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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필담 #락희옥 #눈나무집 #강서면옥

[지금 당장 들러야 할, EAT 플레이스] 기름진 명절 음식 뒤에 찾는 개운함, 김치말이

2025.10.14 | 조회 : 924 | 댓글 : 0 | 추천 : 0

<지금 당장 들러야 할, EAT 플레이스>

기름진 명절 음식 뒤에 찾는 개운함, 김치말이

 

 

 

이북 지역 사람들은 한겨울 밤 출출할 때 김장독에서 꺼낸 살얼음 낀 김칫국물에 육수를 넣거나 물김치를 따로 담가 밥이나 국수를 말아 간단히 허기를 달랬다. 이 음식을 ‘김치말이’라 불렀는데 뿌리는 주로 황해도와 평안도 지방에 닿아 있다. 참기름과 깨소금을 뿌리고, 집에 따라 메밀묵이나 명절 이후에 남은 전과 빈대떡을 잘라 넣는 경우도 있었다. 특별한 조리법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 즉석에서 집집마다 변주해 즐기던 가정식이다. ‘이랭치랭’이라 불린 차가운 국물로 즐기는 겨울철 야식의 전형이 바로 김치말이였던 셈이다. 이 음식은 특히 이북 출신 노년층에게 향수를 자극하는 별미로 남아 있다. 국내 외식 역사 속에서는 주로 실향민들이 많이 정착한 지역의 이북 음식점들에서 메뉴로 올려졌다. 김치말이와 함께 이북식 만두, 냉면, 빈대떡 같은 이북 음식들이 곁들여 판매되는 경우가 많았다. 김치 국물에 밥이나 국수를 말아먹는 것이 남쪽 사람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것이었지만, 김치의 시원하고 청량한 맛 덕분에 고깃집의 후식 메뉴로서 김치말이 국수를 소개하는 곳이 많아지면서 대중의 입맛에 차츰 각인됐다.

 

>>> 미필담

김치말이는 원래 겨울철 별미였으나 현대에 오며 사계절 즐길 수 있는 음식이 되었다. 여름에는 국물을 살얼음처럼 얼려 시원하게 내어 더위를 식히는 별미로 겨울에는 무르익은 동치미 국물의 깊은 맛으로 입맛을 돋우는 음식으로 사랑받는다. 밥을 말아내던 전통적 형태에서 발전해 소면을 넣은 김치말이국수가 대중화되었고, 최근에는 라면이나 메밀면을 활용한 응용 메뉴도 등장했다. 매실청이나 식초, 설탕 등을 더해 새콤달콤한 풍미를 강조하는 방식도 현대인의 입맛에 맞춰진 변주라 할 수 있다. 김치말이는 이북 실향민들과 그 가족들에게는 명절을 마무리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각종 전과 빈대떡 등 기름진 명절 음식이 질릴 때쯤, 개운한 김치말이 국수가 속을 달래주기 때문이다.

 

 

서울 합정동의 조용한 골목 한편에 자리한 ‘미필담’은 번화가의 화려한 간판 대신 소박한 외관과 단출한 좌석으로 손님을 맞는다. 매장은 바 형식 좌석 위주로 꾸며져 있어, 주방에서 요리하는 과정을 손님이 바로 지켜볼 수 있다. 이곳의 뿌리는 주인 부부의 외할머니가 전해준 황해도식 손맛에서 시작됐다. ‘할머니의 만두’라는 정체성은 식당 운영의 중심이자 브랜드 스토리로, 자극적인 양념 대신 담백하고 슴슴한 맛을 지향한다. 이런 철학 덕분에 미필담은 미쉐린 가이드 서울에서 합리적인 가격과 훌륭한 맛을 두루 갖춘 곳에 부여하는 등급인 ‘빕 구르망(Bib Gourmand)’에 선정되며 공신력을 인정받았다.

 

 

대표 메뉴 중 하나는 단연 ‘김치말이 국수’다. 직접 담근 물김치에 소면과 찬밥을 말아 이북 가정식 느낌을 오롯이 낸다. 이 메뉴는 매년 5월부터 10월까지 한정적으로 맛볼 수 있는데 시원하고 새콤한 맛을 자랑한다. 탱글한 면발과 밥알의 포만감이 조화를 이루며 얼음을 띄운 육수는 일상에 지친 입맛을 단번에 살려낸다. 무엇보다 자극적인 양념 대신 정갈하고 담백한 풍미를 살린 것이 특징이다. ‘이북식 손만둣국’도 별미다. 맑은 양지 육수에 큼직한 만두가 담겨 나오는데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깊고 따뜻한 맛이 특징이다. 만두를 따로 맛보고 싶다면 ‘접시 만두’를 주문할 수도 있다.

