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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알 <트렌드R>_간편하고 제대로 만든… ‘한’ 그릇
2020.05.13 | 조회 : 2,819 | 댓글 : 0 | 추천 : 0
다이어리알 <트렌드R>
간편하고 제대로 만든… ‘한’ 그릇

간편하고 제대로 만든… ‘한’ 그릇
시간은 없고 할 것은 많은 시대에 일상의 식사는 최대한 간편해지고 있다. 이른바 ‘간편 중시’ 트렌드로 성장한 HMR은 집밥을 바꾸어놓고 있으며, 로드숍은 먹기는 간편하지만 제대로 만든 ‘한 그릇 음식’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한 그릇 음식에 대한 선호는 특히 나를 위한 시간과 투자를 중시하는 20~30대층에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대학가나 젊은 층이 주로 찾는 골목에는 소규모 점포에서 한 그릇 음식을 내놓는 젊은 식당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는 일본, 중국 등 비슷한 식문화권이자 1인 가구와 맞벌이 증가로 사회구조의 변화를 겪고 있는 타 국가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배달, 테이크아웃으로 식사 장소를 광범위 하게 확장하기에 용이하며 이동하면서도 즐길 수 있다는 의미로 ‘포터플 푸드(portable food)’ 또는 ‘원밀(one-meal)’이라는 용어로도 일컬어지고 있다.
이는 코로나 19로 인해 비대면, 비접촉 식사가 당연한 사회적 약속으로 여겨지며 코로나 시대 이후의 가장 기본적인 뉴 노멀(New normal)한 식사 형태로서 자리잡고 있다.
나인원 한남 고메이494_ 밀본

한 그릇 음식은 특히 덮밥 형태의 식사가 발달되어 있는 일본식 한 그릇 음식을 모티프로 선보이는 곳이 매우 다양해졌다.
기존과 달라진 점은 덮밥 위에 올리는 재료들이 더욱 다채로워졌다는 점과 비주얼을 중시한 플레이팅, 재료의 품질 면에서 보다 프리미엄화되었다는 점이다.
단순히 급하게 끼니를 때우는 한 그릇이 아니라 단시간, 저비용, 고효율의 짧고 굵은 한 끼여야 한다는 것이 포인트다.
형훈라멘_ 호르몬동

신사동 가로수길의 ‘형훈라멘’은 잘 만들어낸 한 그릇 음식의 진수를 선보이며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오픈 전부터 긴 대기 줄이 늘어선 곳이다. 외식 전문 기업 CNP 컴퍼니에서 선보인 캐주얼 외식 공간으로 ‘쇼유라멘’과 불 맛을 입힌 대창구이를 듬뿍 얹어낸 ‘호르몬동(대창 덮밥)’이 인기다.
지난 곱창 대란의 연장선으로 식육 내장을 주재료로 한 메뉴들이 외식업계에서 선전하고 있는 가운데 형훈라멘의 호르몬동은 달콤, 짭짤한 소스와 직화 불 맛, 그리고 대창 특유의 식감을 무기로 라멘을 뛰어넘는 인기 메뉴로 등극했다.
그 외에도 30분~1시간의 웨이팅이 기본인 송리단길의 ‘단디’, 역삼동의 ‘대낚식당’, 망원동의 벤토형 덮밥 전문점 ‘섭식당’ 등 다양한 덮밥, 한 그릇 음식점에서 호르몬동을 선보이며 대세를 입증하고 있다.
오복수산_ 카이센동

알록달록 신선한 해산물과 회가 듬뿍 올라간 ‘가이센동’의 인기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식 회덮밥은 채소가 많이 포함되고 초장으로 매콤 새콤하게 재료를 한데 비벼 먹지만 가이센동은 밥 위에 다양한 해산물회만 올려 밥 한 숟갈 위에 한 점씩 얹으며 와사비와 간장을 곁들여 초밥식으로 즐기는 덮밥이다.
‘오복수산’은 원래 연남동에서 해산물을 취급하던 일본식 주점 ‘오복수산시장’이 모태인 덮밥 전문점으로 현재 연남동, 도산공원, 한남동 등 핫 플레이스 곳곳에 진출해 있다. 스시나 회보다 저렴하면서도 신선하고 고급스러운 해산물을 푸짐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통했던 것.
고급 횟감임에도 혼자 즐기는 게 전혀 부담 없는 아이템이라는 점도 최근의 1인 소비 트렌드에 적절하게 부합했다. 최근 개장한 압구정역 인근의 ‘안다즈호텔’이 오픈 이후부터 핫 플레이스로 등극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트렌디한 외식업체들을 지하에 입점시켰기 때문인데, 오복수산 역시 이들 중 하나로 기존의 오복수산에 고급스러움을 더한 ‘고급 오복수산’을 이곳에 오픈했다.
이 외에도 잠실 송리단길 ‘도요스6가’와 서교동 ‘서울동’, 망원동 ‘망원당’ 등의 가이센동 전문점이 있다.
삼각지 대구탕 골목에 자리한 ‘작은수산시장’은 1996년 ‘해천’을 시작으로 해산물 요리를 전문적으로 선보여온 채성태 대표가 운영 중인 곳으로 매일 새벽 수산시장에서 공수한 최상의 재료로 만든 회 코스와 탕을 즐길 수 있다.
이곳에서는 싱싱한 해산물을 풍성하게 얹어 덮밥 형태로 제공하는 ‘초덮밥’ 메뉴를 가이센동이 유행하기 전부터 일찍이 선보여왔다. 매일 좋은 품질의 횟감을 직접 공수하는 만큼 방문을 하면 그 시기에 제철을 맞이해 가장 맛이 오른 그날의 초덮밥을 맛볼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광화문국밥

