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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숯불구이 #미소본가스마일칼국수 #대선칼국수본점 #올면키친

[미식기행R] 기승전(起承轉) 국수의 도시 대전 맛집

2025.12.19 | 조회 : 3,600 | 댓글 : 0 | 추천 : 0

 

[미식기행R]

기승전(起承轉) 국수의 도시 대전 맛집

 

 글/사진 이윤화 (주)다이어리알 대표

 

 

릴 적 집에서 먹었던 국수는 엄마가 밥 대신 손쉽게 차려주던 따뜻한 끼니였다.

 

특히 겨울이면 김치 칼국수를 자주 끓여 주셨는데, 젖은 칼국수 면을 사 오는 건 언제나 내 몫이었다. 신문지에 둘둘 말아주는 면은 축축해 금세 늘어졌고 잘못 들면 신문지가 찢어질까 조심스레 안고 오곤 했다. 손에 들린 면 덩어리에서 덧가루인 밀가루가 툭툭 떨어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국수를 끓이는 방식은 간단했다. 먼저 커다란 냄비에 대멸치를 넣고 육수를 끓이다 신김치를 송송 썰어 넣는다. 국물이 끓어오르면 밀가루를 살짝 털어낸 면을 풀어 넣고 서로 붙지 않게 잘 저어준다. 그렇게 완성된 김치칼국수 한 그릇은 얼큰하면서도 밀가루를 머금어 걸쭉했다. 마치 풀죽 같다고 느꼈던 그 맛은 훗날 알게 된 제물칼국수였다.

 

 잔치국수나 건진국수처럼 면을 따로 삶아 육수에 넣는 방식은 국물이 맑지만 면을 그대로 제물에 넣어 삶았다는 의미인 제물칼국수는 덧가루가 그대로 퍼져 국물이 탁해진다. 국수를 따로 삶지 않아 간편하면서도 국물 맛이 깊다. 국내 많은 지역의 일상 칼국수는 이 제물 방식이고 그중에서도 대전은 제물칼국수가 다양하게 발달한 도시다.

 

 한때 시대별 음식 전시를 기획하며 1950~60년대 식생활을 조사한 적이 있다. 전쟁 직후 식량난 속 미국 원조 밀가루 시대가 열리며, 쌀 대신 밀가루가 식탁을 지배하던 시절이었다. 이 시기 수제비와 칼국수는 전 국민의 주식처럼 퍼졌고, 특히 대전은 철도 물류 중심지이자 원조 밀가루의 유통 거점이었다. 대전의 유명한 빵집 성심당도 당시 원조물자인 밀가루를 활용해 대전역 앞에서 찐빵을 만들면서 시작됐다. 또한 전형적인 내륙의 특성까지 더해져 자연스레 밀가루 면 문화가 대전 외식의 DNA로 자리 잡았다.

 

그래서일까, 대전에 가면 국숫집이 유난히 많다. 가을에는 누들대전축제도 열린다. 단출한 국수 한 그릇에 수육이나 전을 곁들여 식탁을 풍성하게 하고, 식당의 매출도 높이는 국수 + 00 요리조합은 대전만의 미식 공식이다. 그중 기억에 남는 몇 곳을 소개한다.

 

 

양념숯불구이와 즉석수제칼국수

옥수숯불구이

 

식당 외관은 흔한 고깃집처럼 평범하다. 자리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면 절반은 고추장양념 고기를 굽고 나머지는 칼국수에 코를 박고 있다. 꽤 만족스러운지 모두 열심히 먹고 있다. 촉촉한 고추장양념 고기는 초벌구이된 상태로 나온다. 나머지 구이 완성은 손님이 직접 한다. 매콤 달콤한 양념의 조화가 절묘하다. 고기를 절반쯤 먹을 즈음 어린이 새숫대야만 한 냄비가 등장한다. 그 안에는 칼국수 육수가 찰름찰름(잘름잘름의 충청도 방언, 가득 찬 액체가 흔들려 자꾸 조금씩 넘치는 모양)’ 하다. 마른 새우가 둥둥 떠 있고 국물 밑에는 바지락, 감자가 숨어있다. 면을 넣기 전에 국물을 한 숟갈 먹었는데 속풀이처럼 시원하다. 삐뚤빼뚤한 두툼한 손칼국수가 오래 끓으니 매끈한 면발로 바뀌게 된다. 잘 절인 무김치, 막 담근 듯한 나박김치가 모두 매력적이다. 종일 수고한 사람, 하루가 특히 고단했던 사람, 밤늦게까지 일한 사람, 그저 술이 당기는 사람, 모두 와도 좋다. 24시간 운영하니 언제 찾아가도 안심하다. 가성비 최고.

