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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영 작가의 오늘뭐먹지_추억의 생도너츠, 달콤한 행복이 솔솔

2021.12.06 | 조회 : 4,421 | 댓글 : 0 | 추천 : 0

 

임선영 작가의 오늘뭐먹지

추억의 생도너츠, 달콤한 행복이 솔솔

 

 

잘 만든 생도너츠에서는 단풍잎 향기가 난다. 바스러지는 것 같으면서도 촉촉하고 한입 베어 물면 시나몬향이 코끝을 적신다. 광주 광산구에 소재한 공력 있는 동네빵집 <피낭시에제과점>, 이곳에는 옛날 빵이 정말 맛있는데 그 중에 4대빵을 고르라면 단팥빵, 생도너츠, 소금빵, 우유식빵이다.

 

8~90년대 빵 맛을 추억하는 사람들은 전국에서 이 곳을 찾아오거나 택배를 주문하여 그 향수에 빠져든다. 제과기능장 정형태 베이커 그는 96년 지인의 권유로 빵 판매 일을 시작했다가 아예 맛있고 건강한 빵을 직접 만들고자 인생을 걸었다. 신선하고 좋은 재료로, 제대로 된 발효 공정을 거처 누구나 맛있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빵을 즐기게 하고픈 신념이 있었다. 

 


이집의 단팥빵 이름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단팥빵” 이다. 처음 이 이름을 접할 때는 반신반의 했었다. 단팥빵 마니아인 나는 궁금증을 참지 못해 빵을 구입했는데 한 손에 들어보니 먼저 묵직한 팥의 무게가 손목으로 전해왔다. 아니나 다를까 빵 가운데를 살포시 갈라보자 푸짐한 팥소가 흥부네 박 터지듯 풍성한 자태를 드러냈다.

 

통팥과 고운 앙금의 아름다운 조화, 보드럽게 녹아 내리면서 치간에서 씹히는 팥알의 식감. 촉촉하면서 적당히 쫄깃한 빵살의 묘미까지. 게다가 푸짐한 팥은 그리 달지 않아 하나를 먹으면 다시 두개가 먹고 싶어지는 마성의 빵이었다. 빵을 먹고 속이 더부룩하지 않는 것은 발효를 제대로 하기 때문이다. 빵 반죽은 2차에 걸쳐 진행된다. 팥소를 삶은 후 냉장 숙성을 시키는데 그 낮은 온도가 반죽의 발효 온도를 낮추기에 조금 더 장시간 천천히 발효시킨다. 오븐에서는 그을린 듯 노릇하게 겉은 살짝 바삭하면서 속은 촉촉하게 이 골든 타임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국산팥 가격이 올라도 최상품 국산팥을 고수한다. 

 

 

또 하나의 묘미는 생도너츠 였다. 요즘 베이커리에서 찾아보기 힘든 이 품목은 베이커가 옛날 빵에 대한 기억이 있어야 만들어 낼 수 있다. 생도너츠 반죽은 발효는 하지 않기에 빵 보다는 과자로 분류하며 진반죽으로 촉촉하게 만들기에 도너츠 앞에 “생”이라는 접미사를 붙인다. 통통하고 손안에 오롯이 잡히는 이 과자는 겉바속촉의 최고 경지이다. 뻑뻑함이런 전혀 없이 바스러지듯 녹아 드는데 그 비결은 앙금과 피의 황금 비율에 있다. 생도너츠 하나가 75g이라면 앙금을 40g, 피 35g으로 정확히 빚어낸다. 앙금이 과하면 달고 피가 과하면 퍽퍽하다는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만들어낸 황금비율이다. 

 


“고소미”라는 이름의 소금빵은 짭조름한 가운데 보드러운 감칠맛이 그만이어서 식사빵으로 좋고 우유식빵은 촉촉하고 보드럽고 푸짐하다. 그의 식사빵은 믹싱할 때 글루텐을 과하게 잡지 않고 발효와 숙성을 오랜 시간 충분히 하기에 소화가 참 편하다. 크고 유명한 빵집을 꿈꾸지 않고 손님들이 행복해 지는 빵집을 꿈꾸는 베이커. 좋은 재료와 정성으로 만들어 지는 그의 빵은 가격이 저렴하다. 누구나 부담없이 맛있는 빵을 먹도록 하고 싶기 때문이다. 어려운 이웃에 대한 기부도 열심이다. 빵에 자신의 인생을 건 제과기능장은 매일 아침 직접 팥소를 끓이고, 빵 반죽을 잡으며 “맛있어져라” 기원을 불어넣는다.      

 

 

 

 

임선영 음식작가· ‘셰프의 맛집’ 저자 nalge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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