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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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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물길 따라 즐기는 미식 산책, 의림지 가스트로 투어

2025.10.22 | 조회 : 52,445 | 댓글 : 0 | 추천 : 0

 

천년 물길 따라 즐기는 미식 산책, 의림지 가스트로 투어

 

글/사진 이윤화 (주)다이어리알 대표

 

충북 제천 의림지

 

농경시대에는 하늘에서 내리는 비에 의존하며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물을 저장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쓰기 위해 저수지를 만들었다. 인간이 만든 저수지라고 하면 흔히 학교 운동장만 한 웅덩이 정도를 떠올리기 쉽지만, 충북 제천 의림지에 가보면 그 규모에 놀라게 된다. 둘레만 약 2km이니 서울 잠실의 석촌호수와 비슷한 폭이다.

 

의림지의 탄생은 삼한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300년 이상의 세월 동안 자라난 숲과 풍경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멋을 보여준다. 둘레길도 평탄하게 정비돼 있어 사계절 다양한 구간과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석촌호수도 아름답지만 귀로는 놀이동산에서 울려 퍼지는 비명소리에 고개를 돌리면 고층 아파트와 빌딩만 보이는 반면, 의림지는 사방을 감싼 자연과 함께 고요하고 고즈넉한 시간을 선사한다. 낮에는 주변의 나무들이 의림지의 물빛에 스며 진초록 또는 청록빛으로 빛난다. 밝은 푸른빛의 도심 호수 농도와는 사뭇 다르다. 밤이면 달빛과 가로등 불빛이 호수 위에 흩뿌려져 마치 반짝이는 까만 푸딩의 표면 위로 별빛이 흔들거리는 듯하다.

 

제천시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산간분지 지형으로 일명 산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의림지가 없었다면 제천은 그저 밋밋하고 평범한 중소 도시로 그쳤을지도 모른다. 제천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들의 소풍 장소였던 의림지는 지금도 시민들의 휴식 공간이자 제천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외지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세월이 지나 의림지는 물을 다스리는 곳간에서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아 추억을 담는 큰 그릇이 되었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손맛도 모이는 법이다. 의림지를 따라 로컬의 맛을 품은 실력 맛집을 비롯해 산수의 기운을 품은 여유로운 분위기의 카페들이 속속 들어서 나라가 지정한 경승지(景勝地)도 식후경임을 일깨운다.

 

의림지, 걸으며 즐기는 가스트로 투어

 

의림지는 걸어야 제맛이다. 숲길을 따라 걷고 잠시 앉아 쉬며 역사와 이야기를 곱씹을 때 비로소 그 매력이 완성된다. 의림지 탐방에 쉼과 맛을 더한 프로그램이 바로 의림지 가스트로 투어.

 

의림지 가스트로투어(출처:제천시)

 

가스트로(Gastro-)’는 그리스어에서 유래된 사람의 배()에서 비롯되어 프랑스어로 가스트로노미(Gastronomie)’라는 말로 널리 쓰이며 미식(美食)’, ‘식도락의 의미로 확장되었다. 자연스럽게 가스트로가 붙으면 음식, 미식을 상징하는 뜻이 된다. 가스트로 투어는 미식에 여행의 ‘Tour’가 합쳐졌으니 바로 식도락이 여정의 중심이 되는 미식여행을 의미한다.

 

의림지 가스트로 투어는 도보로 진행한다. 3시간 동안 도보로 의림지 여러 맛 명소를 경험하는 것이다. 2개 코스로 구성되어 있는데 A코스는 제대로 미식코스’, B코스는 감성의 미식카페 코스. 어느 코스든 맛집과 카페를 합쳐 모두 네 곳을 방문하며 제천의 맛을 경험하게 되니 단단히 속을 비우고 참가해야 한다.

 

B코스, 감성의 미식카페 코스

 

어떤 코스를 참여할까 고민하다 카페코스인 가스트로투어 B코스에 도전을 해보기로 했다. 예약을 하고 의림지 주차장에 있는 가스트로투어푯말 앞에서 기다리니 담당 해설사가 오셨다. 해설사는 오늘 돌아볼 맛집 및 카페 일정을 알려주면서 함께 걷기 시작했다. 제천에 대한 사랑으로 뭉친 투어 해설사들은 챗GPT처럼 어떤 유래도 척척 대답해 준다.

 

첫 방문지는 오디향이라는 식당이다. 주인장이 직접 농사지은 오디와 뽕잎, 그리고 다양한 농산물이 밥상에 펼쳐진다. 뽕잎, 고사리 등 다양한 나물이 들어 있는 비빔 대접이 아주 밝다. 솥밥에도 오디와 버섯이 얹어 나온다. , 콩자반, 직접 말린 도토리묵무침 등 건강하고 정갈한 상차림은 누가 봐도 식욕이 돋는다. 첫집부터 마주한 푸짐한 상차림에 앞으로의 투어가 걱정되지만 단시간에 여러 맛집을 돌아보며 먹어야 하니 가스트로 투어 참가자들은 일 인분을 둘이 셰어하도록 배려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면 차 한잔이 간절해진다.

