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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R

로컬을 사랑하는 장인식당

2023.07.10 | 조회 : 52,602 | 댓글 : 0 | 추천 : 0

 

이윤화의 맛있는 트렌드

로컬을 사랑하는 장인식당 "미트로칼"

 

한남동 주상복합건물 1층에 있는 ‘미트로칼’은 유심히 보지 않으면 그냥 스쳐 지나칠 수 있는 작은 수제 소시지 전문점이다. 그런데 소시지를 사러 여러 번 가면 갈수록 처음에 안보이는 요소들이 점점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즉 소시지만을 위한 맛집이 아니라는 것을 처음부터 알아채기는 쉽지 않다. 

 
난 이곳을 ‘강소식(強小食)’이라 불러본다. 농업분야에서 사용하는 '강소농(強小農)'은 '작지만 강한 농업경영체'라는 뜻이다. 외식분야는 이와 비견할 '작지만 강한 식당', 즉 강소식이 많다. 오늘은 대표적인 강소식 ‘미트로칼’과 주인장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인류가 오랜 기간 즐겨오고 발전시킨 전통 식품들을 더욱 깊게 파고들어 장인정신을 통해 완성한 요리를 선보이는 아티잔다이닝(Atisan Dining)이 맹활약하고 있다. 특정 대상에 몰입해 열광하는 이른바 ‘덕질’이 삶의 밸런스에서 중요한 범주로 자리잡고 같은 취향의 공동체나 장소에서 정서적 만족감을 얻은 현세대의 성향은 한 가지에 오롯이 집중해 만들어낸 셰프들의 식품 ‘덕질’에도 공감하는 듯하다.”

-대한민국을 이끄는 외식트렌드 중에서-

 

 

국산 수제소시지 전문점 미크로칼의 전경 

오늘은 아티잔다이닝(장인식당) 중에 하나로 ‘샤퀴테리(CHARCUTERIE)’를 예로 들어보고자 한다. 샤퀴테리는 고기 육질와 고기 부속물로 만든 육가공품을 총칭하는 프랑스어로, ‘Chair(살코기)’와 ‘cuit(가공된)’가 합쳐진 말이다.

 

우리 음식에서 순대, 족편, 편육, 육포 등이 여기에 속할 수 있겠다. 유럽식 육가공을 하는 전문가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기에 샤퀴테리라는 단어 사용도 외식업계에서는 점점 낯설지 않게 되었다. 한마디로 유럽식 수제 햄이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미트로칼도 수제 육가공품을 취급하고 있는데 주방에서 직접 소시지를 만들어 판매하고 이를 이용한 샌드위치나 모듬디쉬를 식사로 제공하는 ‘샵&다이닝’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곳과 다른 샤퀴테리 전문점과의 공통점은 발색제, 보존제 등이 들어간 기존의 대규모 가공식품업체 제품과는 달리 엄선된 식재료를 사용한 육가공 제품을 직접 수제로 만든다는 것, 그리고 차별점은 국내산 재료에 올곧이 집중한다는 점이다.

 

그 예로 가장 기본이 되는 축산물은 국내에서 친환경 축산 회사로 잘 알려진 씨알축산과 거래하며 무항생제 원육 사용만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미트로칼에서 수제 소시지를 만드는 과정 

독일식 육가공 기술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훔메마이스터슐레(식육가공학교)를 졸업한 윤유경대표는 무항생 돼지고기 뒷다리살을 활용하여 다양한 소시지 제품을 만든다. IT업계의 개발자로 사회생활을 하던 윤유경대표는 인생의 터닝포인트 시점에 음식에 관심을 갖고 전통음식에 대해 공부를 시작했다.

 

그러다 슬로푸드와 로컬푸드를 접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지속가능한 우리 삶과 음식에 대해 이해가 깊어지게 되었다.

그러다 사업으로 이어진 것이 ‘지속가능한 축산’이었다. 신뢰할 수 있는 축산 원재료를 가공하여 안전하게 보존된 축산상품으로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또 찾았다. 상호명도 독특하다. 미트로칼의 미트(Meat)는 고기, 로칼(Lokkal)은 네덜란드 말로 지역(local)의 뜻과 동시에 교실(class)란 의미로 건강하고 좋은 음식을 만드는 것은 당연하며 거기에 국내 다양한 식재료에 대한 가치를 전달하는 학습장의 역할을 하고 싶은 윤대표의 마음을 담았단다. 

