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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영 작가의 오늘 뭐 먹지_제대로 발효된 30여가지 청정 산나물 한정식
2020.04.27 | 조회 : 3,120 | 댓글 : 0 | 추천 : 0
임선영 작가의 오늘 뭐 먹지
제대로 발효된 30여가지 청정 산나물 한정식

제대로 발효된 30여가지 청정 산나물 한정식
사람을 만나기도 외식하기도 조심스러운 요즘, 가슴이 시원해 지는 식사를 할 수 있는 곳. 용인 광교산 자락의 산사랑이다.
이 식당은 문을 연지 20여년이 되는데 오픈 초기부터 지금까지 건강한 한정식으로 사랑받아 왔다. 제대로 발효시킨 된장과 간장으로 맛을 내고 나물과 야채는 강원도에서 직접 재배하여 가져오며 김치나 장아찌도 직접 담았다.
다채로운 야채 초절임, 나물 무침, 찌개와 국 등 30여가지 반찬과 갓 지은 돌솥밥으로 정성스레 차려지는 한끼. 주차공간도 여유롭고 산자락에 앉은 듯한 열린 공간이라 가족과 함께 안심하고 식사할 수 있다.
앞마당에는 장독대가 옹기종기 모여있는데 이는 상차림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집의 모든 반찬은 발효의 내공이 깔려 있다.
특히 야채 초절임은 토마토, 단감, 비트, 샐러리 등이 있는데 아삭아삭 상큼하며 짜지 않고도 맛있다. 김치는 동치미와 오이소박이가 나오는데 고춧가루만 살살 뿌려 맑은 붉은색이 감돌고 막힌 속을 뻥 뚫을 정도로 알싸하게 시원하다.
묵은지는 두부에 곁들여져 고소함과 쿰쿰함의 콜라보를 이룬다.
나물은 향긋하고 부드럽게 데쳤다. 곤드레, 건가지, 취나물을 된장에 무치거나 통들깨만 살짝 가미하여 입안이 개운하다. 하나하나 먹다 보면 동동주를 시키지 않을 수 없다. 이 때 빛을 발하는 것은 시골 할머님 생각이 나는 촉촉한 감자 조림과 메밀전이다.
생선과 육류도 빠지지 않는다.
생선은 고춧가루와 무를 넣고 자박하게 끓인 임연수 조림, 겉은 바삭하고 속살은 촉촉하게 구운 고등어가 주축을 이룬다.
거기에 풀치 조림과 된장콩을 넣은 멸치조림이 감칠맛을 더한다. 육류는 돼지고기를 고추장에 재워 익히니 삼겹살과 제육볶음을 넘나드는 맛이다. 겨자잎이나 삶은 양배추에 싸먹으면 입에서 살살 녹는다.
자그마한 뚝배기에는 생콩가루와 우거지를 넣고 끓인 국이 나오는데 계란찜처럼 부들부들 고소하다. 작은 전골냄비에는 청국장이 준비되어 있다.
테이블에 마련된 미니 가스레인지에 자글자글 끓이며 밥에 비벼 먹는다. 쿰쿰한 것이 구수하고 콩알이 통통 씹혀 제대로 된 청국장의 진미를 보여주었다.
식사를 처음 시작할 때는 돌솥밥의 밥을 덜어놓고 뜨끈한 물을 부어 뚜껑을 덮어 두어야 한다.
식사를 마무리 할 즈음에는 뽀얗고 구수한 향의 숭늉이 되어 있도록. 별도로 마련된 셀프코너에는 거대한 솥에 푹 끓여낸 미역국과 쌈야채가 푸짐하게 놓여있다.
겨자잎, 삶은 양배추, 상추 등 양껏 가져다 먹으면 되고 쌈장 또한 집장을 베이스로 하여 너무나 맛있다.
처음에는 이 많은 반찬을 언제 다 먹을까 싶다가도 하나도 남김 없이 쓱쓱 비워 먹게 된다. 배가 부르면서도 몸과 마음은 한결 가볍다. 식당 앞마당에는 동동주와 동치미를 준비하여 자유롭게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시골집 마당처럼, 산 자락에는 편안한 산책로와 흐르는 물소리가 준비되어 있다. 식사 후 산 공기를 마시고 집으로 돌아오면 메마른 폐가 촉촉히 적셔지는 기분이다.
산사랑

경기 용인시 수지구 샘말로89번길 9
031-263-6080
산나물정식 1만7천원
임선영 음식작가· ‘셰프의 맛집’ 저자 nalge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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