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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쟁이 이상황의 오늘 뭐 먹지_유럽 서민들의 생선요리, 바깔라우!
2021.01.18 | 조회 : 2,452 | 댓글 : 0 | 추천 : 0
와인쟁이 이상황의 오늘 뭐 먹지
유럽 서민들의 생선요리, 바깔라우!

이맘때면 90년대 초 프랑스에 공부하러 갔을 때 먹었던 바깔라우Bacalhau가 생각납니다. 친하게 지내던 포르투갈 출신 부부가 초대한 연말 저녁식사때 처음 먹었는데 당시만해도 그런 조리법의 생선요리는 먹어본 적이 없어서 인상깊었습니다.
프랑스에는 유난히 포르투갈에서 이민 온 분들이 많습니다. 이 분들은 연말연시 가족들과, 그리고 고향분들과 어울려 고향음식을 해 먹는데 바깔라우를 많이 드신다고 하더라구요. 게다가 종파에 따라서 크리스마스에 금육을 하는 종교적 전통도 한 몫을 하나봅니다.
바깔라우는 우리로 치면 대구입니다만, '염장하여 말려놓은 식재료' 대구만을 바깔라우라고 부릅니다. 말리면 보존성이 뛰어나고 부피에 비해 무게가 나가지 않아 운반하기에도 좋아 옛날부터 훌륭한 교역품목이었습니다.
대구는 한류성 물고기라 유럽에서는 주로 북해에서 많이 잡힙니다. 따라서 근대 이전에는 주로 바이킹들에 의해, 근대에 들어서는 영국인들에 의해, 전유럽으로 팔려나갔는데 일찍부터 서민들을 위한 저렴한 단백질 공급원으로 자리잡으며 '바다의 빵' 역할을 톡톡히 해왔습니다.
사실 대구는 수분이 많고 지방이 별로 없어 그냥 날생선으로 먹기에는 퍽퍽하고 밋밋해서 별 맛이 없는 생선입니다. 꾸덕꾸덕 말리거나 염장을 하면 수분이 빠져나가고 감칠 맛이 올라오지요. 영양가도 더 풍부해지구요.
우리는 대개 탕을 찜을 해서 주식에 곁들여 먹지만, 유럽에선 다양한 방식으로 조리를 하여 주식으로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바깔라우를 나라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여기는 포르투갈에서는 수백가지의 조리법이 있다고 합니다.
포르투갈 두오루Douro의 와이너리를 방문했을 때 수십가지의 바깔라우 요리를 대접 받은 적도 있습니다. 포르투갈에서는 바깔라우Bacalhao, 스페인에서는 바깔라오Bacalao, 프랑스에서는 모뤼Morue, 이태리에서는 바깔라Baccalà, 이름만 다를 뿐이지 유럽의 해안지역에서 광범위하게 사랑받는 음식입니다.
국내에선 바깔라우를 메뉴에 올려놓은 레스토랑이 많지 않은데 그 중 가장 인상깊은 곳을 소개해드립니다. 방배동 이수역 부근의 <시스트로>입니다.
우리나라 음식문화를 이끌어 온 <다이어리알>의 이윤화 대표가 4년 전에 오픈한 레스토랑으로 좋은 식재료와 그에 어울리는 잘 구성된 레시피로 조용히 인기를 끌고있는 맛집이지요.
<시스트로>의 바칼라는 개업 이래 지금까지 확고한 시그니처 메뉴로 자리잡은 대표 요리입니다. 이태리에서 많이 먹는 형식의 바칼라를 토대로 재해석하여 레시피를 구성하였다고 합니다. 대구와 감자를 따로 우유에 삶아서 반반 섞은다음 생크림과 그라나파다노를 섞어 그라탕처럼 겉을 살짝 구워 만듭니다.
폴렌타를 곁들이는데 이 폴렌타야 말로 이태리 북부에서 많이 먹는 향토음식이기도 합니다. 옥수수 가루에 물을 넣어 걸죽하게 죽처럼 쑤었다가 굳힙니다. 작은 크기로 잘라 냉동 시킨 후 바칼라가 서빙이 될 때 튀겨서 사이드 디시로 곁들입니다.
감자가 섞여 부드럽고 촉촉한 '안 맛'과 약간 까실한 대구살과 겉에 올린 그을린 치즈가 짭짤하면서도 고소하게 어울리는 '바깥 맛'의 결합이 아주 훌륭합니다.
그 결합의 중간매체는 당연히 폴렌타가 되겠습니다. 대부분의 샤르도네Chardonnay품종 와인과 잘 어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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