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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얼굴로 찾아온 한식...식문화 콘텐츠 기업 ‘다이어리알’ 이윤화 대표에게 '한식 파인다이닝'의 현주소를 묻다
2026.03.06 | 조회 : 661 | 댓글 : 0 | 추천 : 0
[INTERVIEW]
새로운 얼굴로 찾아온 한식
식문화 콘텐츠 기업 ‘다이어리알’ 이윤화 대표에게 '한식 파인다이닝'의 현주소를 묻다

다이어리알 이윤화 대표
한국의 미감이 담긴 음식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장악하고, 명인이 만든 간장·참기름·식초가 맛의 비결로 세계인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최근 방영된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에 나온 셰프들의 한식 파인 다이닝 매장은 몇 달째 예약이 만석이다. 오로지 일류 셰프의 한식을 맛보기 위해 한국을 찾는 관광객도 있을 정도. 음식평론가이자 ‘다이어리알’ 대표인 이윤화 씨는 이러한 열풍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닌, 그간 누적된 한류와 한식 셰프들의 노력이 맞물린 결과라고 말한다.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서바이벌 요리 예능〈흑백요리사〉 파이널 라운드는 한식 파인 다이닝을 향한 열기를 단적 으로 보여줬다. 〈흑백요리사〉시즌 1에서 에드워드 리 셰프는 삶은 쌀떡을 갈아 만든 반죽을 떡 모양으로 빚어 얼린 후, 고추장 캐러멜 소스를 넣어 ‘나머지 떡볶이 디저트’를 만들었다. 한국의 정(情) 문화와 이민자로서 자신 의 삶이 담긴 이 음식은 심사 위원과 시청자의 찬사를 받았다.
〈흑백요리사〉 시즌 2에서 이하성 셰프가 선보인 순댓국 도 마찬가지. 막창과 곱창으로 내장 샐러드를 만들고, 제 피와 방아잎을 넣어 만든 패티 모양 순대에 육수를 부어 포크와 나이프로 즐기는 새로운 순댓국을 창조했다. 이 또한 유년 시절 아버지와 목욕탕에서 목욕 마치고 먹던 뜨끈한 순댓국을 변주한 음식이다. 숱하게 먹어온 한식 이 상상 이상의 모습으로 재탄생한 모습에 한 번, 일류 셰 프가 마지막 결승전에서 한식을 택해 음식에 자신의 서 사를 풀어냈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흑백요리사〉 시즌 2의 출연자 선재 스님이 비빔밥에 사용한 간장·식초·참기름·고추장은 맛의 비법으로 주목받 았다. 이를 다룬 유튜브 쇼트 폼 영상은 열흘 만에 조회수 300만 회를 넘어섰다. 고추장 닭날개조림, 황태해장국 같은 〈흑백요리사〉 출연 셰프들의 레시피로 만든 한식이 회사 식당이나 학교 급식으로 나오는 등 일반인들의 일상에까지 그 화제성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 무대에서도 고급 한식의 성과가 이어졌다. 지난해 강민구 셰프가 이끄는 한식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밍글스’가 국내 영업 중인 음식점 중 유일하게 미슐랭 3스타 식당에 올랐다. 미식의 격전지로 불리는 미국 뉴욕에 자리한 한식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아토믹스’는 2024년 미식계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50’ 어워드에서 북미 1위에 선정됐다. 2025년 미슐랭 가이드 뉴욕에서 별을 받은 72곳의 식당 중 한식 식당은 11곳. 미식의 전통 강국인 프랑스 식당(9곳), 이탈리아 식당(1곳)을 앞지르는 수치다.
식문화 콘텐츠 기업 ‘다이어리알’의 이윤화 대표는 이런 현상이 고급 식문화에서 한식이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20여 년 전만 해도 파인 다이닝 장르에 ‘한식’은 거의 들어가지 않았어요. 고급 정찬이라고 해도 한정식 정도였죠. 지금은 전통에 가까운 방식부터 말하지 않으면 한식인 줄 모를 정도의 모던한 방식까지 한식의 스펙트럼이 넓고 다채로워졌어요.”
한류와 엘리트 셰프의 결합
한식 파인 다이닝이 처음 세계 무대에 알려진 것은 임정식 셰프가 2011년 뉴욕에 연 ‘정식’이 한식 식당 최초로 미슐랭 별을 받으면서다. 2000년대 한국의 젊은 셰프들은 미국의 CIA, 프랑스의 르 꼬르동 블루, 일본의 츠지 등 세계 엘리트 요리학교로 유학을 떠나 다년간 세계 무대에서 쌓은 경험을 기반으로 레스토랑을 내고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중 한식을 택한 셰프들은 한식을 해체하고 재구성해 코스 요리로 풀어내며 자신만의 한식을 개척했다. 임정식 셰프도 그중 한 사람이다. 이후 2017년 미슐랭 가이드가 한국에 들어온 것이 기폭제가 되어, 고급화 전략이 시장에서 소구력을 갖게 되며 국내에서도 한식 파인 다이닝이 빛을 보게 됐다. 2025 미슐랭 가이드 서울·부산 40곳의 스타 레스토랑 중 21곳이 한식을 기반으로 한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이다. 이 대표는 이런 흐름이 한류 열풍과도 연결된다고 말했다.
“K-팝과 K-드라마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라면, 김밥, 치킨 같은 K-푸드가 세련된 음식으로 소비되고, 파리바게트, 롯데리아, BBQ , 맘스터치 같은 한국 토종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세계 시장에서 활약하면서 한식 전반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졌죠. 한식 파인 다이닝은 K-문화가 만들어온 탄탄한 토대 위에서 한식을 정점으로 끌어올린 것이고요.”

