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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이윤화의 오늘 뭐 먹지_안선생의 밥맛 사랑

2021.06.07 | 조회 : 17,504 | 댓글 : 0 | 추천 : 0

 

식객 이윤화의 오늘 뭐 먹지

안선생의 밥맛 사랑

 

베테랑 셰프가 주부 대상으로 요리를 가르치다 밥짓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밥은 누구보다도 잘 짓는다고 자신하는 사람이 있냐고 물으니 몇 명 손을 들었다. 다시 질문을 했다. 소위 ‘햇반’보다 밥을 더 잘 지을 수 있냐고 물었더니 쉽게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매일, 그것도 평생 밥을 짓고 있는데 그까짓 햇반 하나를 이기지 못한단 말인가? 


엄마들이 집에서 짓는 밥이 늘 똑같지는 않았다. 음식솜씨 끝내준다는 엄마조차도 ‘오늘은 밥이 질다, 혹은 되다’라는 말을 평생 반복하며 밥상을 차린다. 그러다 잘 지은 밥은 매일 똑같아야만 하는가 머릿 속으로 질문을 던져보았다.

가끔은 질거나 되기도 했지만 기억 속 ‘최고의 밥맛’역시도 엄마의 식탁 위에 공존했기 때문이다. 그저 그만한 일관적 완성도를 갖기 어렵기에 주부 9단들 마저 즉석밥 앞에 머뭇거려 졌을테다. 우리는 맛난 반찬이 있을 때 ‘밥만하면 돼’라고 쉽게 얘기하지만, 맛난 밥짓기란 의외로 쉽지가 않다. 그러다 얼마 전 매일 맛있는 ‘정점의 밥’을 내놓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1인 솥밥집을 만났다. 

 

 

주인장은 하루의 일과가 끝나면 마감일기를 쓴다. 반성도 하고 기쁨의 환호도 적곤 한다. 법학을 전공하였고 학원 강사 출신이라는 이력을 뒤로하고 셰프가 된 그의 밥집일기에 담긴 요리 잠재력은 사뭇 열정적이다.


학창시절 사법고시를 준비하러 작은 절에 들어갔는데, 얼마 안 되어 공양주보살이 그만두게 되었단다. 이때 자청해서 한동안 스님들의 식사를 맡았었는데 그 솜씨가 남달라 주변 절에 소문이 날 정도였단다. ‘밥’에는 누구보다 진심이었던 그가 그때부터 법 공부보다는 밥 공부에 더 소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듯하다. 그 뒤 한동안 학생들을 가르쳤지만 그보다는 밥으로 좋은 맛을 가르치는 것이 천직이라 생각하여 잠실동 한적한 골목에 ‘안재식당’을 열었다. 안재만 사장의 두 글자를 딴 안재(安在)식당은 편안한 휴식처를 의미하는데 밥상의 주인공은 단연코 ‘밥’이라 여기는 곳이다. 

 

 

이곳 솥밥은 누룽지가 없다. 흔히 솥밥을 먹으면 밥을 덜고 뜨거운 물을 부어 누룽지국물을 먹을 것을 상상한다. 그런데 강한 열로 누룽지를 만들다 보면 수분이 날아가 밥의 찰기가 줄어들게 된다. 이곳에서는 누룽지를 얻기 위한 밥이 아닌 밥 자체를 가장 최적에서 즐길 수 있도록 낮은 온도에서 섬세하게 밥을 짓는다. 밥 뿐 아니라 반찬에 들이는 정성도 남다르다. 특히 식재료 선택에 대한 주인의 고민이 남다르고 깊다. 음성의 송고버섯, 밀양 장마을의 장, 문경약돌돼지, 수향미 골드퀸3호 쌀 등등. 최근 ‘아티장(장인)다이닝’이 외식트렌드 화두인데 ‘안재식당’이야말로 건강백반 아티장라고 부를 만하다.  

 

아이들을 가르친 덕에 ‘안선생’이라 불리는 늦깍이 셰프는 전문 요리교육을 못받았다고 아쉬워하는데, 알고 보니 큰 스승이 계셨다. 밀양에서 고추부각을 만들어 보내고 간수 뺀 소금을 챙기는 어머니의 맛을 안선생은 끊임없이 그대로 쫒고 있었던 것.
오늘 안선생의 솥밥은 어떻게 지어 나올지 궁금해져서 자꾸 가게 될 것 같다.

 

이윤화 음식평론가 ‘대한민국을이끄는외식트렌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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