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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쟁이 이상황의 오늘 뭐 먹지_짬뽕의 무한변주, 고기짬뽕
2021.05.10 | 조회 : 8,681 | 댓글 : 0 | 추천 : 0
와인쟁이 이상황의 오늘 뭐 먹지
짬뽕의 무한변주, 고기짬뽕

정겨운 단어 '중국집'은 어린 시절의 기억과 맞닿아있습니다. 만만한 외식공간이 없었던 시절, 뭔가 기념을 해야할 일이 있을 땐 무조건 중국집이었지요.
다른 요리에 눈을 돌릴 수 있을만큼 경험의 수치가 높지 않았으므로 그 무렵 항상 시키는 건 짜장면, 우동, 탕수육 정도. 한 세대가 지나면서 이제 중국집은 먹을만한 것이 특별히 생각나지 않을 때 습관적으로 들려 때우는 지극히 일상적인 공간이 되었습니다. 전 그 시절과 이 시절을 나누는 음식이 바로 짬뽕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현대사에 짬뽕만큼 드라마틱한 역사를 지닌 요리도 드물지 싶습니다. 짜장면만큼 역사가 오래되었다고들 하기는 하나 어릴 적 기억에 짜장은 있으나 짬뽕은 들어있지 않습니다. 그 자리에 대신 자리잡고 있었던 것은 우동이었지요.
지금도 중국집 메뉴 중 아직 우동이 화석처럼 남아있기는 해도, 예전처럼 짜장과 함께 양대산맥을 이루던 모습은 아닙니다. 아마 젊은 사람들은 가끔 갸우뚱하겠지요. 중국집에 왠 우동이지 하고 말이죠.
그 우동의 자리를 밀어내고 중국집 안방을 차지한 짬뽕은 그 후로도 상당히 오래 기본적인 틀을 유지하다가 근래 다양한 모습으로 분화되기 시작하여, 급기야 이게 짬뽕인가 싶을 정도로 다양한 모습으로 변합니다. 게다가 이제는 짬뽕 전문점이 생길만큼 인기를 얻고 있지요. 반찬 말고는 우리 음식문화에 별로 없던 매운 맛이 일상화된 현재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생각됩니다. 암튼 태생이 그러했듯이, 짬뽕의 변신은 무죄입니다!
범계에 위치한 나쓰부는 생긴 지 얼마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안양 일대에 고기짬뽕으로 소문난 맛집입니다.

가격이 저렴한데다 양도 만만치 않습니다.
비주얼은 참 소박합니다. 면 위에 얇고 가늘게 채를 친 돼지고기와 숙주가 잔뜩 올라가 있고 양파채도 보입니다. 그리고 끝. 이거저거 다양한 해산물이 잔뜩 들어간 해물짬뽕과 달리 허전할 정도로 단순한데, 바로 이 단순함에 마음이 끌립니다.
단순한 반면 강렬합니다. 뭔가가 많이 들어가서 맛있는 음식도 분명 있기는 하지만 진짜 맛있는 것들은 의외로 단순하더라구요. 엄청 매울 것 같은 진한 붉은 색이지만 비주얼만큼 맵지는 않습니다. 짬뽕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자극적인 매운 맛이 아닙니다. 텁텁하지도 않고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으로 아삭한 숙주의 향과 함께 기분좋을 정도로만 맵습니다.
이 집 해물짬뽕이 색은 덜 매워보이는데 실제로는 더 맵게 느껴집니다. 처음에는 안느껴져도 뒤에 은근하게 맵지요. 더 매운 것을 원하면 청양고추를 투입하기도 하는데 캡사이신과 같은 재료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해물짬뽕도 나쁘지 않습니다만 고기짬뽕을 더 추천드립니다.
육수는 똑같은 해물 베이스이고 고추가루 사용양도 같은데 중간에 투입되는 재료에 따라 이렇게 맛이 달라지네요. 결국 고기 투입 양이 적으면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맛의 차이라고 생각됩니다.
유린기, 유린육도 맛있습니다. 중국집에서 흔히 의혹의 눈초리를 돌리기 쉬운 주방도 오픈되어 있고 한 눈에 보아도 청결함이 느껴져 위생에 대한 걱정은 안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모든 요리는 미리 만들어 놓지않고 주문을 받으면 바로 조리에 들어갑니다. 요즘 배달 많이 하는데 나쓰부는 배달은 하지 않는다네요. 맛이 달라져서. 2009년에 오픈해서 깨끗한데다 여느 중국집 같지 않게 깔끔하고 세련된 느낌입니다. 게다가 가격대비 만족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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