식문화 전문기업 다이어리알은 매년 국내 외식 트렌드를 분석한 <대한민국을 이끄는 외식트렌드>를 발간하고 있다
한 편의 공연과 같은 미식 경험
한식 파인 다이닝은 보통의 한식과 무엇이 다를까. 이 대표는 근본적인 차이를 셰프들의 철학이 담겼는지 여부에서 찾았다. 좋은 재료, 뛰어난 맛과 그 맛을 돋우어주는 술, 그리고 이를 아우르는 최고급 서비스가 셰프의 철학으로 완결되어야 파인 다이닝이라는 설명이다.
“숙련된 조리로 기존의 한식을 재창조하는 것은 기본이고, 메주를 디저트 접시로 낸다거나, 장독이나 갓 같은 한국 전통 오브제를 데코레이션으로 활용하는 것 모두 한식에 대한 셰프의 철학이 담긴 연출입니다. 마치 한 편의 공연을 보듯 풍부한 미식 경험에 사람들이 매료되는 것이죠.”
셰프들은 산지의 제철 식재료를 공수해 한식의 원형을 잇고, <음식디미방> <규합총서> 같은 고조리서를 공부해 옛 이야기를 더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한국 문화를 다이닝에 엮어낸다. 이 대표는 한식을 고급화하는 이러한 방식 중 ‘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장에 대한 관심은 한식을 근본적인 차원에서 응용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실제 미슐랭 별을 받은 ‘밍글스’의 강민구 셰프, ‘7th Door’의 김대천 셰프 등 한식 파인 다이닝을 하는 많은 셰프들이 자신의 장을 만들기 위해 장 명인들을 찾는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장은 와인으로 치면 ‘떼루아’ 같은 거예요. 물과 공기, 그리고 예부터 집마다 내려오던 레시피가 어우러져야 완성되죠. 그래서 다른 것으로는 대체할 수 없어요. 오직 이 땅에서만 나올 수 있는 재료거든요. 이제는 예쁘고 비싼 식재료만으로는 큰 차별성이 생기지 않습니다. 셰프들이 한식의 근본인 장을 응용해 자신만의 맛을 만들어낸다는건 그만큼 한식을 다루는 방식이 더 깊어졌다는 뜻이에요.”
과거엔 중요한 비즈니스나 외국인 접대에 한정해 고급 정찬을 찾았다면, 이젠 젊은 층을 중심으로 파인 다이닝에서의 식사가 여행이나 좋아하는 배우의 공연 같은 새로운 놀잇거리가 되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조사에 따르면 고급 레스토랑 방문 경험이 2022년 44.0%, 2023년 51.9%, 2024년 54.4%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음식에 대한 젊은 소비자들의 반응이 예전보다 훨씬 깊고 다채로워요. 현지의 맛과 비교하고, 생소한 디저트도 즐기죠. 어떤 가치와 미감을 반영했으며 세프의 삶의 이력이 어떻게 반영됐는지 등을 꼼꼼하게 따져가며 즐겨요.”
식사에 술까지 더해지면 50만 원 선까지도 올라가는 고가의 식사인 파인 다이닝은 아직은 소수가 즐기는 외식 문화다. 그럼에도 유명 셰프의 레스토랑 예약을 위해 11만 명이 몰려 식당 예약 애플리케이션(앱) 접속이 마비되고, 중고 거래 플랫폼에 식당 예약권이 70만원 대에 올라올 만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가격이 아무리 비싸도 가치가 확실하다면 지갑을 열 마음이 있음을 뜻한다. 미식 경험의 시작을 한식으로 해보는 건 어떨까. 사찰 음식, 반가 음식, 궁중 음식 등 선택지도 넓다. 특별한 날 하루를 빛내기에 충분하다.
“ 파인다이닝이 한식의 깊이와 정교함을 세계적으로 알린다면, 캐주얼한 한식당은 접근성과 합리성을 무기로 현지인의 일상 속으로 파고듭니다.”

이윤화 대표는 서울 방배동에서 이탤리언 비스트로 '시스트로'를 운영 중이다
글 이수정 기자 / 사진 전승 기자
*본 인터뷰는 <전원생활> 3월호 '한식, 미식이되다'에 수록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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