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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화의 맛있는 트렌드_고기는 거들뿐, 제 값하는 김치 맛집...서울 강동구 ‘다람’

2024.05.20 | 조회 : 134,176 | 댓글 : 1 | 추천 : 1

이윤화의 맛있는 트렌드

고기는 거들뿐, 제 값하는 김치 맛집...서울 강동구 ‘다람’

 

김치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한식 밥상의 고정 출연 멤버다. 칼국수 한 그릇을 먹든 12첩 반상을 먹든 더구나 중국집, 양식집을 가도 “혹시 김치 없나요?”라고 당당히 물을 수 있는 문화 속에서 김치는 너무나 당연한 ‘기본 반찬’이었다.

 

유럽 여행을 가면 식당에서 물을 돈 주고 사 먹어야 한다며 ‘우리나라 좋은 나라’를 되새기기도 하는데 한국인들에게는 김치도 다소 생수와 같은 공짜 반찬 취급을 받는다. 

 

최근엔 식당에서 김치보시기를 내놓으며 별도로 가격을 받고 파는 곳을 가끔 보게 된다. 물론 많지는 않다. 서울에서 내놓으라는 고가의 고깃집에서는 밑반찬 세팅으로 처음 나오는 김치는 기본으로 제공되지만 추가로 요청하는 김치에 대해서는 별도 가격을 내게 한다. 즐겨 가는 주점에서는 김치가 안주류에 유료 메뉴로 올라와 있다. 일반 요리처럼 당당히 제 몸값을 내보이면서 말이다.

 

이처럼 식당에서 김치에 개별 가격을 매겨서 판매하는 것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김치는 매일 집에서도 먹고 보통 식당에서 밑반찬의 기본으로 나오며 언제든 리필이 가능한 만만한 반찬 중에 하나로 볼멘 손님들의 불만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그런 김치를 따로 유료로 판다는 것은 주인장의 철학이 확고해야만 되는 대목이다.

 

김치를 유료로 파는 한 주점의 용감한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김치의 종주국인 한국에 사는 한국인들이 매일 밖에서 싸구려 정체불명의 김치를 먹고살아요’ 즉 집 밖에 나와서 먹는 대중 식당의 김치는 대개 저가 수입 김치가 많기에 정작 한국인들이 제대로 된 김치를 못 먹고산다는 것이 요지였다. 그렇기에 우리 식당만이라도 제대로 된 김치를 제값 받고 팔아야겠다는 결심을 했단다.

 

어디를 가나 공짜인 김치를 돈을 주고 먹으려니 아깝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돈을 주고 먹기에 남기지 않고 더 음미하고 한 번 더 의미를 둘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한식당에 갔을 때 맛있는 반찬이 많아도 김치가 빠진 식탁은 영 서운하다. 그보다 더 섭섭한 종류의 식당은 고깃집이다.

 

기름진 고기의 맛을 개운하게 눌려주는 역할이 바로 김치이기 때문이다. 김치 덕분에 고기 맛이 더 특별해지고 그로 인해 고기를 더 먹게 하는 필수 조연이라 하겠다. 이렇게나 소중한 김치인데, 유료 딱지가 붙는 순간 “그래봤자 김치가 김치지”라고 태세 전환하고 깎아내린 과거를 내심 반성하게 됐다. 

 

 

어느 날 김치가 주연이고 고기는 김치를 돋보이게 하는 보조적 역할을 한다는 생각까지 들게 하는 고깃집을 만났다. 김치가 맛있는 고깃집으로 소문난 ‘다람’의 풍문을 오래전부터 들어왔지만, 나도 한국인인지라 ‘우리나라 고깃집에 김치를 돈 주고 사 먹는 집이 대체 어디 있어?’라고 생각하며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었다. 그런데 다람을 방문한 뒤 외식 속 김치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음을 깨달았다. 식당 중앙에는 김치 진열 쇼케이스가 당당히 놓여 있다.

 

그 안은 작은 김치 전문점을 방불케 한다. 겉절이 같은 즉석 김치도 있지만 대개 시간의 흔적이 물씬 묻어나는 김치들이다. 커다란 통대파 김치는 비주얼부터 입안에 침이 한가득 고이게 한다. ‘대파 묵은지 김치‘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그 옆에 큼지막한 통무로 담근 김치가 수북이 쌓여있다. 무 자체를 통째로 꾸덕꾸덕 말려 담갔기에 잔잔한 주름이 져있다. 총각김치와 무말랭이를 섞어 놓은 식감의 숙성 김치로 3년 된 세월 김치다. 맛보지 않아도 꼬들꼬들한 식감이 절로 상상된다. 그 밖에도 쪽파김치, 오이소박이, 빈티지별로 있는 묵은지 등 김치 축제장이 따로 없다. 보통 13가지 김치를 후보로 대기 시켜 놓고 계절에 따라, 상황에 따라 종류를 달리한다. 

