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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화의맛있는트렌드_한국의 발효 대사, 조셉리저우드(Joseph Lidgerwood)

2023.09.03 | 조회 : 121,668 | 댓글 : 0 | 추천 : 0

 

이윤화의맛있는트렌드

한국의 발효 대사, 조셉리저우드(Joseph Lidgerwood) 

 

 

인터넷에 뜨는 팝업 창이 무언가 설레게 하는 사인인 것처럼 조셉셰프는 새로운 팝업을 좋아한다. 영감을 주는 식재료나 농부, 발효장인을 만나면 그는 무언가 골몰한 연구에 빠지고 팝업(Pop-up)을 계획한다.

 

그는 세계 여러 셰프들과 다양한 팝업을 열기 위해 해외 유명 도시를 돌다가 한국을 알게 되었다. 한국의 수산물과 여러 식재료가 그의 눈에 띄었는데, 유독 가슴을 뛰게 한 것이 발효산물이었다. 

 

 

콩과 소금, 물로 구성되고 거기에 세월을 더하면 간장이 만들어지고 그 간장은 해를 거듭할수록 맛의 깊이가 달라진다. 그 매력에 빠져 조솁 셰프는 요리 인생을 서울에서 풀어보기로 정하고 2018년 말 역삼동에 ‘에빗(EVETT)’이라는 그의 미들네임을 딴 레스토랑을 연다.

 

필자는 오픈한 지 얼마 안되었을 즈음 외국인 셰프의 시선으로 풀어낸 한국의 발효라는 흥미로운 콘셉트를 경험하기 위해 에빗의 문을 두드렸다. 셰프의 창작 산물에 한국의 전통주와 해산물을 잘 응용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띄었다.

 

전통주는 외국인 주해사를 통해, 와인은 한국인 소믈리에를 통해 소개되는 것도 흥미로웠다. 돌산갓으로 감싼 아귀, 아귀간 소스를 뿌린 배추뿌리, 대파가루, 된장소스 등이 요리에 활용되었고 코스별 음식에 오메기맑은술, 추사 사과증류주, 이화주까지 다양한 전통주의 페어링을 시도함은 참신하였으나 어떤 요리는 외국인 셰프의 열정실험 정도로 여겨지기도 하였다.

 

그 뒤 조셉 셰프의 활약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자주 접할 수 있었으며 한국 식재료를 사랑하는 외국인 셰프로 점점 각인되어 가며 자신만의 스토리를 차곡차곡 쌓아 나가는 모습을 내심 응원하던 터였다.  

 

 

한국 발효의 가장 큰 특징은 ‘끈기의 시간’. 조솁셰프도 한국 발효가 주는 시간을 배움은 물론 그 이해를 위해 한국어 공부에도 열정을 보태고 있었다. 이런 조셉셰프의 소식을 진장으로 유명한 담양 기순도 명인님을 통해 듣게 되었다.

 

열심히 명인님의 장독대를 기웃거리며 장 담는날, 장 가르는 날 등 수시로 담양을 오가며 본인의 이름을 건 항아리도 명인님 장독대 한 켠에 두고 시간과 정성을 쏟으며 어느새 장 마니아를 넘어 장 전문가로, 장과 함께 익어가고 있었다.  

 

 

얼마 전 조셉셰프의 새로운 다이닝 공간이 오픈했다는 소식을 듣고 디너를 즐기기 위해 방문했다. 역삼동 시대의 막을 내리고 에빗3.0 시대를 선언하며 도산공원 인근에 선보인 우아하고 넓은 공간의 레스토랑은 오픈 주방 안의 셰프들의 움직임까지 지켜볼 수 있는 매력적인 곳이었다. 

 

 

4년 만에 찾은 에빗은 장의 깊이 만큼이나 한층 무르익어 있었다. 코스의 구성은 엇비슷할지 몰라도 그의 우리 식재료에 대한 이해가 촘촘히 느껴졌다. 깻잎으로 만든 주스로 입맛을 열어주니 작은 나무가 테이블로 등장한다. 채집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싶었던 셰프는 가지에서 음식을 직접 따먹게 하였다.

 

꽃처럼 아름다운 훈제고등어 음식이 가지에 매달려 있다. 코스마다 우리술 페어링(pairing) 시도는 변함없이 열심인데 여기에 발전한 점이 있다면 조셉셰프가 인천에 있는 삼양춘 브랜드와 협업하여 만든 술이 여러 개 포함되어 있어 음식과의 결에 보다 마침맞은 어울림을 선사했다. 옛날 정자에서 술을 마시던 선비의 갓 모양을 직접 그려 라벨에 넣은 여러 가지 술이 코스별 음식과 마리아주를 시도하며 나온다. 콜라보한 술 이름은 ‘오마이갓’시리즈이다.  