 

 

계절에 따라 메뉴 구성이 달라지는 것도 미필담의 매력이다. 겨울철에는 소고기 육수로 끓여낸 ‘양지 온반’과 만두전골이 등장해 몸을 녹여주고, 봄에는 산뜻한 나물로 꾸린 ‘봄 비빔밥’이 계절 한정 메뉴로 준비된다. 곁들이 메뉴도 놓칠 수 없다. 부드럽게 삶아낸 고기를 오이·부추 등과 무쳐낸 수육 무침은 만둣국과 찰떡궁합을 이루며, 술안주로도 제격이다. 계절과 상황에 따라 변주되는 이 라인업은 메뉴 수를 무작정 늘리기보다는 핵심 맛에 집중하려는 운영 철학을 보여준다.

김치말이와 만두, 실향민의 기억 속에서 명절을 떠올리게 하는 손맛이 오늘날 합정의 작은 골목에서 다시 살아나, 한국인의 일상과 계절을 채워주는 특별한 식당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위치 서울 마포구 성지3길 22 1층 좌측

영업시간 (점심)11:30-14:30 (저녁)17:30-20:30 (월,화 휴무)

메뉴 김치말이 국수, 이북식 손만둣국

 

>>> 락희옥(마포본점)

 

보쌈, 김치말이국수, 육전 등 다양한 한식 메뉴와 계절에만 즐길 수 있는 제철 메뉴를 선보이는 한식 주점으로 든든한 정식 메뉴도 갖춰 술을 마시지 않더라도 식사만 하러 찾는 고객들도 상당수다. 사계절 판매하는 ‘김치말이국수’가 별미로 진한 양지머리 육수, 톡 쏘는 동치미 국물, 소화에 좋은 양파와 배즙을 혼합하여 국물을 내 매콤 새콤하면서도 깊은 맛이 일품이다. 고급 국산 돼지고기를 자체의 수분만으로 쪄 무김치, 백김치, 한우 육수에 숙성한 빨간 김치와 곁들여 내는 보쌈도 인기 메뉴다.

 

위치 서울 마포구 백범로 170 공덕더샵아파트 101동 1층 1호 / 영업시간 (점심)11:00-23:30 / 메뉴 김치말이국수, 보쌈, 옻된장찌개

 

 

>>>눈나무집

 

삼청동 끝자락에 자리한 눈나무집의 대표 메뉴는 단연 ‘김치말이’다. 시원한 김치 국물에 면을 넣으면 김치말이국수, 밥을 넣으면 김치말이밥으로 나뉘는데, 두 메뉴 모두 1인분 6,500원으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흔히 김치말이는 국물 맛이 지나치게 강해 남기기 마련이지만, 이 집은 자극적이지 않아 국물을 끝까지 들이켜도 물리지 않는다. 또 다른 대표 메뉴는 ‘떡갈비’로, 곱게 다진 갈빗살을 양념해 구워내는데 여기에 쫄깃한 떡볶이 떡까지 함께 구워 짭조름하면서도 독특한 풍미를 자랑한다. 부드러운 식감 덕에 남녀노소 누구나 호불호 없이 즐길 수 있고, 새콤한 김치말이와 곁들이면 최고의 궁합을 이룬다.

 

위치 서울 종로구 삼청로 136-1 / 영업시간 (매일)11:00-20:00 / 메뉴 김치말이밥, 떡갈비, 평양만두

 

>>>강서면옥(압구정)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서울의 대표적인 냉면 전문점으로 서울 서소문동에 본점이 있다. 깊고 시원한 맛의 평양냉면과 함께 다양한 갈비 메뉴를 선보이는 곳으로 대표 메뉴인 ‘평양냉면’은 맑고 깔끔한 육수와 메밀 특유의 향이 살아있는 면발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담백한 맛을 선사한다. ‘김치말이 냉면’은 쫄깃한 메밀면을 사용하며 살얼음이 동동 띄워져 있는 살짝 매콤하면서도 시원한 김치 육수가 별미로, 푹 익은 김치와 시원한 맛의 오이가 고명으로 푸짐하게 올라가 있어 깔끔하고 개운한 맛을 선사한다.

 

위치 서울 강남구 언주로174길 11 1층 / 영업시간 (매일)11:00-21:30 / 메뉴 한우평양물냉면, 김치말이냉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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