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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이윤화의 오늘 뭐 먹지_오미자술로 맺은 결(結) ‘스페이스오’
2020.05.13 | 조회 : 7,095 | 댓글 : 0 | 추천 : 0
식객 이윤화의 오늘 뭐 먹지
오미자술로 맺은 결(結) ‘스페이스오’

그가 양조학를 배우기 위해 스코틀랜드 유학길에 올라 세계 각국의 학생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공부를 하던 어느 날, 각자 자기 나라의 술을 준비해 와서 마셔볼 기회가 생겼다. 그도 우리 전통주를 가져갔는데, 다른 나라 술과 비교하니 한약재 향과 단맛이 유독 강조되었다. 거기에 한술 더 떠서 교수는 술에서 조미료 맛까지 난다고 하여 듣고 있던 사람들이 웃고 말았다.
이 날의 경험은 그가 수준 높은 우리 술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는 현재 오미자로 여러 가지 술을 성공시킨 이종기 박사(오미나라 대표. 문경소재)다. 수차례 프랑스를 오가며 배워온 전통 샴페인방식을 오미자에 적용하며 숱한 시행착오를 거듭하였고 거침없이 올라오는 힘 있는 기포와 은은하며 아름다운 빛깔의 ‘오미로제’를 탄생시켰다. 하지만 좋은 술을 만들었다고 세상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알아주고 마셔주는 것은 아니었다. 그 술을 대중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스토리를 만들고 디자인을 입히고 알리는 것은 별개의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글로벌 방송 컨텐츠 전문가 전재식대표의 눈에 오미로제가 들어왔다. 그는 오미로제라는 술 자체의 매력뿐만 아니라 그것이 만들어진 탄생의 이유와 과정 그리고 쉼 없이 도전하는 이종기박사의 연구스타일에 푹 빠져들고 말았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우리 오미자의 단맛, 신맛, 쓴맛, 짠맛, 매운맛이 녹아난 술을 한식주점에 진열하기에도 성에 안차고 양식당 전용으로 판매되기에도 뭔가 부족하다고 여겨졌다. 결국 그는 이 우수한 술이 단지 국한된 범주의 독특한 마리아주로서만 소비되지 않도록, 오미로제와 어울리는 음식과 분위기를 갖춘 다이닝바 ‘스페이스오’를 직접 열게 되었다.
우리 전통의 아름다움을 지닌 인사동길 한 켠, 햇살이 내리쬐는 루프탑에 멋스럽게 자리하고 있는 이 공간은 한국적이면서도 모던하며 외국인이 오더라도 편하고 쉽게 우리 음식과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을 표방한다. 소반과 조각보가 있는 공간부터 편안한 입식테이블이 공존하고 우리 문화를 알리는 작가의 전시가 시즌마다 열리고 있으며 음식 또한 남다르다.
고정관념에 박힌 기존 음식의 틀에서 벗어나려다보니 전재식대표가 직접 음식을 만들고 지휘하고 있다. 부각 위의 으깬 초당두부는 음성고추 매운맛이 살짝 감돌고 “송이버섯과 낙지가 만나 즐겁지 아니한가?” 라는 의미를 가진 ‘송이낙락’은 치아씨드의 고소한 향이 느껴진다.
또 다른 한입 요리로 나온 어린배추 속에는 감태 명란젓 블루베리 리코타치즈와 들기름이 들어가 조화로운데, 거기에 술을 만들 때 발효하고 남은 오미자를 건조한 작은 칩이 깨소금처럼 뿌려져 있다. 시큼함 등 다섯 가지 오미를 즐기게 하는 계절 요리로 정성과 창의성이 넘쳐난다.
이종기박사의 오미자술 ‘오미로제 결(結)’과 ‘오미로제 연(緣)’의 이름만 봐도 세상과의 맺음과 인연의 갈구가 물씬 느껴진다. 조선의 화가 김홍도(檀園 金弘道)의 작품을 더 빛나게 했던 것은 당대 미술평론가인 표암(豹菴 姜世晃)의 화평이 한몫 했던 것처럼 오미자술의 품격 있는 평론을 제대로 세상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 지금 시대의 스페이스오가 아닐까 한다.
오미로제 한잔이 잘 어울리는 봄이다.
스페이스오(space O)

주소 :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49. 12층 루프트탑. 전화: 02-737-4222
메뉴 : 우리한입 15,000원, 송이낙락 17,000원, 오미로제 결(1잔) 19,000원


이윤화 음식평론가 ‘대한민국을이끄는외식트렌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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