몇 해 전부터 꾸준한 트렌드로 이어져 오고 있는 ‘옥동식’, ‘광화문국밥’, ‘평화옥’ 등 유명 셰프들의 프리미엄 국밥 메뉴와 ‘하동관’, ‘마포옥’, ‘이문설렁탕’ 등 전통을 간직한 노포의 탕반도 한식의 대표적인 한 그릇 메뉴로 이른 바 ‘아재’들의 메뉴에서 탈피해 향유하는 연령대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
연안식당_꼬막비빔밥

또한 다양한 반찬과 밥, 국을 별도로 제공하는 형태가 기본인 한식에서도 한 그릇 형태로 재해석한 메뉴들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최근 몇 년을 통틀어 가장 히트한 한 그릇 한식 메뉴는 단연 ‘꼬막비빔밥’이다. 외식 기업 디딤에서 운영하는 해산물 전문점 ‘연안식당’이 대표적인 꼬막비빔밥 브랜드로 외식업계의 불황 속에서도 큰 성장을 일궈냈다.
산지에나 가야 맛볼 수 있던 꼬막이나 가리비 등의 싱싱한 국내산 해산물을 최대한 원활하게 공급하고 비빔밥에 응용해 간편 외식 트렌드에 맞게 반찬이 따로 필요 없도록 밥과 함께 비벼 먹는 형태로 제공함으로써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강릉 엄지네 포장마차’ 꼬막비빔밥도 큰 인기를 모으며 식당 자체를 강릉의 명소로 만들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분점을 냈을 뿐만 아니라 유명 백화점에 팝업 스토어를 열면 언제나 긴 줄이 늘어섰다.
껍질을 까야 하는 번거로운 밥반찬이던 꼬막이 꼬막비빔밥으로 재탄생하면서 이제 대표적 비빔밥 옵션의 한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또한 반찬과 국이 함께 제공되는 형태는 고수하되 1인 정식, 반상 형태로 변모하는 밥집들이 다양하게 생겨나면서 한식의 변화를 알리고 있다.
탕과 찌개를 중간에 놓고 나눠 먹는 것이 우리 고유의 식문화로 여겨졌지만 이제 웬만큼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면 개인 숟가락을 공동의 냄비 속에 침투시키는 일은 꺼려하는 게 일반적이다.
여기에 1인 식사에도 용이하며 음식을 선택하고 즐기는 과정에서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는 소비 성향이 반영되면서 한식의 새로운 풍토가 조성되고 있다.
수라선_전복장비빔밥

보쌈, 간장새우덮밥, 제육쌈밥 등 다양한 메뉴를 개인 반상에 내면서 메인 요리와 궁합을 맞춘 각기 다른 찬을 함께 제공하는 ‘무월식탁’은 깔끔하고 정갈한 한식을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어 인기를 끌며 많은 지점으로 확장되었다.
팔도의 진미를 모아 풀어낸 음식을 반상 형태로 제공하는 한식 전문점 ‘수라선’은 완도의 전복으로 담근 전복장에 갓 지은 쌀밥, 김 가루와 달걀을 함께 비벼 먹는 ‘전복장비빔밥’ 이 시그니처 메뉴이며 ‘제주흑돼지덮밥’, ‘양념꽃게장비빔밥’ 그리고 1인용 개인 화로에 양념 소갈비를 구워 먹을 수 있는 ‘참숯양념 소갈비정식’ 등 자신이 먹고 싶은 메뉴를 선택해 오롯이 즐길 수 있는 한식 상차림을 선보인다.
사실 한식 밥상 역시 전통적으로 1인상 차림이 기본이라는 주장도 있다. 본인 몫의 음식이 올라간 각자의 상을 놓고 혼자 먹는 것이 궁중 예법이기도 하니 말이다. 변화이든 전통의 귀환이든 한식의 겸상 문화는 현시점의 소비 트렌드와 부합해 개인 반상 문화로 바뀌고 있고 이는 더욱 보편화될 전망이다.
에그드랍_샌드위치

한편 바게트에 고기와 향신료를 넣은 베트남식 샌드위치인 반미 전문점과 ‘홍루이젠’ 등의 대만식 샌드위치 전문점, ‘서브웨이’를 비롯해 ‘퀴즈노스(Quiznos)’, ‘에그드랍(Egg Drop)’ 같은 전통 샌드위치 프랜차이즈의 강세는 비단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움직임이다.
또한 한국의 대표적 포터블 푸드라 할 수 있는 핫도그도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재조명되고 현대화되어 ‘명랑핫도그’, ‘핫도그찹찹’, ‘아리랑 수제 핫도그’, ‘청춘감성 쌀핫도그’ 등의 프랜차이즈와 전문점을 양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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