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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박사의 오늘 뭐 먹지_동해바다 가는 길의 중간 베이스캠프, ‘홍천 양지말 화로구이’
2021.09.03 | 조회 : 3,408 | 댓글 : 0 | 추천 : 0
석 박사의 오늘 뭐 먹지
동해바다 가는 길의 중간 베이스캠프, ‘홍천 양지말 화로구이’

수도권 사람들이 강원도의 푸른 바다를 보려면 영동고속도로나 서울양양고속도로를 주로 이용합니다. 예전보다 많이 가까워졌다고는 하지만, 터널도 부지기수요, 앞차 꽁무니만 보며 제한속도와 구간속도에 맞춰 운전을 해야 하고, 백미러로 보이는 뒤의 대형차량까지 신경을 써야 하니 이래저래 피곤한 여행길이 됩니다.
제주도를 한 바퀴 도는 순환도로도 그렇고 동해를 따라 오르내리는 7번 국도도 널찍하고 곧게 길이 뚫려 운전하기엔 편해졌지만, 굽이굽이 돌아가는 해안길 포구여행의 참맛은 많이 줄었습니다. 국도마저 고속도로에 버금가는 길이 되다보니 여행지 구석구석을 찾거나 우연히 마주치는 비경의 행운은 내비게이션을 끄고 호젓한 지방도로를 선택해야만 가능합니다. 그래야 지역의 숨은 맛집을 찾아내는 즐거움도 생기겠지요.
고속도로 휴게소 음식을 다룬 방송프로그램도 근래에 있었고, 명절 즈음에는 각 휴게소의 대표 메뉴를 소개하는 기사가 신문에 실리곤 합니다. 휴게소 역시 지역 특색이 가미된 메뉴를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지만, 휴게소는 휴게소일 뿐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목적지까지 좌고우면하지 않고 스트레이트로 운전해서 가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는 싫증이 빨리 오는 편이고 직진보다 우회하는 것을 좋아하는 호기심 천국입니다.
일단 2시간 넘어가는 장거리 운전이라면 중간 기착지 혹은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는 식당을 미리 수배하지요. 고속도로에서 가까운 충남 추부의 추어탕, 문막의 한우구이, 금강의 도리뱅뱅이, 영동이나 옥천의 다슬기, 문경의 약돌돼지구이... 이런 메뉴들인데, ‘가는 길이라면 우회해서라도 꼭 찾아가라’는 일종의 미쉐린 별 둘짜리 식당들이 머릿속에서 맴돌곤 하지요.
더하여 강원도 가는 길에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홍천의 양지말 화로구이입니다. 인근의 장원막국수와 함께 속초, 양양 여행의 중간휴게소로 제격인데, 일단 식당의 규모에 놀라고, 숯불에 구워낸 고추장양념 삼겹살 맛에 두 번 놀라며, 마지막으로 착한 영수증에 놀라는 곳입니다.

돼지고기를 양념하여 먹는 요리 중에는 두루치기, 제육볶음, 고추장 삼겹살 등이 있습니다. 두루치기는 생으로 여러 야채와 고기를 넣어 볶다가 육수 혹은 양념을 부어 졸여낸 음식이고, 고기를 양념에 재운 뒤 프라이팬에 볶거나 석쇠에 구워낸 것이 제육볶음과 고추장삼겹살구이라 보면 됩니다.
홍천의 화로구이는 양념을 미리 해둔 삼겹살을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달아오른 숯불화로 위에 올려 굽는데, 복사열로 짧은 시간에 구워내니 불맛과 육즙이 살아 있습니다. 자칫 타이밍을 놓치면 바로 고기가 타버리니 일행 중 한 사람은 뒤집기와 자르기에 집중해야 하는 수고로움은 있습니다.

대체로 고깃집에서 식사로 나오는 메뉴들에 실망할 때가 많은데 이집의 막국수는 아예 주연급입니다. 더덕구이도 일품이고 양푼 비빔밥에 들어가는 나물 재료들도 예사롭지 않으며, 식사 뒤엔 프림 대신 메밀가루를 넣은 커피도 후식으로 손색이 없지요.
홍천 양지말에 들어서면 여기저기 굴뚝에서 고기 굽는 연기가 피어올라 마치 안개가 자욱하게 깔린 듯이 보입니다.
그중에 연기가 가장 많이 나는 곳을 찾아가면 화로구이로 소문난 그 식당일 텐데, 홍천에서 군의관을 지낸 친구 말에 따르면 원조가 따로 있었다는군요. 인근 사단의무대 바로 앞에서 노부부가 군인들 상대로 고추장양념구이를 팔았던 곳이 시초였지만 지금은 문을 닫은 상태라고 합니다.
이참에 춘천닭갈비, 수원왕갈비, 전주비빔밥, 밀양돼지국밥 등과 같이 이름에 지명이 들어간 음식의 유래와 원조에 대해 지자체 차원에서 한번 정리를 해두는 것은 어떨지요?
사진: 강원도 홍천 양짓말화로구이의 고추장화로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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