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R
제주도, 당신이 알던 섬이 아니랜마씀
글/사진 이윤화 (주)다이어리알 대표
제주 공항에 내렸다. 야자수가 나긋이 흔들리는 풍경, 높고 푸른 하늘 아래 스며드는 따뜻한 바람. 여느 이국의 휴양지와 다를 바 없는 장면이다. 바다 건너 육지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지닌 이 섬 고을은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답게 갈 곳도 많고 먹을 것도 셀 수없이 많다. 귀하다는 다금바리회부터 푸짐한 제주 오겹살구이, 통통한 살밥에 먹을 맛 나는 갈치조림, 진한 바다 내음의 전복죽까지. 지역의 색깔이 진하게 묻어난 음식들은 방문객들이 제주를 찾는 가장 큰 목적이기도 하다.
문득 궁금해진다. 관광객의 입맛을 사로잡은 이 많은 제주의 음식들은 과연 언제부터 타지 사람들에게도 알려지고, 인기를 끌기 시작했을까? 제주 사람들은 예전부터 어떤 음식을 먹어왔을까?
제주 음식의 역사를 파고드니 외부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았으리라 짐작했던 섬마을 음식의 뿌리는 생각보다 깊고 다채로운 문화의 영향을 받으며 발전해 왔다. 육지 사람들에게 생소한 ‘말고기 요리’는 몽골의 지배 시절에서 유래했고, ‘건국수’의 시작은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주 음식문화에는 육지보다 오히려 가까운 섬나라 일본과의 교류 흔적이 더욱 또렷이 남아 있다. 육지 사람들에겐 낯선, 진한 돼지고기 육수로 끓인 ‘몸국’ 같은 음식이 대표적이다.
타지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춰 관광 상품으로서 탄생한 화려한 음식이 아닌, 제주 원주민이 오랫동안 먹어온 소박한 음식의 흔적도 따라가 봤다. 과거 바닷일과 밭일을 겸하며 바쁘게 살던 제주 아낙네들의 조리법은 단순하고 실용적이었다. 식탁 중앙엔 큰 양푼에 잡곡밥을 담아 올리고, 온 가족이 둘러앉아 이를 함께 나눠 먹었다. 국은 밥을 먹을 때 목이 메지 않도록 도와주는 단출한 보조였다. 쌀이 귀했던 시절이라 잡곡밥이 일반적이었고 따뜻한 기후 덕분에 집안 우영밭(텃밭)에서 자란 채소를 사시사철 활용할 수 있었다. 신선한 채소와 바다 산물이 사철 풍부한 편이었기에 김치나 장아찌 같은 저장식품은 상대적으로 드물었다. 이처럼 향토 음식은 세월 속에 깃든 지역의 삶과 이야기를 품은 맛의 기록이다.
제주의 향토 음식을 테마로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비록 옛 스타일 그대로는 아닐지라도 선조들이 먹던 음식의 기억을 되새기고 제주 식재료의 건강한 매력을 되새길 수 있는 여정이 될 것이다.
몸과 마음을 녹이는 제주의 깊은 국물 맛
1. 보말국
1950년대 초반, 제주 해녀는 3만 명이 넘었다고 한다. 지금은 3천 명도 채 되지 않는다. 그중 90%가 60대 이상이니, 앞으로 해녀 수는 더 줄 수밖에 없다. 해녀라고 하면, 대부분 거친 바다를 헤치며 물질하는 고된 모습부터 떠올릴지 모른다. 하지만 실제로 해녀를 만나보면, 바다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잠수 실력만 있으면 누구 눈치 볼 것 없이 바다에 뛰어들고, 금세 전복이나 소라, 해초가 바구니가 가득 찬다.
제주 공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갯것이식당’은 해녀 출신이 운영하는 곳이다. ‘갯것’이란 말 그대로 바다에서 나는 것들을 뜻한다. 해녀 출신인 한복순 사장이 이끄는 이 식당은 바다 내음 나는 음식들로 꽉 차 있다. 그중에서도 ‘보말국’이 대표 메뉴다.
