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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화의 맛있는 트렌드_ 로컬 ‘천마’를 알려낸 ‘용추맛집’

2023.08.07 | 조회 : 113,559 | 댓글 : 0 | 추천 : 0

이윤화의 맛있는 트렌드
로컬 ‘천마’를 알려낸 ‘용추맛집’

 

 

 

‘천마(天麻)’라는 식재료를 알게 된 것은 불과 몇 년 전이다. 처음엔 ‘마’의 일종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전혀 다른 식물이었다. ‘천마’는 ‘마’와 이름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천마를 설명하기 위하여 마와 다른 특징을 이야기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곤 한다. 마는 마과이고 천마는 난초과이다.

 

마는 뿌리가 있고 즙을 내면 끈적한 점성이 있다. 흔히 일식집에서 작은 종지에 나오는 끈적이는 음식이 ‘마’다. 그와 다르게 ‘천마’는 뿌리가 없고 마디는 있으며 즙을 내면 점성이 없고 특유의 향을 가지고 있다.  

 


천마는 의약 관련 옛 고서에도 많이 나오는 것으로 봐서 사용해 온 역사가 꽤 긴 것을 알 수 있다. 동의보감에 “모든 허와 어지러운 증세는 천마가 아니면 치료하기 어렵다”고 기술되어 있듯 한방에서 두뇌활동 개선이나 뇌졸중 등을 치료할 때 처방하는 재료로 쓰여 왔던 기록이 있다. 그런데 일반인들에게 왜 이리 낯설까? 선조들이 오래 사용은 해 왔지만, 아무래도 식용보다 약용으로 많이 쓰여 왔기에 약처럼 생각되어 그런 것이 아닐까 한다. 

 

 

식용으로서의 천마는 생산산지 중심으로 수확철에 조금씩 먹는 정도였다. 그런데 이를 체계적인 식재료로써 공급해 보기로 마음먹은 지역이 있다. 바로 전라북도 무주다. 


인삼의 맛은 쓰지만 귀한 보양 식재료로 자리잡았듯이, 천마 또한 독특한 향을 가졌지만 몸에 이로운 자연 식재료로 보급을 하기엔 충분한 가치가 있어 보였다. 농업연구 파트에서는 자연 산출량에는 한계가 있기에 노지재배와 시설재배로 확대하며 생산량 증가를 도모함과 동시에 대중에게 천마 음식을 알릴 궁리를 시작했다. 


천마 음식이 쉽게 전파되는 방법으로 가장 좋은 것은 다름 아닌 천마 음식을 파는 전문식당이 증가하는 것이다. 이런 취지에 발맞춰 무주에서는 천마를 음식에 적용하여 판매하고 싶다는 의지의 식당들이 여럿 있는데, 용추맛집도 천마 선구 맛집 중에 하나다.

 

소나무 숲을 뒤로 한 용추맛집에서 몇 발자국만 내려가 용추교에 다다르면 용추폭포의 전경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다. 김기숙대표는 무주 안성면 토박이로 어머니도 식당을 하고 계시니 2대에 걸쳐 외식 전문가의 길을 걷고 있는 25년 이상 경력의 베테랑이다.

 

벽면의 메뉴차림표만 보면 인근 계곡의 여느 맛집과 별다른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먹어보고 여러 번 가보면 깊이의 남다름을 차츰 알게 된다. 오리나 닭이 들어가는 한방백숙은 둥굴레, 녹두, 황기 등 무려 15가지 약재를 넣은 육수에 싱싱한 오리나 닭을 푹 곤 뒤 부추를 듬뿍 올려 먹는 방식이다.

 

메뉴에 낯선 음식으로 토끼탕이 보인다. 신선한 국내산 토끼고기를 공수하여 무를 넉넉하게 깔고 고춧가루를 넣어 칼칼하고 시원하게 끓여 내는데 육질이 연하고 소화 흡수가 잘 되는 토끼고기는 지방이 거의 없기 때문에 빈혈이나 고혈압, 당뇨 등의 지병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어 덕유산 눈꽃 산행객의 겨울 보양식으로 입소문 났다. 