 

 

 

미트로칼에서 내놓은 샤퀴테리 디쉬

 

 

 

미트로칼에서 제공하는 샤퀴테리 보드

그렇게 선보인 것이 현재 미트로칼의 샤퀴테리다. 기술면에서는 독일의 정통 소시지 제조법을 따르지만 재료는 한국의 로컬 생산품을 사용하고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허브와 염도를 감안하여 최적의 상태를 연구하고 만드는데 집중하여 국내 식문화에 맞게 진화한 형태의 샤퀴테리를 시장에 선보인 것.

 

빠른 시간 내에 먹어야 되는 ‘생소시지’, 데우지 않고 그냥 먹을 수 있는 ‘콜드컷 시리즈’, 발효건조의 ‘살라미계통’과 ‘스모크 소시지’ 등 다양한 종류를 만들고 있다. 축산물 뿐아니라 국내산 굴로 스모크오이스터를 만들고 라임 대신 제주 청귤을 이용한 마리네이드 음식도 시도한다. 

 

 

 

미트로칼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먹거리들

또한 매장에는 소시지와 어울리는 다양한 와인이 꽤 합리적인 가격으로 와인샵 못지않게 구비되어 있고 그 외 전통간장, 유기농달걀, 생들깨기름, 야생차, 청무화과잼 등이 진열대에 함께 소개되고 있다. 모두 국내 로컬 지역에서 엄선한 건강한 제품들이다.

 

특히 윤대표가 원장을 맡고 있는 ‘내일의식탁(슬로푸드문화원)’이 개최하는 참발효어워즈 수상 농가제품이 눈에 많이 띈다. 이곳은 주인장의 일관된 철학에 맞춘 잡화점 기능을 갖춘 외식공간이기도 한 셈이다. 

 

 

 

 

포장 판매 중인 미트로칼의 육가공품

미트로칼은 한남동에 소재하고 있기에, 수제소시지에 익숙한 외국인 손님, 캠핑족, 와인 마니아들이 많이 찾아온다.

 

최근에는 샤퀴테리가 보다 대중화되고 그와 함께 같은 것을 먹더라도 국산 식재료로 안전하게 만든 식품을 찾는 니즈도 확대되어 보다 객층이 다양해짐을 체감한다고. 윤대표에게 앞으로의 꿈을 물었다.

 

장인정신이 깃든 로컬 상품을 고객들이 잘 만날 수 있게 지금보다 규모 있고 체계적인 그로서란트(Grocerant. 판매점+식당)를 만들고 싶단다. 미트로칼은 오늘도 MEAT소시지를 가지고 고객들과 MEET LOCAL을 실천 중이다. 

 

 

 

[잠깐] ‘식육즉석판매가공업’이정착하려면

 

국내에서 2013년 ‘식육즉석판매가공업’이 신설되어 식육판매업에서 식육가공품을 판매할 수 있게 허가되었다. 쉽게 설명하면 정육점을 하면서 직접 돈까스까지 만들어서 판매할 수 있는  법이 신설된 것이다. 이 법 덕택에 식육즉석가공품이 늘고 있으나 아직까지도 식육상품의 다양성은 부족한 편이다. 


윤유경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가축 부산물(간, 껍질, 귀 등)의 신뢰할 수 있는 식재료 구입의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탈리아의 경우 농장 안에 식육가공 시설이 있어 도축 후 직거래 가공을 할 수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가축이 일괄 도축장으로 보내져 유통되기에 믿을 수 있는 무항생제 부속물의 구입라인이 부재한 형편이다. 유럽의 경우 브레드푸딩(서양순대)에 들어가는 동물 피(blood)는 파우더 형태로 유통되고 있다. 즉 육가공업체에서 필요한 안전한 중간 가공품이 많아진다면 식육즉석판매가공업이 더욱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미트로칼 
서울시 용산구 독서당로 39 (한남신성미소시티) 1층 107-2
Tel : 070-4420-3960  
홈페이지 meatlokaal.com / 인스타 meatlokaal

 

이윤화 음식평론가 ‘대한민국을이끄는외식트렌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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