보말은 제주말로 고둥이다. 예전엔 그냥 삶아서 초장에 찍어 먹는 것만 해왔단다. 그런데 이 식당에선 미역을 넣고, 메밀가루를 아주 약간 풀어 국으로 내고 있다. 국물이 진하면서도 시원한 게 참 좋다. 처음엔 이 집만 보말국을 했는데, 지금은 보말국을 내는 식당이 꽤 많아졌다. 그래도 사장님은 원조라는 자부심이 매우 크다. 실제로 해녀 친구들이 싱싱한 갯것을 공급해 준다고 하니, 그 재료 맛이야 의심할 여지가 없다. 보말국 외에도 성게국, 갈칫국도 괜찮다. 무얼 시켜도 ‘바다 한 숟갈’이 느껴지는 집이다.
갯것이식당의 보말국
갯것이식당
성게국 15,000원/ 보말국 13,000원
064-724-2722/ 제주 제주시 가령로 9
2. 옥돔국
고려 말의 대학자, ‘목은 이색(牧隱 李穡)’의 후손을 만났을 때 들었던 이야기가 문득 옥돔을 보며 떠올랐다. 요즘이야 ‘선생’이라는 호칭이 너무 흔해서 누구에게나 붙지만, 목은 선생이 살던 시대에는 그런 호칭이 아무에게나 허락되지 않았다고 한다. 진짜 학식과 인품을 갖춘 이에게만 붙일 수 있는, 귀하고 무거운 말이었다.
생선도 그랬다. 조선시대, 임금에게 바치는 진상품 가운데 으뜸이었던 옥돔은 ‘생선’이라 불릴 수 있는 유일한 물고기였다. 나머지는 이름으로 불렸지만, 옥돔만은 그냥 ‘생선’이었다. 그만큼 귀하고 대접받던 존재였던 셈이다. 제주에서 끓이는 옥돔 맑은탕은 당일바리(당일 잡은) 옥돔에 무를 넣어 끓인다. 소박한 듯하지만, 품위 있는 조화가 아닐 수 없다. 제주도에서 흔하디흔한 무와 귀한 옥돔의 만남이다.
표선어촌식당 옥돔지리
표선어촌식당
옥돔지리 (2인이상)15,000원
064-787-0175 /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민속해안로 578-7
3. 몸국
예전에는 고깃국물 한 번 맛보려면 집안에 큰 잔치라도 있어야 했다. 제주도에서 귀하게 여기는 가축은 바로 ‘돼지’다. 어른들은 옛날 제주 똥돼지를 기억한다. 인분을 먹여 키웠지만 그렇다고 막 키운 게 아니었다. 돼지가 꽤 깔끔하고 예민해서 병 있는 사람의 인분은 먹지 않을 정도로 까다롭단다. 그렇게 잘 자란 똥돼지를 잡아 삶은 뒤 ‘돔베고기’, 즉 수육으로 먹고, 남은 부위들은 국을 끓여 여러 사람과 나눠 먹었다.
그 국이 바로 ‘몸국’이다. 국물은 돼지 뼈로 우려내고, 거기에 제주에서 흔한 해초인 ‘몸’(모자반)을 넣는다. 메밀가루를 풀어 국물을 걸쭉하게 만든다. 제주도 지역마다 혼례나 상례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제주 의례 음식의 대표주자다.
식당 주인들 얘기를 들어보면, 몸국은 육지 사람들보다 오히려 일본 관광객이 더 잘 먹는다고 한다. 육지 사람들은 보통 소고기 육수에 익숙해서, 제주식 진한 돼지고기 육수가 다소 낯설 수 있다. 그럴 법도 하다. 1928년부터 오사카와 제주를 오가는 여객선이 지났다는 기록도 있다. 그 덕분인지 제주 음식문화는 한국의 육지보다 일본과 더 가까웠던 셈이다. 처음엔 낯설지 몰라도, 한 번 익숙해지면 꽤 중독적인 맛이다. 제주에서 꼭 한 번 맛봐야 할 필수 국물 요리라고 감히 권하고 싶다.