 

 

 

그중에 눈에 띄는 음식이 ‘천마오리주물럭’이다. 매콤달콤한 오리 주물럭 양념은 직접 농사지은 고춧가루에 청정 무주 사과로 단맛을 내 3~4일간 숙성 시켜 사용한다. 신선한 오리살에 양념이 충분히 배어들도록 한 뒤 여기에 양파, 대파 등 채소와 표고버섯, 고구마, 감자 그리고 천마를 올려 방점을 찍는다.

 

 

무주 안성면은 전국 제1의 천마 산지다. 봄과 가을 두 번 생산되는 천마 수확철이 돌아오면   천마농부들은 직접 재배한 햇천마를 가지고 곧잘 식당에 온다. 그리고는 식당에서 파는 삼겹살, 오리 등 고기와 함께 구워 먹곤 한다. 그래서 안성면 사람들은 고기구이 옆에 놓인 천마가 낯설지 않다. 하지만 천마를 특정 요리의 주재료로 활용한 메뉴를 상품화하여 사시사철 즐기는 일은 생소한 일이었다.

 

 

용추맛집에서는 단골들에서 인정받은 오리주물럭에 천마를 넣어 조화를 이뤄냈다. 생천마는 친숙하지 않은 특유의 향 때문에 자칫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지만 오리주물럭에 들어간 천마는 천마 본연의 식감은 그대도 살면서도 풍미가 자연스럽게 응축된다.

 

약간 꼬리하며 비릿한 향이 열이 가해지면서 순화되며 주물럭의 매콤한 양념과 퍽 잘 어우러진다. 천마의 매력을 애써 감추지 않고 드러내면서도 대중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고심한 흔적이 맛에 잘 배었다. 천마를 수확시기에만 맛보던 지역의 농업인들이 용추맛집의 천마오리주물럭을 사계절 맛보며, 이렇게 음식에 잘 응용되니 지금까지 천마를 몰랐던 소비자에게 한층 쉽게 다가가는 음식관광상품이 되었다며 기뻐한다. 

 

 

 

보양 음식이 조금 부담스럽다면 점심시간에 용추맛집을 방문해 보자. ‘삼숙정식’이라 이름 붙은 한식 뷔페를 합리적인 가격에 맛볼 수 있으니 말이다. 주인장이 그날그날 주어지는 재료로 차려내는 무주 안성면의 일상 음식들로 매일 반찬과 메인 요리가 가짓수를 맞춰 다르게 나와 질리지 않고 맛깔스러워 인근의 현지인들이 문턱이 닳도록 드나든다. 신선 식재료에 대한 철학이 남다른 주인장은 100년 역사의 무주 안성 오일장을 비롯하여 장수 장계장까지 순회하며 직접 장을 보러 다녀 재료가 실하고 푸짐하며 계절에 맞춰 내오는 향긋한 산나물에 고추, 배추 농사를 지어 담근 김치는 그 맛이 각별하다.


칠연 계곡을 앞마당, 덕유산을 뒷마당 삼아 자란 주인장이 고장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천마와 음식의 조화를 이뤄내니 명승지 이름을 건 ‘맛집’의 상호가 전혀 아깝지 않다. 

 

지자체마다 지역 특화 작물의 소비 확대와 대중화를 위한 노력은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지만  시도에 그치는 경우가 대다수다. 로컬 식재료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고 지속가능성과 식량의 자급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어 가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지자체는 물론 외식업계에서도 동반성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 
“대한민국을 이끄는 외식트렌드” 중에서 

 


용추맛집
주소 : 전북 무주군 안성면 덕유산로 342
전화 : 063-323-3131

 

 

이윤화 음식평론가 ‘대한민국을이끄는외식트렌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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