 

오디향의 음식과 외관 

 

다음 코스는 카페피노’. 솥밭공원을 지나며 걷노라면 제천 어린이들이 소풍날 이곳에서 와서 장기자랑을 하고 보물 찾기를 하는 모습이 자연스레 상상된다. 솔밭 옆에 자리해 소나무라는 의미의 ‘Pino’라 이름 붙인 카페피노의 주인장은 프랑스 자수 강사로서 클래스를 하다 카페를 열게 됐다. 역시 카페 내 감성이 남다르다. 매장 곳곳에 직접 수놓은 자수 작품과 자수 재료들을 보관하는 앤티크한 수납함, 사람의 손때 묻은 피아노, 세월의 나이테가 번진 벤치 등 각각의 소품이 모두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매일 카페에서 굽는 대파스콘은 물론 의림지의 낮과 밤을 표현한 티그레(프랑스 구움과자)가 인기다.

 

 

카페피노의 음식과 외관 

 

이어지는 코스는 비봉 저수지산책이다. 의림지 다음으로 큰 저수지라 2 의림지라고 불리는데 수변 데크길이 자연친화적으로 설치되어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걷다 보니 향긋한 커피 향을 따라 다다른 방문지는 카페 꼬네.

 

꼬네는 수준급 바리스타의 스페셜티 커피와 매일 갓 구워내는 빵으로 유명하다. 한 자리에서 18년 넘게 이어온 곳으로 2대가 함께 운영하고 있는 의림지 랜드마크 카페다. 부모님은 빵을 굽고 바리스타 아들은 커피를 내린다. 직접 로스팅한 하우스 블렌드 커피를 즐기러 오는 단골들로 언제나 사람들이 많은 핫플레이스다. 가스트로 투어에서는 꼬네의 대표 커피와 소금빵을 즐겼다.

 

꼬네의 음식과 외관 

 

마지막 코스가 남았다. ‘약선재는 이름부터 앞서 방문한 카페와 전혀 다른 분위기다. 한식 디저트 전문 찻집으로 전통과 현대의 감각이 어우러진 공간이다. 다과상을 주문하면 한 폭의 그림을 받는 듯하다. 약선재에서 건강한 재료와 제천의 한방 약초를 활용한 궁중다과를 즐기고 나면 맛뿐 아니라 몸에 좋은 기운도 전해 오는 듯하다.

 

약선재의 음식과 외관 

 

밥집 한 곳과 카페 세 곳을 돌아다닌 3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다. 길을 걷는 동안 눈은 빼어난 자연경관을 담고 귀로는 해설사로부터 의림지와 제천의 역사를 양념처럼 듣는다. “의림지 물로 기른 벼가 알이 굵고 잘 여문다라는 예부터 전해온 이야기와 의림지 인근에서 자란 부드럽고 미끈한 식감의 독특한 수생식물 순채(蓴菜)’의 대한 지식도 전해 들었다.

 

걸으면서 역사와 미식을 즐기는 가스트로투어를 하고 나면 다음에 누구랑 또 참여해 볼까 하는 계획을 절로 세우게 된다. 다음엔 의림지 A코스인 제대로 미식코스를 떠나볼 것이다.

 

A코스, 제대로 미식코스

 

생곤드레밥과 구수한 청국장이 나오는 시골밥상으로 유명한 호반식당의 대표는 대답 없는 그대라는 시집으로 등단한 유봉재 시인이기도 하다. 유시인의 시가 방마다 붙어 있다. () 못지않게 청국장 맛도 깊다.

 

호반식당의 음식과 외관 

 

커피 플러스 제이는 의림지에서 10년간 사랑받아 온 카페로 드립 커피와 콜드브루가 주력 메뉴인 고즈넉한 공간이다. 특히 세계 5%의 농장, 1년 이내의 뉴크롭 원두를 사용한다. 그 신선함을 진득한 단맛과 구수한 향으로 완성하는 카페이다.

 

커피플러스제이의 음식과 외관 

 

 

제천은 조선시대 3대 약령 시장이 있던 곳으로 예로부터 약재 생산과 유통이 활발한 고장이었고 지금도 자연 치유 도시이자 한방 바이오산업 중심 도시로서 여전히 약초시장이 활성화되어 있다. 이런 제천에 걸맞은 제대로 된 궁중 쌍화차를 선보이는 곳이 바로 다음 코스인 다원애전통찻집이다.

 

다원애의 음식과 외관 

 

마지막은 추억과 낭만이 넘치는 현지인들의 인기 중식당 낭만짜장이다.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는 크림탕수육과 고구마를 넣어 단맛을 살린 짜장소스로 만든 쟁반짜장이 인기인데, 늘 번호표를 받고 기다리게 만드는 명소이다.

 

낭만짜장의 음식과 외관 

 

가스트로투어 A, B코스 모두 1인당 가격은 27,500원이다.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초가성비 프로그램이 아닐 수 없다. 거기에 해설사의 지식까지 덤으로 얻는다. 의림지 가스트로 투어만을 위해 제천 여행을 계획해도 손색없을 듯하다. 서울에서 간다면 당일로 다녀오는 퀵턴 여행으로도 충분하다.

 

* 가스트로투어는 100% 사전예약으로 운영하며 최소 4명 이상, 최대 15명 이용가능하다. 예약 및 기타 문의는 제천시 관광협의회 (043-647-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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