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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이윤화의 오늘 뭐 먹지_내 마음의 지향 ‘남해밥상’
2021.06.28 | 조회 : 2,203 | 댓글 : 0 | 추천 : 0
식객 이윤화의 오늘 뭐 먹지
내 마음의 지향 ‘남해밥상’

한식을 취급하는 식당에 가면 벽면 어딘가에서 국민 식생활 방침을 종종 읽게 된다. 한식의 간이 강해서 위암의 원인처럼 대두될 때에는 저나트륨 권장이 눈에 띄고 많은 반찬을 차려 내다보니 남은 음식이 다시 쓰일 것을 우려해서 재활용 금지 표시가 나오기도 한다. 특히 코로나 시대에는 덜어먹기 캠페인도 곧잘 보인다.
특히, 한식당 업주 대상 강의를 할 때면 꼭 빠지지 않는 것이 ‘반찬줄이기’이다. ‘봉고차’가 승합차의 대명사처럼 불리듯 수십 가지의 반찬이 차려진 밥상을 일명 ‘전라도식밥상’이라 지칭해 왔다. 현 시대의 상차림에서 ‘전라도식밥상’을 지양해야 되는 이유로, 반찬의 잔반(殘飯)으로 인한 식량 낭비, 쓰레기 생성은 물론, 반찬을 잘 만드는 손맛인력을 구하는 것도 어려운 현실임을 강조하였다. 앞으로 우리의 밥상이 나아갈 길은 줄줄이 나오는 푸짐한 반찬이 아니고 정갈한 몇 가지 반찬에 집중된 상차림이라고 역설하곤 했다.
그러나 나 또한 식당에 가면,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반찬이 많아 이걸 먹을까 저걸 집을까 고민할 때가 솔직히 너무 즐겁다. 평소 지양하라던 밥상을 내면에서는 열렬히 지향하고 있는 것을 부인할 수가 없다.
얼마 전 나의 내면을 들켜버린 전라도밥상을 만났다. 목포 여객터미널 인근은 많은 관광객의 방문이 잦은 곳인데, 평소 버스기사들이 조용히 찾는 입소문 식당이 있다길래 찾아갔다. ‘남해밥상’은 해산물 다루는 여느 식당처럼 입구에 수족관이 있고 그 안의 낙지가 꽤 많고 힘 있어 보인다는 점 이외에는 그저 평범한 외관이다.
식당 안 메뉴를 보니 정신없이 많다. 혼란에 빠져 주종목을 물으니 낙지와 갈치를 추천한다. 갈치조림을 주문했는데 조림국물이 꽤나 흥건하다. 국물에 빠질 것 같은 조림이라 의아했는데, 빨간 국물은 보기와 달리 자극적이지 않고 슴슴하니 다 먹을 때까지 생선살이 촉촉했다. 내친김에 수족관의 낙지가 궁금해 낙지덮밥도 시켜봤다. 일인분 양이 많아 놀랐고 질기지 않고 보들보들한 낙지의 식감이 정말 남달랐다. 신선한 해산물임이 저절로 느껴졌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차려진 반찬의 가짓수도 많지만 구색으로 놓인 찬이 하나도 없었다. 철마다 바뀐다는 생선구이로 황금조기가 나왔는데, 정성스럽게 배 갈라 노릇하게 구운 뒤 양념장이 끼얹어있다. 메인 요리라 해도 손색없어 보인다. 바닷장어튀김, 생선회무침 등 제대로 된 바다 재료도 제법 나오는 반찬들이다.

남해밥상의 이승주대표는 용인에서 대형 횟집을 하다 쓰라린 실패로 10여년전 처가 고향인 목포에 내려와 부둣가에서 작은 순대집을 하였다. 낮과 밤을 아내와 함께 교대하며 운영했는데. 이대표는 과거의 횟집 요리 실력을 살려 선주들이 가져오는 싱싱하고 다양한 해산물로 여러 안주를 해주는 내공의 심야식당을 하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바다 생선에 대해 큰 공부를 하였고 어판장 관계자들과 속 깊은 친구가 되었다. 해산물의 구매와 보관에 대해 눈을 뜨게 되고 지금의 가성비 극상 밥상이 완성 되었다. 남해밥상은 사진발 좋은 화려한 상차림은 아니다. 주인장 스스로도 밤낮 해산물과 음식 준비로 멋을 낼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멋에 투자할 노력을 맛에 집중에 주니 손님으로서 오히려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오늘도 반찬 가짓수를 줄이고 단출한 상차림을 추구하라고 외식 교육하고 있지만, 깊은 맛의 수많은 반찬의 밥상이 저절로 당기는 것은 인간 식욕의 솔직함이라고 궁색한 변명을 하며 남해밥상에 군침을 흘린다.
이윤화 음식평론가 ‘대한민국을이끄는외식트렌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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