가시식당의 몰망국
가시식당
몸국(몰망국) 10,000원, 두루치기 11,000원
064-787-1035/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1898-1
낭푼밥상 몸국
낭푼밥상
몸국 10,000원/ 제주육개장정식 16,000원/ 메밀기름간장비빔국수 10,000원
064-799-0005/ 제주 제주시 수덕5길 23 낭푼밥상
4. 콩국
“콩국 먹자!” 하면 대부분은 시원하게 갈아낸 콩물에 소면을 말아 먹는 여름철 별미를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제주에서는 이 말이 전혀 다른 풍경으로 이어진다. 제주의 콩국은 상상과는 정반대다. 차가운 국수가 아닌, 뜨겁고 구수한 채솟국이다.
제주 콩국은 날콩가루로 끓인다. 멸치육수에 무와 배추를 넣고 푹 끓인 뒤, 콩가루 물을 조심스럽게 넣는다. 이때 중요한 원칙이 있다. 콩가루를 넣은 뒤에는 절대로 젓지 않고, 아주아주 약한 불에서 오래 뭉근히 끓여야 한다. 단순한 음식일수록 손이 더 많이 가고, 작은 원칙이 맛을 좌우한다. 이 콩국은 바쁜 제주 여성들이 그나마 여유가 있던 겨울 농한기에 은근한 불로 푹 끓여 먹던 음식이다. 별다른 고기나 생선 없이도 단백질을 보충하던 지혜로운 한 그릇이었던 셈이다.
‘수다뜰’이라는 농가 맛집에서는 이 전통 방식을 제대로 살리고 있다. 여기선 콩눈이 작고 맛이 깊은 청태(푸른콩)를 직접 농사지어 콩국을 만든다. 마지막 간은 간수 뺀 굵은 천일염으로만 한다. 재료에 자신이 있으니 조미료 없이도 맛이 확실하다. 국물은 담백하고, 끝맛은 깔끔하다. 콩국 한 그릇을 통해 옛날 제주 서민들의 삶과 지혜, 그리고 단백질 섭취법을 엿볼 수 있었다. 겉보기엔 소박하지만, 속은 단단한 음식이다.
명도암수다뜰의 콩국
수다뜰
콩국두부정식(2인이상) 1인 12,000원
064-4128-2722/ 제주 제주시 명림로 164
5. 해장국
‘숙취 다음 날 해장은 어떻게 하시나요?’라고 물으면 각자 의견이 분분해진다. 하지만 한국인이라면 단연 국물이 대세다. 콩나물국, 북엇국 요즘은 쌀국수까지 참 다양하다. 대개는 맑고 시원한 국물을 선호하는 편이다. 진하고 얼큰한 국물은 오히려 더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반문도 따라온다. 하지만 미풍해장국 한 그릇을 맛본다면 생각이 달라진다. 이 집의 해장국은 뻘건 고추기름이 둥둥 떠 있는 묵직하면서 진한 국물로 50년을 이어왔다. 송송 썰어 넣은 고사리, 푸짐한 시래기 등 재료도 넉넉하다. 한번 맛보면 자꾸 생각나는 마성의 국물이다. 게다가 메뉴는 오직 해장국 하나뿐. 그 자체로 국물에 대한 신뢰를 추가한다.
미풍해장국의 해장국
미풍해장국(본점)
해장국 11,000원
064-758-7522/ 제주 제주시 중앙로14길 13
간단하지만 풍족한 한 그릇, 제주의 국수
1. 고기국수
“밥보다 싼 국수”는 그리 오래된 개념이 아니다. 한국전쟁 이후, 원조로 들어온 밀가루 덕분에 전국 곳곳에서 칼국수와 수제비가 퍼졌고, 허기진 서민들의 배를 채우는 데 큰 몫을 했다. 물론 그 이전에도 한반도에 밀가루 음식은 있었다. 하지만 밀 농사가 귀하던 시절, 밀가루는 상류층의 음식이었다.
