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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이윤화의 오늘 뭐 먹지_밥상소통 “농민쉐프의 묵은지화련”
2020.07.06 | 조회 : 2,613 | 댓글 : 0 | 추천 : 0
식객 이윤화의 오늘 뭐 먹지
밥상소통 “농민쉐프의 묵은지화련”

‘농가맛집’을 오픈시키는 컨설팅을 한 적이 있었다.
농가맛집은 농사짓는 사람이 직접 식당을 운영하는 곳을 말한다. 예를 들어 콩 농사를 지어 된장, 간장을 담고 그걸로 식당음식을 만들어 고객 응대까지 하는 것이다.
즉 농사부터 외식서비스까지 책임지는 진정한 팜투테이블(Farm to Table)이다. 식당을 하던 사람도 새로운 식당을 오픈하는 것이 어려운데, 평생 식당운영 경험이 없고 농사만 짓던 사람이 음식점을 준비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식당은 오픈시켰다 할지라도 과연 손님들이 제대로 올까 훈수장이로서 한없이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농가맛집은 일반적인 식당들과는 조금 다른 신기한 구석이 있었다. 한 번 왔던 손님들이 또 다른 손님을 모시고 다시 방문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던 것.
이들은 음식이나 마당의 나무그늘, 주인장의 소박한 표정 그 어떤 것이 되었든 농가맛집에서의 경험 속에서 분명 신뢰할 수 있는 자석 같은 끌림 요소를 캐치하고 돌아가는 것 같다.
‘농민쉐프의 묵은지화련’은 최근 코로나19 시대에도 안심하며 찾아오는 쉼터역할을 하고 있다. 농가맛집이 흔히 그렇듯 초행의 시골길이 생경할 수밖에 없다.
도저히 식당이 나올 것 같지 않은 길로 내비게이션이 안내를 하다 평범한 시골 마을과 너른 텃밭이 보이는 한복판에 멈춰 서게 한다. 주차를 마치고 보니, 길가에 펼쳐진 돗자리 위로 햇빛에 바짝 말려지고 있는 썰어진 호박이 그득하다.
한옥집 식당으로 들어서는데 대문 아래에서 할머니가 싱싱한 애호박을 썰고 계신다. 할머니께 말을 붙이니 호박말랭이를 준비하는 중이란다. 방금 전에 본 호박처럼 또 말려지겠구나 싶다.
집 앞 마당에는 ‘발효소반 장독대’ 라는 푯말을 단 장독대에 항아리가 꽤 많다. 어떤 항아리 위에는 꽃 화분이 놓여있기도 하다. 새파란 하늘, 뜨거운 햇살, 원색의 꽃! 누구든 시골의 자연 정취에 푹 빠져들게 된다.
한가로운 시간의 방문이라 주방도 분주하지 않다. 주인장이 수저로 감자껍질을 긁고 있는 것이 눈에 띄어 왜 감자전용 칼을 사용하지 않냐고 물으니 ‘감자껍질이 많이 깎여나가는 것이 너무 아까워요.
전 수저로 깎는 게 몸에 배었어요‘ 라고 웃으며 대답한다. 자식 키우듯 농사지은 감자 한 알, 호박 한 개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기에 허투루 손질할 수 없는 것이리라.
그런 주인이 차려온 음식은 진정 남달랐다. 아침마다 직접 만든다는 폭신한 순두부가 애피타이저이다. 방금 전에 따온 산야초와 채소 샐러드 위에는 직접 만든 딸기 효소액과 연근가루가 뿌려져 있다.
어수리잎과 초석잠잎 튀각, 새우젓호박나물, 보리풀이 들어간 호박고지나물 등 어떤 음식부터 젓가락을 대야할 지 마음이 분주해진다. 이집의 상호에도 있는 대표메뉴 묵은지 전골은 두부와 함께 뭉근한 불로 진득이 끓여야 제 맛이라고 하는데, 놀랍게도 10년이나 된 묵은지를 사용한다.
물론 모든 것이 오래 되었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이만큼 오래 묵힐 수 있는 묵은지는 처음부터 좋은 재료로 제대로 담고 보관 또한 각별한 신경을 썼다는 것이다. 몇 년하고 끝내는 일이 아닌 꾸준함과 성실함의 결실인 농사마냥 주은표 대표의 밥상은 반찬 하나도 절대 허투루 내놓는 법이 없다.
밥상을 기다리는 동안 메뉴판을 즐겁게 읽었다.
닭은 마을 00아저씨가 키운 것이고 돼지갈비는 장날 사오는데 거래처 전화번호까지 당당히 오픈되어있다. 식당역사가 20년이니 농사는 더 길고 그것이 모두 밥상에 녹아나있다. 참기름부터 연잎밥까지 밥상 소통 꺼리 천지다.
농민쉐프의묵은지화련

주소 : 충북 진천군 덕산읍 이영남로 73.
전화:010-7477-3974
메뉴 : 묵은지갈비전골(小) 32,000원부터, 쉐프반상(1인) 3만원
이윤화 음식평론가 ‘대한민국을이끄는외식트렌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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