 풍습을 가지고 있던 것을 모티브 삼아 지어낸 이야기다.

일반적으로 음식 이름이 재료나 조리법을 반영하는 데 비해, 만두라는 이름은 그런 특성을 가지고 있지 않기에 이런 이야기가 붙었을 것이다. 중국의 음식사학자나 언어학자들 또한 만두라는 이름의 기원에 대해 여러 가지 설을 제기한다. 만두의 만(饅)은 음식을 뜻하는 식(食)과 ‘~을 싸다’라는 뜻의 만(曼)이 합쳐진 글자로, 피로 소를 싼다는 만두의 형태를 반영한다는 주장이 널리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설도 있다. 만두(饅頭, man․tou, 만터우)가 외래어이며, 불경에 기재된 음식인 만제라(曼提羅, mantiluo, 만지라)의 음역이라는 주장이다. 밀의 원산지가 중동임을 감안할 때, 고개가 끄덕여진다. 밀과 함께, 밀을 알곡이 아니라 가루로 만들어 먹는 음식 문화도 함께 전래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동북아시아에서 만두라는 음식이 탄생하기까지는 반드시 충족되어야 할 전제조건이 있었다. 중동이 원산지인 밀의 현지화, 밀을 곱게 빻아 고운 가루를 만들어내는 제분 기술, 그리고 반죽을 부풀게 하는 발효 기술이다. 북방에는 조와 수수, 남쪽에는 쌀이 있었던 탓에 밀은 중국에서 큰 관심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봄에는 조나 쌀을 심고 가을에는 밀을 심는 이모작이 시작되면서 밀의 공급과 수요가 본격화된다. 맷돌에서 시작해 축력과 수력을 이용한 방아까지, 제분 도구의 발전도 밀의 보급을 도왔다. 술을 빚는 데 사용되던 발효 기술이 밀가루 반죽에 적용되면서 폭신한 피를 만들 수 있었다. 이런 첨단 기술을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은 상류층으로 한정되었고, 만두는 상류층이 제사에 올리는 귀한 음식으로 출발했다.

 

 

설에는 김치만두, 추석에는 송편

 

한국에서 만두는 밀가루 반죽을 얇게 밀어 고기와 채소, 때로는 두부와 김치 등을 다져 만든 소를 싸서 찌거나 삶아서 먹는 음식이다. 그러나 만두의 발상지 중국에서 만두는 보다 다양하다. 핵심적인 기준은 밀가루 피의 발효 유무다. 밀가루 반죽을 발효시켜 소를 싸면 부드럽고 폭신한 식감의 만두를 만들어진다. 반면, 우리의 만두처럼 발효시키지 않은 반죽으로 소를 싸면 쫄깃한 식감을 맛볼 수 있다. 어떤 반죽을 쓰느냐에 따라 조리법도 결정된다. 발효하여 부풀어 오르는 반죽으로 만두를 빚으면 굽거나 찌는 방법으로 익혀야 한다. 발효시키지 않은 반죽으로 빚은 만두는 물에 넣어 끓일 수 있다.

다른 조리법을 사용하는 음식이니만큼 이름 또한 다르다. 우리가 만두라 하는 비발효 피로 소를 싼 음식을 중국에서는 교자(餃子, 자오쯔)라 한다. 만두(饅頭, 만터우)는 발효시킨 피로 소를 싼 음식을 가리키는 이름이었는데, 다시 분화된다. 소를 넣고 싸는 음식은 포자(包子, 빠오즈), 중국음식점의 꽃빵처럼 소가 없는 음식은 만두(만터우)인 것이다.

한국의 만두에는 왜 이런 식의 구분이 없을까? 고려가요 〈쌍화점〉에서 회회아비가 파는 음식 雙花(당시 발음으로는 상화, 혹은 솽화)를 주목하자. 이 음식이 바로 발효시킨 피에 소를 싼 중국식 만두였다. 허균의 《도문대작》에는 雙花와 饅頭가 동시에 등장하며, 한글 조리서 《음식디미방》에도 만두 만드는 법과 상화 만드는 법이 함께 소개된다. 만두법은 메밀 피에 고기를 싸서 삶는 것이고, 상화법은 팥과 꿀을 넣고 밀가루로 피를 빚어 쪄낸다. 즉 조선 시대까지 발효 만두와 비발효 만두의 구분이 있었고 이름도 달랐던 것이다. 하지만 20세기가 되면서 상화는 사라지고 만두가 모두를 아우르는 이름으로 정착했다.