그런데 제주의 밀국수는 일제강점기 때 건면의 도입으로 시작되었으니, 역사가 육지보다 길다. 애월읍에서 1950년에 처음 고기국수를 시작하여 현재의 인기 음식으로까지 만들어낸 삼대전통고기국수는 원조답게 고기국수를 대하는 자세가 다르다. 국수에 얹어 나오는 돼지고기는 이미 삶아둔 수육이 아니고 생돼지고기를 그때그때 뜨거운 육수에 넣어 삶아 나오니 여느 국숫집 고기 고명보다 한결 부드러울 수밖에 없다.
돼지고기로 우려낸 육수를 삶은 중면(소면보다는 굵은 건면)에 붓고, 갓 삶은 돼지고기를 얹는다. 순댓국이나 돼지국밥의 결을 닮았지만 면이 주인공인 또 다른 완성형. 제주에 가면 꼭 먹어야 할 국수가 된 이유다.
삼대전통고기국수의 고기국수
삼대전통고기국수
고기국수 9,000원
064-748-7558 / 제주 제주시 신대로5길 17
바르왓국수의 맑은고기국수
바르왓국수
맑은고기국수 9,000원, 바르왓국수 9,000원
0507-1428-4588 / 제주 제주시 한림읍 한림남길 24 2층
2. 토종닭칼국수
제주 한라산 동쪽, 청정한 숲과 닭국수의 마을. 사려니숲길을 품고 있는 휴양림의 고장, 교래리는 제주에서도 손꼽히는 청정지역이다. 이곳에서는 1970년대 말부터 토종닭을 키워왔고, 그 수가 늘어나면서 ‘삼다수마을 토종닭 유통 특구’로 지정되었다. 자연스럽게 토종닭 요리도 함께 발전했다.
교래리에서는 닭고기 샤부샤부나 닭칼국수를 흔히 먹는다. 서울의 닭칼국수가 뽀얀 육수에 삶은 닭살을 얹은 스타일이라면, 교래리는 꽤 터프한 스타일이다. 뼈째 토막 낸 닭고기가 국물 속에 들어있다. 보기엔 혼탁한 농도처럼 느껴지지만 일단 먹어보면 닭 뼈 국물이 우러나 국물 맛이 제법 시원하다. 이미 교래리는 ‘닭국수 마을’로 불릴 만큼 국수의 입지가 확고하다. 그래서 이 길을 지나치는 국수 애호가들은 늘 고민에 빠진다. “먹고 갈까, 말까?” 사실, 답은 정해져 있다.
원조교래손칼국수의 토종닭칼국수
원조교래손칼국수
토종닭칼국수 11,000원
064-782-9870/ 제주 제주시 조천읍 비자림로 645
3.밀면
이북 냉면을 그리워하던 실향민들이 밀가루로 대신 만들어낸 밀면. 부산의 대표 음식으로 잘 알려졌지만 제주에도 밀면의 역사가 길게 이어오고 있다. 산방산 근처, 1971년부터 2대째 가업을 이어온 밀면 전문점이 있다. 아무것도 볼 것 없는 삭막한 도로변에 자리했지만, 늘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굵고 탄력 있는 면발은 개운하고 시원한 멸치육수에 담겨 나온다. 한 번 맛에 길들면 기다림을 마다하지 않는다.
산방식당 비빔밀냉면
산방식당
밀냉면 9,000원/ 비빔밀냉면 9,000원
064-794-2165/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하모이삼로 62
제주 사람들의 지혜가 서린 먹거리
1. 쉰다리
“엿기름으로 당화시킨 우리나라 전통 음료는?” 음식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곧장 대답할 것이다. 국민 전통 음료 식혜 또는 감주라고 말이다. 그런데 제주에는 식혜와 닮았지만, 색다른 개성을 가진 음료가 있다. 이름은 ‘쉰다리’. 최근에는 제품으로도 판매되지만, 과거에는 집마다 담가 먹던 여름철 별미였다. 쉰다리는 쌀밥이나 보리밥, 때로는 멥쌀 떡이나 약간 쉴듯한 밥에 누룩과 물을 넣어 발효시켜 만든다. 여름이면 이틀, 선선한 날씨에는 닷새에서 엿새 정도가 걸린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은근한 발효의 맛이 깃든 음료가 완성된다. 알코올 없는 막걸리를 마시는 듯한 기분도 느껴진다. 입에 머금으면 살짝 시큼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따라온다. 밭일에 지친 이들이 갈증을 달래며 잠시 허기를 메우던 지혜로운 먹거리라 볼 수 있다.
