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R
[길라잡이맛집]
곤드레의 변신은 무죄…나물밥에 치즈케이크·치킨도
오래전 번성하던 추어탕 식당 사장님을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 미꾸라지는 푹 삶아 체에 걸러 흔적조차 찾기 어렵고, 뚝배기 속에 보이는 거라곤 시래기뿐이었다. 하지만 먹으면 먹을수록 그 시래기가 얼마나 맛있던지 비결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사장님은 가을에 수확한 고랭지 시래기의 절반은 소금에 절여두고, 나머지는 삶은 뒤 잘 말려 보관한다고 했다. 추어탕을 끓일 때는 이 두 가지 시래기를 절반씩 섞는단다. 소금에 절인 시래기는 부드러움을, 건조 시래기는 씹는 맛을 더해 전체적인 조화를 만들기 위해서다. 주연을 뛰어넘는 남다른 시래기 맛, 그야말로 오랜 노포만이 지닌 노하우였다.
이처럼 시래기를 말리거나 절이는 일은 가장 기본적인 가공 단계다. 가공 기술이 발달해 최근에는 다양한 형태로 유통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가공 기술은 이를 활용한 음식 수준과 함께 발전한다는 것을 최근 정선에서 열린 요리대회를 심사하며 크게 체감했다.
해당 요리대회는 ‘정태영삼’ 식당들이 참석한 맛집 경연이었다. 처음엔 무슨 사자성어인가 했더니 정선, 태백, 영월, 삼척을 아우르는 지역민들의 별칭이었다. 즉 강원도 남부, 태백산맥 일대를 가리킨다. 이곳은 해발이 높은 지대로,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석탄 산업을 기반으로 지역 경제를 일으켰고 국가 에너지 공급의 중심축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석탄 산업이 쇠퇴하며 지역 경제는 침체를 겪었다. 요리대회가 열린 장소인 하이원 리조트 또한 석탄 산업 이후 지역경제 대안을 찾는 과정에서 탄생한 공간이다.
정선 하이원리조트에서 열린 지역 맛집 경연대회에서 우승한 곤디의 음식을 심사 중이다
요리대회 심사 전 참가 지역의 음식들을 떠올리며 곤드레밥, 감자전, 올챙이국수 정도가 나오지 않을까 예상했었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음식과 상품들이 눈 앞에 펼쳐졌다. 지역 특색이 드러나는 창작 음식을 비롯해 가공 단계를 거쳐 상품화된 메뉴도 제법 있었다. 특히 정선과 그 일대에서 곤드레가 많이 생산되는 만큼, 곤드레를 활용한 다양한 시도가 인상적이었다.
양질의 곤드레 건조 분말은 물론 곤드레 올리브오일, 곤드레 버터, 곤드레 자반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곤드레는 질감이 무난하고 향이 강하지 않아 조리 과정에서 변형이 적다. 덕분에 외식 상품으로 활용하기에도 알맞다. 대회를 마치고 나서는 곤드레 원물이나 가공품을 어떻게 다루는지, 어떤 맛집이 주목할 만한지 궁금해져 곤드레 탐색전을 펼치게 됐다.
[곤디]
정선역 앞에 자리한 명품 곤드레 디저트를 선보이는 카페. 초록빛 사각 상자를 열면 깔끔하게 담긴 곤드레 치즈케이크가 모습을 드러낸다. 흐트러짐 없이 먹기 좋고 휴대하기 편리한 포장이 인상적이다. 또한 도톰한 팬케이크 위에 곤드레와 채소볶음을 올린 ‘곤디샐빵’은 든든한 간식 디저트다.
강원 정선군 정선읍 녹송8길 47
Tel 0507-1304-2480
정선곤디치케(곤드레치즈케이크) 5,000원, 곤디샐빵 5,000원
인스타그램 @gondi__official
[맷돌바우집]
민박을 함께 운영하는 산속의 소박한 맛집. 배추김치, 참외장아찌, 사과샐러드, 양배추김치 등 겉보기엔 특별한 것 없는 반찬들이지만, 어린 시절 외할머니댁에서 먹던 밥상을 떠올리게 한다. 반찬을 하나둘 음미하다 보면 곤드레가 듬뿍 담긴 대접 밥과 구수한 막장 토장국이 상에 오른다. 간장에 비벼 먹어도 좋지만, 밥과 반찬을 소박하게 곁들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강원 정선군 화암면 소금강로 1143
Tel 033-562-7214
곤드레나물밥 10,000원 곤드레고등어조림 10,000원
[수셰프치킨]
비슷한 이름의 치킨집들이 있지만, 사북의 수셰프치킨은 독립 점포다. 신선한 원물 닭을 신중하게 고르는 부부가 운영하며 ‘많이 파는 것’보다 ‘제맛을 지키는 것’을 우선으로 삼는다. 특히 곤드레를 튀김옷에 넣은 곤드레 치킨은 바삭하고 깔끔한 맛이 일품으로, 정선의 풍미를 그대로 담아낸다.
강원 정선군 사북읍 사북1길 25 1층 101호, 102호
Tel 033-592-2008
곤드레치킨 23,000원 수셰프치킨(후라이드+똥집)2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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