 

 

오마이갓 스파클링(목련꽃)과 함께 즐기라며 앙증맞은 작은 항아리 뚜껑 위에 빨간 젤리 말이가 놓여 나왔다. 한국의 간식인 쫀드기를 본 조셉셰프가 고향 호주의 어린 시절에 먹었던 과일 젤리를 떠올리며 만든 메뉴다.

 

얄팍한 붉은 젤리 속에 기순도 명인의 딸기 고추장을 바르고 싱싱한 딱새우를 채워 말아냈다. 항아리 속에는 '장독대에 담긴 새우 여행'에 대한 작은 편지가 담겨있어 흥미로움을 더한다. 단순히 음식을 먹는 행위 이외에 다양한 이야기와 경험의 즐거움을 자연스럽게 담아내고자 한 센스는 현 시점 다이닝이 행하는 보다 다채로운 역할을 내심 실감하게 했다.     

 

 

‘오마이갓탁주’와 함께 먹은 전복요리는 조선시대 선비 갓을 거꾸로 한 모양의 블랙 디쉬에 담겨 나왔다. 나무로 만든 스토리북 속에는 전래동화인 별주부전의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거북이의 꾐에 용왕님 앞까지 간 토끼는 간을 뭍에 두고 왔다는 기지를 발휘해 위기를 모면하고 목숨을 건진다.

 

그림과 글 옆에는 토끼 간이 아닌 닭간 파르페와 잣, 톳이 올라간 우유토스트 안주거리가 살포시 놓여있다. 음식의 개발에 맛과 술의 조화만이 아닌 한국 전통의 이야기까지 소집해냈다. 

 

 

이어서 조솁셰프가 담양에서 직접 빚은 메주가 접시로 변신하여 등장했다. 메주 모양 접시가 아니라 실제 메주를 접시로 활용한 것. 소복이 쌓인 콩가루에 흑마늘퓌레가 들어간 주악 모양의 한입 도넛이 입안 가득 즐거움을 더한다. 

 

국순당 고창복분자주와 기름 속에서 천천히 익힌 송어요리는 붉은 조화의 식코스. 
메인 요리전 입가심도 남다르다.

 

산에서 채집한 개미를 제피와 레몬에 재워 식혜 소르베에 얹어 먹는다. 신맛 개미는 에빗레스토랑이 추구하는 식재료의 폭넓은 이해의 표현이나 다름없다. 메인은 오리고기와 현미밥이다. 획기적이고 창의적인 앞의 코스에 비해 다소 평범할 수 있는 식재료였지만 오히려 잊지 못할 감동을 받았다.

 

작은 솥에 지어온 현미밥에 석장(간장 항아리에 생긴 소금덩어리)을 갈아 주어 간을 맞춘다. 파스타 위에 치즈를 듬뿍 갈아 넣어봤지만 밥 위에 석장을 갈아서 먹어본 것은 처음이다. 물론 이 석장도 기순도 명인님의 간장항아리에서 구해온 것이다. 360년 씨간장의 석장 맛을 체험한 셈이다. 천둥오리 스테이크 옆에는 명인의 된장이 들어간 소스가 곁들여진다. 

 

 

설레던 긴 여정의 여행을 마치듯 차 한잔으로 마무리하는 식사의 피날레엔 참기름카라멜, 문경사과증류주(고운달)캔디, 방앗잎가루가 묻혀진 백년초마시멜로 등이 팔각창틀 접시에 나왔다. 

 

애정을 듬뿍 가진 외국인이 보는 한국의 산물, 조셉의 음식은 우리네 발효처럼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짧으면 짧을 수 있고 길면 길 수 있는 그의 한국 인생은 오늘도 무르익어 가고 있다. 

 

“이름 자체가 브랜드로서 확장성을 갖추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다양한 채널을 통해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여나갈 수 있음을 현 외식 시장에서 여러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식당 운영이 하나의 쇼라면 운영자는 쇼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연결시키고 효과적이며 제대로 전달하기 위한 기획자이자 연출자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가장 중요한 것은 명확한 컨셉트와 서사가 될 수 있는 스토리텔링 구성, 타깃 설정이 첫 번째, 또한 설정한 콘셉트를 제품과 공간, 마케팅에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 대한민국을이끄는외식트렌드 2023 중에서  

 

브랜드 확장에 한국의 발효 요소를 담아 근사한 쇼를 구현해내는 조솁셰프가 있어 행복하다.

 

 
에빗(EVETT)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45길 10-5 1층 
Tel : 0507-1399-1029
인스타그램 @restaurantevett

 

이윤화 음식평론가 ‘대한민국을이끄는외식트렌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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