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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들러야 할, EAT 플레이스] ‘밥 맛’으로 승부하는 식당들, 본질로 돌아가다
2025.10.16 | 조회 : 57,669 | 댓글 : 0 | 추천 : 0
[지금 당장 들러야 할, EAT 플레이스]
‘밥 맛’으로 승부하는 식당들, 본질로 돌아가다

한국은 지금 ‘쌀이 남아도는 나라’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55.8kg으로 30년 전의 절반 수준까지 줄었고, 매년 20만 톤가량의 초과 생산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는 쌀값 안정을 위해 매입과 시장 격리를 이어가고, 전통주, 쌀빵, 즉석밥과 같은 쌀가공식품 육성 등 재정을 투입하고 있지만 쌀은 여전히 남고 그 양을 상쇄하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다. 이와 같은 쌀 소비 축소는 1인 가구 증가 및 간편식 선호 추세, 대체 음식 증가 등의 사회적 변화에 따른 결과로 쌀 생산 및 유통 시장도 변화하고 있다. 특히 미식 수준의 향상을 통해 소비자들의 입맛이 보다 고급화되고 세밀화되면서 특정 품종 쌀과 지역 브랜드 쌀 등 고급 쌀 품종의 비중이 늘어나며 다양화 됐다. ‘적게’ 먹지만, ‘맛있게’ 먹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외식 시장의 트렌드도 변화시키고 있다.
>>> 도정육관
70년대 혼분식 장려 운동의 잔재로 남아있는 ‘스테인리스 밥공기’에 담긴 식당밥은 대부분 미리 지어 덜어 놓는다. 바쁜 시간대 영업 효율을 위해서겠지만 아무리 맛있게 밥을 지어도 밥뚜껑에 한껏 눌려 온장고에 보관된 밥은 맛과 식감을 잃어버리기 마련이다. 탕에 말거나 남은 양념에 볶아버리면 한결 낫지만 아무 기대 없이 추가하는 공깃밥에 마른반찬을 올려 먹다 보면 영혼 없는 밥맛이 아쉬울 때도 많다. 명색이 ‘주식’인 밥에 다소 소홀했던 것도 사실이다.
고품질 브랜드 쌀 시대가 열리고 소비자들의 입맛이 더욱 까다로워진 만큼 외식업계에서도 밥은 경쟁력 있는 차별화 전략이 됐다. 밥맛의 질감과 온도, 쌀 품종의 특성, 도정일과 수분 함량에 집중할 뿐 아니라 품종명까지 메뉴판에 표기하며 식사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사진_가마솥 스테이션과 도정실(도정육관)
서울 강남역 인근에 자리한 ‘도정육관’은 ‘도정’과 ‘육(肉)’의 조합을 통해 음식의 본질에 집중하는 공간이다. 도정실에서 매일 아침 갓 도정한 쌀로 밥을 짓는 곳으로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마주한 가마솥 스테이션에서 피어오르는 구수한 밥 향기가 식욕을 자극한다.
이곳은 우모크, 고깃집열 등 육류 외식 브랜드를 성공시켜 온 박성열 대표가 선보인 공간으로 주 메뉴인 고기뿐 아니라 식탁 위에 오르는 모든 음식의 본질에 집중한다. 농가에서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서 엄선한 재료 활용을 원칙으로 하며, 여주 여리향 품종을 갓 도정한 쌀, 충주 방앗간에서 짠 기름, 양평 양조장에서 발효한 막걸리 등 브랜드의 철학을 지키기 위해 어느 하나 허투루 인 것이 없다.


돼지갈비와 열무지지미
대표메뉴인 ‘돼지갈비’는 192시간 웻&드라이에이징 하여 응축미와 식감을 살린 생돼지갈비와 48시간 특제 양념으로 숙성한 양념 갈비로 마늘 소스와 말돈 소금, 김장아찌, 와사비 꽃대와 궁채, 토하젓과 고추장아찌 등 함께 제공되는 곁들이도 특색 있고 다채롭다. 식사의 화룡점정은 ‘도정 솥밥’이 찍는다. 특히 솥밥을 즐길 때 ‘열무지지미’를 함께 주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뚝배기에 열무김치와 고기를 듬뿍 넣어 자작하게 졸여낸 것으로 뜨끈한 가마솥밥에 넣어 비벼먹으면 완벽한 식사의 마무리가 된다. 여기에 3대째 내려오는 가양주 양조장에서 발효한 담백하고 산뜻한 풍미의 도정육관 막걸리를 곁들이면 금상첨화.

