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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이윤화의 오늘 뭐 먹지_트렌디한 맛의 어울림, 성수동 플레이버타운

2021.12.27 | 조회 : 6,621 | 댓글 : 0 | 추천 : 0

 

 

식객 이윤화의 오늘 뭐 먹지

트렌디한 맛의 어울림, 성수동 플레이버타운

 

 

당시 70대 후반이셨던 은사님은 한식 다음으로 중국 요리를 좋아하셨다. 은사님을 모시고 정기적으로 식사 자리를 갖곤 했는데 그 자리의 총무는 은사님 입맛에 맞는 중식당 수배가 늘상 고민이었다. 하루는 모처럼 광화문에 자리하고 있는 새로운 중식당에 가게 됐다.

 

은사님은 처음 방문한 식당이기에 어떤 음식이 맛있냐고 물었다. 이때 중년 매니저가 와서 우리 식당의 컨셉은 일본식 중식을 표방하고 있으며 덜 자극적이면서 섬세한 중식 맛을 선보이고 있다고 대답했다. 흥미로운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던 그 순간, 쩌렁쩌렁한 은사님의 목소리가 홀을 가득 채우기 시작하였다.

 

‘중식이면 중식이고 일식이면 일식이지 일본식 중식이란 말이 어디 있는가? 똑바로 알고 장사를 해야지’라며 매니저를 나무랐다. 평소에도 너무 어려운 은사님의 호령에 나는 차마 매니저를 두둔하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지금도 그때만 생각하면 은사님의 호통 소리에 기죽어 외식업계에 있으면서도, 중식에는 수없이 많은 장르와 응용이 있다는 말을 제대로 해명하지 못한 나의 용기 없음에 피식 웃음이 나온다. 그리고 일본식 중식을 표방한 그 식당은 지금도 여전히 성업 중이다. 

 

 

 

 

톡톡 튀는 개성과 트렌디한 감성의 ‘젊은’ 외식 공간을 경험해보고자 할 때 성수동을 방문하여 해소하곤 한다. 그리고 거기에서 ‘플레이버타운’을 만났다. 

 


브로콜리샐러드에 템페(인도네시아 발효식품), 바질, 보리, 파마산 치즈가 들어가 있다. 단순한 비주얼의 샐러드인 듯하나 맛의 혼합이 남다르다. 흔한 외식 메뉴로 알려진 족발도 재탄생되었다.

 

뼈를 정성스레 발라낸 족발의 모양을 다시 잡아 생강향을 주고 반짝반짝 캐러멜화시켰다. 재래시장 족발도 나름의 윤기를 주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는데 이 또한 일맥상통인건가? 먹음직스런 광택을 머금은 족발 위에 고수 듬뿍 얹으니 맛도 멋도 진정 이국의 느낌이다.

 

한참 유행인 멘보샤 같은 새우토스트 위에 창펀(광둥지역 쌀반죽피)이 하얗게 얹어 나오고 간장 조림한 돼지고기 목살 차슈를 팬케이크라 불리는 밀전병에 싸먹게 한다. 삭힌 고추를 잘게 다져 소복이 덮어낸 우럭술찜 요리는 생선살을 야무지게 발라 먹은 뒤에도 밥 한 공기를 뚝딱할 수 있도록 만드는 마성의 소스가 압권이다.

 

술맛이 가미된 간장과 촉촉한 생선살 자체도 만족스러운데 발효 민족성을 가진 우리에게 삭힌 고추의 조화는 행복 그 자체라 하겠다. 

 

 

메뉴북을 둘러보다 육회 메뉴에 흥미가 샘솟았다. 육회와 낙지 거기에 마늘칩이 어울러지고 그것을 김에 싸먹게 한다.

 

짭조름! 낙지탕탕이 즐기는 목포 토박이 어르신이 먹는다면 진지하지 못하다고 한마디 할지 모르겠다. 이 참신하고 개성넘치는 육회 메뉴를 보고 5년 전에 시드니 여행 때 만난 ‘KIM RESTAURANT’ 셰프의 맛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태규 셰프는 시드니에서 프렌치 요리를 전공하고 현지에서 호주인 셰프와 함께 한국 음식을 알리기 위해 창작 한식 비스트로를 멋지게 펼쳤던 경력이 있다. 그리고 요리를 하는 아내를 만나 핀란드, 마카오, 홍콩, 중국의 여러 지역의 맛 여행과 현지 조리 업무를 하였다. 그때 체득된 경험들이 지금의 접시마다 풀어지고 있다. 

 

 

 

예전에는 셰프의 접시를 보며 어떤 식재료와 조리법이 활용되었나를 파악하기 위해서 집요한 신경을 썼었다. 그런데 요즘은 접시 위에 펼쳐진 만든 이의 경험 속에서 나온 중첩의 맛, 트렌디한 조합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과거 일본식 중식당에 모셨던 은사님이 이곳에 오면 국적 불명이라고 더 큰 호령을 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세월이 흘러 나에게도 용기가 생겨 은사님 앞에서 당당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저 셰프의 발자취가 플레이버타운의 장르이자 시대의 인기점이라고. 

 

 

이윤화 음식평론가 ‘대한민국을이끄는외식트렌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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