 

 

 

대전 서구 변동중로 49

숯불구이 300g 23,000, 손칼국수 9,000원 손만둣국 10,000

 

 

소박한 김밥이 맛을 돋우는 칼국수

미소본가스마일칼국수

 

대전 시민의 국수 사랑을 증명하는 대표 맛집. 어떤 사람은 유려한 언변으로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강렬한 인상을 전달하고, 어떤 사람은 처음엔 눈에 별로 띄지 않지만 시간이 가도 싫증 나지 않고 만날수록 정이 깊어진다. 스마일칼국수는 후자다. ‘화려하지 않지만 묘하게 끌린다는 평이 많다. 밴댕이(디포리) 육수에 부추가 듬뿍 들어가고 들깻가루 뿌려진 국물은 면과 함께 또는 그냥 먹어도 자꾸 먹게 된다. 제물칼국수 특유의 걸쭉함을 맛보는 듯하다. 또한 테이블마다 칼국수와 함께 김밥이 놓여있다. 오이, 단무지, 달걀, 맛살 등이 들어간 평범한 김밥이지만 칼국수의 단짝으로 완벽하다. 음식도 사람도 꾸준한 매력이 있으면 자연스레 스마일하게 된다.

 

대전 중구 보문로230번길 82

손칼국수 8,000원 김밥27,000원 수육() 20,000

 

어슷 썬 명품 수육과 즐기는 칼국수

대선칼국수 본점

 

70년 역사의 노포로 3대째 이어오는 대선칼국수. 어떤 메뉴든 허투루 내놓는 것이 없다. 칼국수는 중간 굵기의 둥근 면에 쑥갓이 얹어진 모양새다. 다른 칼국수에 비해 깔끔하고 얌전한 국물로 품위가 있다. 대선칼국수에서는 칼국수 못지않게 인정받는 것이 수육이다. 전국 미식가들 사이에서도 유명하다. 식당 입구 수육 코너에서 주문 즉시 썰어준다. 납작하고 평평하게 써는 것이 아니고 어슷어슷 썬다. 수육 한 점이 입안에 들어가면 도톰함과 쫄깃함의 균형이 딱 맞는다. 비빔국수는 삶은 칼국수 면에 양념을 넣어 비벼 먹는데, 타지에서 온 사람들은 이 비빔 스타일을 꽤 신기해한다. 오징어두루치기, 두부두루치기도 인기 메뉴로, 한 자리에서 대전의 다채로운 면 밥상을 경험할 수 있다.

 

 

대전 서구 둔산중로40번길 28 오성빌딩 2층 대선칼국수

수육() 30,000원 칼국수 9,000원 비빔국수 9,5000원 오징어+두부두루치기 30,000

 

국수공장 옆 다양한 면사랑

올면키친

 

대전 동구 산내의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한 올면키친’. 아담한 마당을 지나 들어가는 순간 편안한 가정집에 온양 마음이 놓인다. 인근에는 부모님이 운영하는 국수 공장 대성 F&D’가 자리하며, 30년 전통의 올면을 딸이 이어받아 건강한 국숫집으로 재해석했다. 껍질 벗긴 들깻가루와 고기 소보로가 얹어진 들기름 막국수는 향긋하고 꽤 고소하다. 100% 쌀면으로 끓인 뽀얀 안동국시는 쌀쌀한 계절에 제격이다. 속이 꽉 찬 만두는 국수 한 그릇만으로 아쉬울 때 같이 먹기 좋은 친구다.

공장 직영 맛집답게 막국수·냉면·쌀국수·우동까지 다양한 면 요리가 가능하다. 이름처럼 모든(ALL) 면의 주방이라는 별칭이 잘 어울린다.

 

대전 동구 산내로 953

들기름막국수 11,000, 안동국시 12,000원 소갈비쌀국수(계절한정) 15,000원 평양식손만두 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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