사진_도정육관
오피스 상권인 만큼 점심 메뉴도 알차다. 기본 밥맛이 알차기에 국물 요리와 즐기면 맛을 한층 배가시키며 모든 밥 메뉴는 갓 도정한 쌀로 정성껏 지어 제공된다. 시그니처 메뉴인 ‘한우 누룽지 곰탕’은 깊고 진하게 끓여낸 한우 곰탕에 누룽지를 토렴해 낸 메뉴다. 기름기를 최소화해 깔끔하면서도 한우의 진한 풍미가 그대로 살아있으며 누룽지 특유의 구수한 향이 특징이다. ‘고추육개장’은 고추와 한우를 듬뿍 넣어 칼칼하고 뭉근하게 끓여낸 도정육관만의 특선 육개장으로 큼직하게 찢은 한우 고기가 듬뿍 들어가 씹는 맛이 좋고, 대파, 토란대 같은 채소들이 아삭하면서도 풍성한 식감을 준다.
위치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78길 42 1층
영업시간 (점심)11:30-14:30 (저녁)16:00-21:30 (일 휴무)
메뉴 도정솥밥, 양념本돼지갈비
>>> 안재식당
서울 송파구 삼전역 인근 한식 가정식 식당. 제철 식재료로 편안한 밥상을 차린다. 한식 밥상의 기본이 되는 '밥'에 집중하는 식당이다. 모든 정식 메뉴는 구수한 향이 일품인 수향미(경기 화성)로 솥밥을 지어 제공한다. 누룽지가 생기지 않고 고르게 부드럽고 쫀득한 질감이 살아있도록 밥을 짓는다. 장조림, 젓갈, 나물 등 반찬과 함께 제공되는 ‘안재한상’을 비롯해 메인 언양식 한우 숯불구이 또는 상주식 돼지고추장 숯불구이를 추가한 메뉴가 대표 메뉴.

위치 서울 송파구 백제고분로21길 38 101호 / 영업시간 (점심)11:30-15:00 (저녁)17:20-20:30 (월 휴무) / 메뉴 안재한상, 언양식한우숯불구이정식
>>>카마카츠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위치한 돈카츠 전문점. ‘가마솥(釜)’과 ‘카츠(カツ)’를 결합한 이름처럼 제주도 흑돼지를 숙성해 깊은 육향을 내는 돈카츠와 함께 솥밥을 제공하고 있다. 모든 메뉴는 정식으로 제공되며 로스, 히레, 특로스, 모둠 중 선택하면 된다. 트러플 오일, 소금, 계란장 등 다양한 곁들이와 함께 돈카츠를 즐기고 솥밥이 제공되면 먼저 밥을 덜고, 바닥에 남은 누룽지에 함께 제공된 돈지루를 부어 뚜껑을 덮어 놓으면 식사를 마무리할 때쯤 맛있는 죽을 맛볼 수 있다.

위치 서울 마포구 동교로 262-10 2층 / 영업시간 (점심)11:30-15:00 (저녁)17:00-21:30 / 메뉴 히레카츠정식, 모듬카츠정식
>>>그레인마켓
경기 남양주시 별내동에 위치한 쌀 편집숍 겸 한식당. 밥을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소개한다. 각지에서 생산하는 쌀을 엄선하고 직접 매장에서 현미부터 7분도 백미에 이르는 도정 단계를 구사해 신선하고 맛있는 밥맛을 전달하며 다양한 쌀과 식재료 구매가 가능하며 매장에서 당일 도정한 쌀로 무쇠솥에 개별로 지은 밥과 함께 식사도 제공한다. 계절 식재료를 최소한의 조리로 본연의 맛을 살려 내며 생선구이, 강경식 젓갈 한상차림 등 밥맛에 집중해 정갈한 한 끼를 제공한다.

위치 경기 남양주시 두물로39번길 22 1층 / 영업시간 (매일)11:00-21:00 / 메뉴 제철한상차림, 생선구이한상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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