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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들러야 할, EAT 플레이스_창덕궁 성곽 따라 탐식(貪食)산책

2021.01.25 | 조회 : 2,056 | 댓글 : 0 | 추천 : 0

 

 

지금 당장 들러야 할, EAT 플레이스

창덕궁 성곽 따라 탐식(貪食)산책

 

 

조선시대부터 근대사,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발자취를 음전한 자태로 묵묵히 지켜본 창덕궁의 고운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시간을 걷는 듯 묘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특히나 궁 서편의 북촌과 창덕궁 사이에 자리한 원서동, 계동은 궁 밖에서 벌어진 수 많았던 사연들을 품고있을 터. 아픈 역사의 잔재로 남아있는 원서동의 이름이 ‘궁서동’으로 불리던 시절부터 말이다. 

아름다운 비원의 창덕궁과 더불어 이와 맞닿은 보물 같은 골목길을 누리며 산책하는 평범한 하루가 새삼 감사해지는 요즘이다.

그리고 여정의 끝을 미감(味感)의 즐거움으로 마무리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듯 하다.

르꼬숑(LE COCHON)

최근 창덕궁 옆 고샅길에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그간 문학과 역사, 철학 그리고 예술 등 다채로운 분야에 대한 이야깃거리를 가장 즐거운 방식인 ‘미식’으로 풀어내는 스토리텔러, 정상원 셰프의 프렌치 레스토랑 ‘르꼬숑’이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구 공간사옥)’에서의 새로운 시작을 알려온 것. 이는 건물 자체가 갖고 있는 힘과 눈 앞에 펼쳐진 역사의 무게감까지도 앞으로 새롭게 펼쳐질 르꼬숑의 책장을 채울 소재가 될 것이라는 여망이 자연스레 피어나는 희보(喜報)였다. 

 


르꼬숑의 코스 요리는 언제나 하나로 연결된 특별한 서사를 전달한다. 새로운 공간에서 전할 첫번째 서사는 <지음; Between the lines>이라 이름 지었다.

 

‘지음’은 백아와 종자기의 지음지기((知音知己) 고사에서 따온 것으로 ‘나의 마음의 소리를 잘 알아주는 친구를 귀하게 여기는 마음의 표현’으로 여기서 르꼬숑의 ‘지음(知音)’이란 그동안의 여정을 함께하며 즐겁게 이야기를 들어준 모든 이들이 될 것이며 Between the lines 즉, ‘행간’은 삼청동에서 궁서동으로 이어지는 흐름과 더불어 르꼬숑의 종자기와 같은 이들이라면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들, 그들을 위한 헌사를 식탁 위에 풀어낸 것이라 하겠다. 

 

 

 

먼저 ‘독자들을 위한 닭고기 수프’로 서문을 던진다. 첫 음식은 코스가 말하고자 하는 전체의 서사를 암시하는 역할을 한다.

 

따끈하고 맑은 육수가 보드라운 닭고기의 결, 시각과 후각을 자극하는 아시안 허브와 조화를 이루는 이 수프 한 그릇은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가교인 터키의 한 식당에서 맛본 닭고기 수프로 부터 이어진 영감이 투영되어 편안함과 이국적인 특별함의 공존을 표현한다.

 

이는 이번 코스 전체가 지향하는 바이기도 하다. 아뮤즈부쉬인 ‘세미콜론’은 익숙하고 편안한 식재료인 토마토와 감자를 활용한 디쉬로 특히 독특한 담음새가 흥미로운 대화의 주제가 된다. 접시에부터 식재료에 이르기 까지 이들이 시작된 땅과 흙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미콜론 부호의 무게감처럼 시간과 공간을 유려하게 연결하는 두개의 반점을 접시 위에 표현한다. 

 

 

‘레디컬’에서는 허브와 함께 숙성한 올리브오일의 아로마와 제철맞은 방어의 감칠맛을 통해 여행과 새로운 만남의 이야기를 전달하며, 재미있는 네이밍의 ‘무쉬때문’ 코스에서는 귀한 서해안의 천북굴을 맛볼 수 있다.

 

마치 불어 발음 같은 ‘무쉬’는 사실 ‘물이 들어오는 때’를 일컫는 순 우리말로 '무쉬 때문에' 유독 고단한 생육 환경을 이겨내느라 길고 단단하게 자라난 천북굴은 고생의 깊이만큼 짙고 강인한 맛의 보상을 전달한다. 

 

 

 

그랜드 피아노 형상의 ‘스테인웨이 만들기’ 코스에서는 조금은 낯선 샤퀴테리를 과일과 견과류, 블랙코코아를 곁들여 편안하게 접근하여 즐길 수 있도록했다.

 

이어서 알자스 지역의 전통 요리이자 포르치니 버섯의 풍미가 일품인 ‘프락시나카’, 그리고 코스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메인 요리 ‘숯’에서는 불의 기질과 향을 살린 육류를. 세 가지 치즈와 뱅쇼 젤리로 설산에 오를 준비를 마친 후 맛보는 ‘몽블랑’의 달콤함, 핸드드립한 게이샤 커피와 마들렌까지…

다채로운 서사와 다양한 층위로 선보이는 맛의 경험이 노련한 연주자의 선율처럼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스며들어 추억으로 각인된다.

 

 

요리사의 손을 거쳐 새로운 리듬감으로 전달된 식재료와 문화의 서술만큼이나 즐거운 경험도 드물 것이라는 확신이 피어난다. 또한 새로운 공간에서 피어날 르꼬숑의 더욱 다채롭고 대담한 앞으로의 이야기를, 다가올 봄 만큼이나 기다릴 듯 하다. 

 


위치 서울 종로구 율곡로 83 3층 3층
메뉴 런치 7만원(주말 및 공휴일제외), 디너 13만5000원
영업시간 (매일)12:00-22:00
전화 02-6032-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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