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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영 작가의 오늘 뭐 먹지_원조 할아버지 아구찜

2021.10.25 | 조회 : 3,993 | 댓글 : 0 | 추천 : 0

 

임선영 작가의 오늘 뭐 먹지

맛도 좋지만 몸에도 좋은 맵지않은 아구찜

 

들뜨지 않은 분위기와 맵지않은 음식을 좋아한다. 개인 취향이 아구찜에도 적용되어 맵거나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맛있는 아구찜을 찾았는데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대부분 아구찜 전문점들은 어떻게 하면 더욱 맵게 할까 칼칼하게 할까 달근하게 할까 고민하고 경쟁하고 광고하고 있었다.

한 곳 한 곳 발품 팔다 찾아낸 식당이 있으니 서초구 방배동에 소재한 <원조할아버지아구찜>이다. 그곳에서 비로소 맵지 않지만 감칠맛 으뜸인 아구찜의 모범 답안을 맛볼 수 있었다. 더군다나 맵기의 정도를 손님이 정할 수 있는데 하나도 맵지 않은 0단계에서부터 1단계 순한맛, 2단계 매운 라면 정도로 순하게 매운맛, 3단계 본격적인 매운맛, 4단계 좀더 매운맛 5단계 핵폭탄 매운맛까지 이 곳은 그 누구의 개인적 취향도 인정해 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 

 


물론 여기 아구찜이 매운맛이 조절된다고 해서만 좋은 것은 아니다. 양념 이면에는 좋은 질의 식재료가 묵직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푸짐하게 들어있는 아구는 살점이 아주 쫀득하다. 포슬포슬 떨어지는 다른 식당의 아구찜과 식감이 달랐다. 여기는 배에서 잡는 즉시 급냉 하는 선동(船凍)아구를 쓴다.

해동의 기술이 남다른 사장님은 수분이 질척거리지 않고 살점의 식감은 쫄깃하게 껍질의 식감은 젤리처럼 조리해 낸다. 그 찰지고 쫄깃한 살점이 닭다리를 뜯어먹는 것처럼 맛있었다. 푸짐하게 들어간 콩나물은 양념에 개운한 감칠맛을 담당한다. 미더덕을 씹으면 시원하고 짭조름한 바다 내음이 톡톡 터지고 아구 내장은 고급 버터를 뭉텅뭉텅 씹는 것처럼 녹진한 풍미를 내어준다.

매실, 양파, 대봉 등을 발효청으로 만들어 간장 게장을 만들고 각종 조림이나 무침의 양념으로 쓴다. 인공적이고 자극적인 맛 보다 자연이 녹아든 풍미와 몸에 이로운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기본으로 나오는 밑반찬도 정갈하다. 사장님은 전국 각지에서 유기농이나 친환경 농사를 짓고 있는 지인들로부터 식재료를 받고 아낌 없이 반찬으로 내놓는다. 직접 담아 잘 삭힌 총각김치는 그야말로 예술이다. 아삭아삭 씹어 먹으면 하수구처럼 막힌 속이 뻥 뚫린다. 감자를 직접 갈아 바삭하게 부쳐주는 감자전, 고추 절임, 멸치 볶음, 애호박 무침, 감자 볶음 등 엄마의 손길로 마련한 집밥의 향연이었다.

특히 이곳의 쌀밥은 고혈압으로 고생하는 이들까지 배려한다. 밥을 안칠 때 식물성 오일 1~2스푼 넣고 지은 후 저온 저장 하여 백미의 전분을 저항성 전분으로 바꾼다. 손님께 낼 때 다시 온기를 불어 넣는데 이런 쌀밥은 식후 혈당을 급격히 높이지 않고 칼로리가 낮으며 순순히 배설되는 쌀밥이 된다. 덮밥 메뉴에는 이 저혈당 쌀밥이 들어가는데 꼬들꼬들하고 쫀득한 쌀밥의 식감이 덮밥 주재료의 맛을 입체적으로 살려 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곳의 인기 비결은 식구처럼 따스하게 맞아주는 식당 사람들이다. 후한 인심이 마음을 편안하게 하여 식욕의 문을 열고 밥맛을 더욱 맛있게 한다. 아구찜을 밥에 올려 먹다 보면 수시로 부족한 찬들을 가져다 주기도 하며 나이 드신 어르신을 모시고 갔을 때는 밥을 말아 드시라며 우거지 된장국을 내어주기도 하였다. 한번은 고흥에서 담은 프리미엄 유자주가 있어 주문했더니 얼음과 언더락 글라스를 조용히 준비해 주셨다. 부모님을 모시고 갔는데 마치 부모님 식성을 잘 아시는 이모님이 이것 저것 챙겨주시는 것 같았다. 이제 40년 전통을 이어가는 이 식당은 건강한 음식을 베풀고자 하는 사장님의 마인드와 동네 단골들의 애정이 하모니를 이루며 공공의 밥집이 되어간다. 


임선영 음식작가· ‘셰프의 맛집’ 저자 nalge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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