한반도에서는 얇게 저민 생선살에 고기를 싼 고급 음식 어만두, 배추김치를 두부, 숙주와 함께 다져 소로 쓰는 김치만두 같은 한국식 만두가 발달했다. 가장 특징적인 한국식 변형 만두는 바로 송편이다. 모름지기 음식은 다른 지역이나 문화권으로 전파되면서 현지화되게 마련인데, 멥쌀을 주식으로 하는 한반도에서는 쌀가루로 피를 빚어 단맛 나는 소를 넣고 싼 송편이 만들어져 추석을 상징하는 음식이 되었다.

 

 

일본 교자의 발음은 한국어?

 

일본에서는 만두를 ‘만주’로 발음한다. 만주는 주로 식사로 발달해온 중국과 한국의 만두와 달리 과자로 발달한 음식이다. 단맛을 내는 팥소가 만주의 핵심인데, 귀족과 승려 같은 고위층의 다도 의식에서 차를 마실 때 곁들이는 음식으로 정착했다. 고기소를 넣은 만두, 즉 니쿠만(肉まん)이 대중화된 것은 육식 금지가 풀린 메이지 시대 들어서다. 발효시킨 폭신한 피에 단팥소나 고기소를 넣은 일본식 발효 만두는 1965년의 소매점용 찜기 도입으로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되었고, 한국의 호빵에도 영향을 미쳤다.

일본 음식으로는 드물게 마늘이 듬뿍 들어가는 음식이 교자다. 중국의 자오쯔, 한국의 만두처럼 발효시키지 않은 얇은 피로 고기와 채소 소를 싼 음식으로, 물에 삶아서도 먹지만[스이교자], 기름을 두른 팬에 찌듯이 굽는[야키교자] 조리법을 주로 사용한다. 교자는 전병과 비슷한 중국음식인 꿔티에(鍋貼)의 ‘굽는’ 조리법과 자오쯔의 형태와 이름(餃子)에서 영향을 받은 음식이다.

그런데 중국어로도, 일본어로도 이 한자는 교자(ギョウザ)로 발음되지 않는다. 餃子라는 한자는 한국어 발음으로 정확히 교자가 된다. 교자라는 음식을 먼저 접한 것은 1930년대 만주로 이주한 일본인들이었다. 당시 만주에는 중국인, 일본인뿐 아니라 조선인도 많이 거주하고 있었는데, 그 영향을 받아 ‘교자’로 발음하게 되었다는 것이 유력한 설의 하나다.

 

이렇듯, 만두는 중동으로부터의 밀 전래와 찌고 삶는 조리 방법이 결합돼 탄생한 동북아시아의 독특한 음식 체계다. 저자는 다양하게 발전한 만두와 교자의 문화사를 한중일 삼국의 음식 관련 문헌 자료는 물론, 고고학적 증거와 언어학 자료까지 섭렵하며 펼쳐 보인다. 저자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하나의 음식 속에 담긴 광대한 역사가 더듬어질 것이다.

 

<지은이>

박정배

음식칼럼니스트·음식 역사 문화 연구자

한·중·일 음식의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고 글을 쓰는 사람이다. 저서로 《음식강산 1, 2, 3》(한길사), 《한식의 탄생》(세종) 등 다수가 있다. 《조선일보》에 〈박정배의 한식의 탄생〉 〈음식의 계보〉 〈박정배의 미식한담〉 등을 연재했고, 《중앙일보》에 〈박정배의 시사음식〉을 연재하고 있다. KBS 1TV 〈밥상의 전설〉과 〈대식가들〉, SBS PLUS 〈중화대반점〉에 고정 패널로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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