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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이야기] 한식으로 펼치는 파인다이닝의 미식 컨템포러리 지수 (Gastronomic Contemporaneity Index)는?
2026.03.19 | 조회 : 89 | 댓글 : 0 | 추천 : 0
[맛있는이야기]
한식으로 펼치는 파인다이닝의
'미식 컨템포러리 지수 (Gastronomic Contemporaneity Index)'는?

2026 미쉐린가이드 서울&부산에서 1스타를 획득한 레스토랑 주은(사진제공_미쉐린가이드)
한식을 떠올릴 때 정교한 작품 같은 한 접시가 연상되는 사람은 아직 많지 않다. 우리의 머릿속 한식은 여전히 푸짐한 반찬이 놓인 상차림, 비빔밥, 된장찌개처럼 생활 속 밥상의 이미지에 가깝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한식으로 또 다른 ‘정찬의 세계’를 여는 흐름이 생겨났고, 이제 그 영역은 ‘한식 파인다이닝’이라는 장르로 확고히 자리 잡아가고 있다.
파인다이닝이란, 음식의 완성도는 물론 공간의 분위기, 서비스, 그리고 스토리텔링까지 아우르며 하나의 예술적 경험으로 설계된 고급 식사를 제공하는 공간이자 식문화를 의미한다. 파인다이닝이라는 용어가 생소했던 20여 년 전만 해도 국내 파인다이닝의 중심은 프렌치 등 서양 요리를 기반으로 한 레스토랑들이었다. 그러다 2009년 임정식 셰프의 ‘정식당’이 ‘뉴코리안(New Korean)’이라는 자신만의 카테고리를 제시하며, 말 그대로 ‘새로운 한식 창작 요리’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 지점은 한식이 또 하나의 현대적 스타일로 인식되기 시작한 중요한 전환점이기도 했다.
한식 파인다이닝의 스펙트럼은 마치 그러데이션 그래프와도 같다. 한쪽 끝에는 전통 한식의 원형이 있고, 다른 한쪽 끝에는 모던한 표현이 자리한다. 각 레스토랑은 이 선 위 어딘가에 자신만의 위치를 점한다. 이는 같은 뿌리를 공유하되, 서로 다른 언어로 한식을 해석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의 요리가 어디쯤에 위치하는지를 자각하고 설명할 수 있다는 점 자체가, 오늘날 한식 파인다이닝의 중요한 지표가 되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한식 파인다이닝으로 2025년 미슐랭 3스타를 획득한 강민구 셰프의 밍글스를 들 수 있다. 이곳의 시그니처 디저트인 ‘장 트리오’는 된장을 넣은 크렘 브륄레, 고추장을 활용한 요소, 간장을 변주한 풍미를 하나의 디저트로 완성한 작품이다. 이 디저트는 한식 파인다이닝 초기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한식의 장(醬)’이 디저트까지 확장될 수 있음을 각인시켰다.
이처럼 한식 파인다이닝은 정통 한식을 해석하고 재구성하는 작업에서 출발한다. 여기에 셰프의 철학, 재료에 대한 태도, 그리고 세계관이 덧입혀진다. 한식 파인다이닝 메뉴 대부분이 단일 코스로 정해져 있는 이유기도 하다. 음식이 제공되는 순서와 플레이팅의 눈높이, 먹는 방향에도 셰프의 의도가 담겨있고 이를 온전한 서사로 경험하도록 서비스해야 한 끼의 식사가 완성된다.
최근에는 유명 OTT 플랫폼(넷플릭스)의 요리 경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의 흥행으로 파인다이닝에 대한 대중의 인식도 크게 달라졌다. 파인다이닝이 더 이상 낯선 세계가 아니라, 호기심과 관심의 대상으로 다가오게 됐고, 그중에서도 한식 파인다이닝 셰프들이 자연스럽게 중심에 서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한식 파인다이닝이 지금처럼 관심이 집중된 배경에는 다년간의 흐름이 누적돼 있다. 2000년대 이후 프렌치 요리 중심이던 미식 세계는 노르딕, 페루, 일본 가이세키 등으로 확장되며 ‘자기 땅의 음식이 가장 현대적일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이 흐름 속에서 한식 역시 자연스럽게 주목의 대상이 되기 시작했다. 더불어 뉴욕, 파리, 런던 등 해외 무대에서 먼저 인정받은 한식 셰프들의 지속적인 도전과 성과도 큰 역할을 했다. 여기에 국내 미식 소비자의 성숙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맛 그 자체를 넘어 스토리와 맥락, 만든 이의 철학을 읽어내려는 태도, 그리고 술을 매칭하는 마리아주를 포함한 미식 문화 전반의 깊이가 한식 파인다이닝을 지탱하는 토양이 되었다. 결정적으로 최근 K-컬처의 확산은 음식이 ‘미식 외교’의 핵심 콘텐츠로 자리 잡게 만드는 거대한 물결이 되었다.
그렇다면 한식 파인다이닝에는 한식의 어떤 철학과 정체성이 녹아 있는 걸까?. 국내외 한식 파인다이닝 셰프들이 공통적으로 주목하는 지점은 ‘발효’다. 장(醬), 김치, 젓갈, 식초 등 시간이 만든 기본 맛에 대한 관심은 한식 파인다이닝을 차별화하는 핵심 요소로 인지하고 있다. 또한 한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제철성, 식재료 본연의 결을 살리는 절제, 균형과 조화의 미학 역시 중요한 키워드다. 화려함보다는 응축된 맛, 과시보다는 맥락을 중시하는 태도 속에서 한식 파인다이닝은 자신만의 언어를 더욱 또렷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한식 파인다이닝을 단순히 ‘한식을 고급스럽게 만든 요리’로 바라보기보다, 한식이라는 뿌리를 현대의 감각으로 번역하여 세계 미식의 문법으로 전달하는 문화적 시도라는 확장된 의미로 바라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시도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이러한 여정의 이정표가 되고 있는 서울의 한식 파인다이닝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미식 컨템포러리 지수 (Gastronomic Contemporaneity Index)
* 레스토랑별 지수는 필자가 개인적으로 설정한 지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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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아름다움을 승화시킨 절제미
군더더기 없이 고품격을 지켜온 곳이다. 역시 신라호텔이 만든 작품답다.
환영 음식에서 시작해 구절판, 제철 생선 냉회, 생선조림, 신선로, 토종쌀 솥밥까지 한식의 기본을 충실히 지키면서도 디테일과 완성도를 한 단계 끌어올린다.
절제된 서비스 또한 인상적이다. 저녁 시간에는 서울타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노을의 그러데이션까지 더해져, 한 번쯤은 반드시 경험해 볼 만한 공간이다.


