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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R

임선영 작가의 오늘 뭐 먹지_겉은 쫀득하고 속은 촉촉한 반건 갑오징어 구이

2021.10.03 | 조회 : 4,103 | 댓글 : 0 | 추천 : 0

 

임선영 작가의 오늘 뭐 먹지

겉은 쫀득하고 속은 촉촉한 반건 갑오징어 구이

 

저녁놀이 질 무렵 나뭇잎을 스치는 바람에서 생선구이 냄새가 났다. 이웃집의 저녁식사에는 생선구이가 올라갈 것이다. 혼자 집에 들어가 생선을 구워먹는 것도 혼자 영화를 보는 일 만큼이나 내키지 않았다. 문득 생각난 곳이 있었으니 황급히 발길을 돌려 황학동으로 향했다. 

 

그 곳에는 사람 냄새가 나는 중앙시장이 있다. 시장 초입으로 걸어 들어가면 칼국수집, 찹쌀도너츠집, 떡집을 지나 반건 생선을 맛있게 구워 주는 종합해물집 <옥경이네건생선>이 보인다. 이 식당은 시장에서 조그맣게 운영하다가 입소문을 탔고 생선이 날개 돋 듯 팔려서 최근 규모를 확장했다. 실내공간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으며 생선 조리는 외부에서 하기에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식당 간판에 자신의 이름을 건 주인은 목포 출신인데 고향의 가족들이 어업에 종사한다. 가족들이 잡아 올린 생선을 해풍에 건조시켜 서울로 올려 보내면 사장은 손님의 취향에 맞게 구이, 찜, 조림, 탕 등으로 조리하여 맛있게 내어준다. 

 

언제 가도 이곳에는 제철이 아닌 생선이 없다. 맛있는 계절에 생선을 잡아 반건으로 저장해 두기 때문이다. 메뉴판 자체가 종합수산시장 같다. 민어, 병어, 서대, 장대, 간재미, 아귀, 딱돔, 대구, 농어 갑오징어, 박대, 금풍생이 등등 종류만 해도 열 다섯 가지 정도가 된다. 먹기 전 두가지 즐거운 고민을 하게 되는데 첫째는 생선의 종류를 고르는 것, 둘째는 조리법을 고르는 일이다.

 

이 혼란스러움 가운데서도 대동단결 만장일치를 보는 메뉴가 있으니 갑오징어 구이. 나뿐 아니라 주위를 모든 테이블이 갑오징어를 센터에 두고 식사를 하고 있었다. 나는 갑오징어 구이 하나를 주문하고 민어찜과 서대구이를 곁들였다. 다른 식당에서는 어디 민어와 서대를 오징어 뒷줄에 세울까 하겠지만 특별히 이곳은 오징어, 그것도 갑오징어가 갑이다. 

 

오징어를 굽는 동안 아주머니는 콩나물냉국과 김치, 미역 등의 밑반찬을 가져다 놓으셨다. 밥반찬의 느낌 보다는 술안주로 안성맞춤이며 냉국은 생맥주만큼이나 시원했다. 드디어 갑오징어 구이가 나왔다. 접시에 수북하게 쌓여있는 모양에 사람들은 먼저 “이야!” 하는 감탄사로 오징어를 맞이한다. 오징어가 도톰하여 살점을 찢기 보다는 칼집을 내어 썰어주는데 한 조각이 성인의 손가락 만큼이다.

 

뽀얀 살점이 토실토실 했고 탄 듯 안 탄 듯 노릇하게 구워져 향이 기가 막혔다.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칼집을 내어 씹어 먹기가 좋고 소스를 찍으면 살점 깊숙이 스며들었다. 별다른 양념 없이도 반건 갑오징어는 풍미가 기가 막혔다. 씹을 때 얼마나 탱탱하고 쫀득한지 씹던 이빨이 튕겨나가는 느낌이었다. 속살은 촉촉하여 오징어 특유의 향이 코끝까지 올라왔다. 

 

함께 내어주는 특제 소스도 잘 어울린다. 마요네즈에 간장을 배합하고 통깨와 마른 고추를 흩뿌린다. 소스를 듬뿍 찍으면 오징어의 고소함이 극강에 달했다. 오징어 다리가 혀를 휘감고 살살 녹는데, 씹을 때 비로소 터지는 통깨, 마른 고추의 칼칼함이 시간차로 미각을 강타했다. 심플하지만 완벽한 조합이었다. 

 

이곳은 생선을 굽는 방식이 특이하다. 우선 증기로 쪄 낸 후 겉을 강한 불로 굽기에 반건 생선임에도 마르지 않고 속살이 촉촉하다. 찜이나 조림도 양념은 최소화 하고 비린내가 나지 않도록 파 정도만 올린다. 갑오징어와 생선, 제 이름에 맞는 감칠맛의 정점을 맛볼 수 있었다. 생선 하면 싱싱한 활어를 으뜸으로 치는 나에게 반건조 생선의 매력을 뼈에 새겨 준 곳이다. 


 

임선영 음식작가· ‘셰프의 맛집’ 저자 nalge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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