제주 향토 음료 쉰다리
2.꿩엿
제주에서 ‘엿’은 단지 달콤한 간식이 아니다. 지금은 흔하지만, 엿은 옛날 무척 귀한 음식이었다. 제주에서는 차조밥에 엿기름을 넣어 당화시킨 뒤, 건더기를 걸러낸 액상을 오래도록 고아 만든다. 그 깊고 진한 끈적임이 완성되는 어느 순간, 찢은 꿩고기살을 넣는다.
입안에서 천천히 녹여 먹는 꿩엿. 달콤한 엿 사이로는 고기가 씹힌다. 듣기엔 낯설지만, 그 식감이 의외로 조화롭다. 한겨울, 귀한 단백질인 고기를 오래 보관하고자 했던 선조들의 지혜. 그 마음을 떠올리면 이 특이한 간식이 조금은 애틋해진다. ‘사월의 꿩’에서는 실제 꿩을 사육하며 꿩엿 체험도 하며 꿩 요리도 맛볼 수 있다.
(위) 사월의 꿩 수제 꿩버거 (아래) 꿩엿
(출처_사월의꿩)
사월의 꿩
수제꿩버거 꿩만두 등 꿩요리 &체험 &꿩엿 판매
070-4105-8500/ 제주 제주시 구좌읍 번영로 2178 사월의꿩(산림복지 바우처 사용)
3.빙떡
강원도 북부 산간이나 돌 많은 제주도. 메마르고 척박한 땅에서 잘 자라는 작물이 있다. 바로 메밀이다. 제주도의 메밀은 고려 말, 몽골의 지배를 받던 시절 전해졌다고 한다. 그만큼 제주 사람들의 메밀 사랑은 오래되었고, 메밀을 지혜롭게 먹는 법도 삶 속에서 자연스레 터득됐다.
예를 들어, 독성이 있는 메밀을 소화효소가 풍부한 무와 함께 먹는 방식이 그 예다. 강원도에 김치나 매운 양념이 듬뿍 들어간 메밀총떡이 있다면, 제주도에는 오직 ‘무’ 하나로 속을 채운 빙떡이 있다. 얇은 메밀 반죽에 무채를 듬뿍 넣고 돌돌 말은 굵은 빙떡. 단순하고 소박하다. 마치 제주의 삶을 반죽에 빚어낸 것 같다. 화려하진 않지만 한입 베어 물면 그 투박한 정직함이 마음조차 따뜻하게 데운다. 제주에 가면, 꼭 시도해 보시길.
메밀애보쌈의 빙떡
메밀애보쌈 본점
메밀빙떡 7,000원
064-739-3787/ 제주 서귀포시 이어도로 769 메밀애보쌈
제주의 新센스
1.먹보리
먹보리(흑보리)로 만든 곡물차 ‘먹’을 시그니처로 내세우는 곳. 커피처럼 진하지만, 카페인이 없어 카페인을 멀리해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더없이 좋은 선택지다. 옅은 농도의 잎 차들과는 달리 ‘먹’의 비주얼, 구수한 향과 맛이 커피 농도와 유사하다. 카페 앞마당엔 보리밭이 펼쳐져 있고, 귤나무가 담장을 넘는다. 한 잔의 ‘먹’과 함께라면, 문득 떠나고 싶던 그 마음이 잠시 머물러도 괜찮겠다 싶다. 지친 일상 속, 쉼표처럼 떠오르는 그런 곳이다.
콜체스카페의 먹
콜체스카페
먹 6,000원 먹라떼 7,000원
010-2911-0158 / 제주 제주시 애월읍 애납로 158
※본 원고는 대한 영양사 협회에서 발간하는 <국민영양>에 수록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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