 

도축 1주일 내의 신선한 돼지고기 한돈도 쫄깃하며 야들야들 한데, 아무래도 기센 김치에 밀리는 듯하다. 확실한 것은 고기가 김치 맛을 더 살려주는 것이 분명하다.

숙성 김치는 깊은 맛으로, 막 무친 배추나 파절이, 오이김치는 아삭한 신선함으로 매료시킨다. 김치에 연신 감탄을 하니 사장님이 이 집의 보물창고나 다름없는 김치 저장고를 선뜻 공개한다. 

 

 

주방을 넘어 뒷마당에는 맞춤식 저온저장고가 줄 서 있다. 어느 저장고를 열어도 시간의 차이를 두고 분류, 보관된 김치와 김치고 또는 김치에 들어가는 온갖 재료들로 그득하다. 상품(上品)의 매끈한 마가 잔뜩 쌓여있어, 용도를 물으니 이 또한 김치에 들어가는 재료란다. 한 해에 김치에 들어가는 전국의 귀한 재료를 수급하는 비용만으로도 2억 언저리가 된다니 사장님 김치 사랑과 그 스케일에 놀랄 일이다. 김치로 끝이 아니다.

 

내 손을 잡고 옥상으로 갔다. 거기엔 간장, 된장, 고추장 등 연도별 수제 장 항아리가 즐비하다. 채수(菜水), 귀리, 마, 보리, 돼지감자가루 등이 모두 고추장에 들어가는 재료들이다.

 

은은한 단맛의 귀한 밑천들이다. 간장에서 건진 메주가 아닌 메주 자체를 올곧이 발효한 막장 뚜껑을 여니 색은 칙칙한 듯하나 맛은 진한 옛 친구의 ‘찐 맛’이다. 그러니 다람의 된장찌개는 여느 고깃집에서 먹는 묽은 찌개 맛이 아니다. 쌈장도 소금도 곤드레 솥밥에 비벼 먹는 양념간장마저 하나하나 사장님의 손길이 닿아 독특한 다람맛의 개성이 묻어난다. 

 

사장님은 갈증 나는 음식은 먹으면 안 된다고 말씀하신다. MSG, 각종 감미료, 염분이 많이 들어간 음식으로 과식한 다음 날 갈증이 나서 여러 번 물을 마셨던 경험이 있었는데, 다람의 김치는 듬뿍 먹어도 언짢은 갈증이 전혀 없다. 이것이 발효의 참맛이자 신묘함이라 할 수 있다. 

 

서울 도심 안에서 다양한 김치와 장을 담아 고깃집을 운영하는 80대를 중반의 유정희 사장님의 손맛이 대대로 이어져 현대인의 발효 길라잡이 건강 식공간이 되길 바랄 뿐이다. 

 

곁들임의 차별화…안 시키면 ‘유죄’ 주객전도 사이드 메뉴
고깃집에서 메인 메뉴인 ‘고기’ 원물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은 당연하겠으나 상향 평준화 된 육류 외식 시장에서 그만큼 차별화를 꾀하기 쉽지 않다. 또한 대중음식점에서는 타깃 고객층에 따라 원물의 퀄리티에서 타협점을 찾아야 하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고기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곁들임 메뉴’는 가게만의 특색을 부여하기 가장 좋은 도구다.

 

우선 마무리 식사 메뉴와 고기와 함께 곁들였을 때 시너지를 내는 보조 메뉴, 양념, 쌈 등 아이디어를 부여할 수 있는 대상도 다양하며 이는 매장 전체의 캐릭터를 만드는 중요한 요소로서 고기 식사 후 밥, 냉면 공식이 아닌 양식, 중식, 일식 등 고정관념을 깬 다양한 조리법을 결합하는 등 잘 구현된 곁들임 메뉴로 하여금 전체 식사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가게 경쟁력의 핵심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4 대한민국을이끄는외식트렌드 中 ‘한 끗’이 만든 신의 ‘한 수’, 육류외식포커스)
 


다람
서울 강동구 양재대로85길 29

Tel 0507-1339-6047

메뉴 도끼삼겹. 목살. 항정살 77,000원, 한정김치 1종 4,000원 한정김치3종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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