라연
호주인 셰프의 한식 발효 사랑
한식을 사랑하는 호주인 셰프 조셉 리저우드가 바라보는 참신한 한식 다이닝. 특히 발효에 대한 관심이 깊다.
담양의 기순도 명인을 찾아가 직접 장을 배우고 담그며, 그 장으로 다양한 요리를 시도한다.
‘오마이갓’이라는 전통주를 직접 만들어 응용 한식과의 마리아주를 탐구하는 등, 한식의 확장 가능성을 끊임없이 실험하고 있다.


에빗
한식의 기본을 예술로 재탄생시키다
코스 하나하나에 ‘한식의 기본’을 어떻게든 담아내려는 의지가 또렷하다.
된장을 더한 육회에서는 깊은 감칠맛이 살아나고, 방어는 집된장으로 절제된 간을 입혔다.
뇨끼를 한국적으로 재해석한 감자전은 맛과 형태 모두에서 유니크하다.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응용에는 분명한 철칙이 있다.
김희은·윤대현 부부 셰프의 고민은 결국 손님에게 즐거운 재탄생으로 다가온다.


소울
손종원 셰프 크루팀의 창의성
고정된 메뉴판은 없다. 음식이 나올 때마다 식재료 카드가 함께 제공되고
그 위에는 요리를 만든 사람 혹은 서비스를 담당한 스태프의 이름이 적혀 있다.
밤껍질을 우려낸 물에 밤과 쌀로 만든 밤미음, 술지게미와 팥으로 완성한 가볍고 살짝 얼린 공기 주입 케이크, 자개함에 담긴 쁘띠푸르까지
하나하나가 명확한 개성과 창의성을 드러낸다.


이타닉가든
엄태철 셰프의 차분한 모던 한식
전통에 뿌리를 둔 모던 한식을 표방하며 고즈넉한 한남동에 자리하고 있다.
메뉴명부터 죽, 쌈, 물회, 버섯잡채, 밥, 갈비, 초계국수, 후식까지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다.
절제와 기본, 그리고 섬세한 센스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며 ‘소설’이라는 이름처럼 차분한 이야기를 음식으로 풀어낸다.


소설한남
'흑백요리사' 김도윤 셰프의 새로운 한식 지평
김도윤 셰프의 손을 거치면 식재료는 말려지고, 발효되고, 훈연되며 전혀 다른 모습으로 재탄생한다. 식재료 활용의 폭이 매우 넓다.
고추장에 절인 굴, 반건조 숙성 장어 타르트, 매운 보드카와 만두의 페어링 등은 기존의 사고를 과감히 뛰어넘는다.
특히 직접 제분·제면한 면 요리는 늘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고 있다.


윤서울
강민철 셰프의 유니크 한식다이닝
프렌치 요리를 해온 셰프의 한식 도전은 확실히 특별하다. 공간부터 한식과 양식의 경계를 허물며 새로운 조화를 시도한다.
캐비어와 동치미가 나란히 등장하고, 우니 국수에는 스모크 간장이 이어진다.
간장게장 살과 블랙 트러플을 듬뿍 올린 밥에서는 오히려 한식 특유의 은은함이 또렷하게 느껴진다.


기와강
이윤화 다이어리알 대표/ <대한민국을이끄는외식트렌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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