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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알트렌드R]음식은외,공간은내
2020.04.12 | 조회 : 2,455 | 댓글 : 0 | 추천 : 0
다이어리알트렌드R
개인주의자들의 외식… 음식은 외(外), 공간은 내(內)

대부분의 산업이 스마트폰을 매개로 한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 의해 개편되면서 외식 시장도 변화의 속도가 점차 가속화되고 있다. 게다가 1~2인 가구와 고령 인구의 증가, 비혼·비출산·다문화의 확대, 그리고 젠더(gender) 이슈 등 인구와 사회구조, 경제 상황, 전통과 새로운 가치관의 혼재로 인해 생겨나는 새로운 현상들이 결합해 트렌드 역시 전체적인 흐름이라기보다는 각자의 취향에 맞는 것을 선택하고 소비하는 방향으로 개인화, 세분화되고 있다.
가족의 구조와 역할의 변화 못지않게 직장의 풍경도 달라졌다. 워라밸(work-life balance) 중시 풍토와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 등의 시행으로 회식이 점차 사라지거나 점심 회식으로 대체되는 사례가 많고 술자리 비용이 티타임, 문화생활, 실효성 있는 직원 복지로 대체되고 있다. 2019년 7월부터는 직장 내 ‘갑질금지법’이 시행되기도 했다. 집단의 가치보다는 개인의 가치가 우선시되고 이제 결속을 구실로 개인의 희생과 집단주의 가치관을 강요하는 풍토는 더욱 힘을 잃을 전망이다. 점차 높아지는 소비자들의 개인주의적 성향은 외식업계의 풍경도 바꾸어놓았다.
취향을 중시하는 고객을 타깃으로 개개인에게 보다 세밀하게 맞춘 아이템을 선보이면서 외식을 즐기는 공간의 구성과 제공하는 방식도 파편화되었다. 일반 음식점이지만 포장, 배달 서비스를 추가하거나 자체적인 HMR(Home Meal Replacement, 즉석 식품 또는 반조리 식품) 제품 판매를 겸하기도 하며 공간 역시 커뮤니티 테이블부터 혼밥족들이 가장 선호하는 ‘벽 보고 먹는’ 좌석까지 다양한 취향을 고려하기도 한다.

또한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펫팸족’ 인구가 1500만 명을 넘어서고 이와 관련한 사업에 대기업들이 주목하면서 외식업계 역시 성장하는 펫 시장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 반려동물과 동반 입장이 가능한 수준은 물론 반려동물 전용 음식까지 메뉴판에 등극하고 있다.
달라진 소비 성향과 정보통신 기술(ICT)의 발달로 인해 몇 년째 큰 폭으로 성장한 배달 외식업은 이제 외식업에서 나타나는 일부의 형태가 아닌 일반적인 형태가 되었다. 하루 종일 녹록지 않은 사회에서 버텨낸 현대인에게는 온전한 개인의 자유가 보장된 저녁 시간이 절실하다.
그러나 가정에서의 요리는 누군가의 희생이 동반되어야 하기에 갈등 야기의 원인이 된다. 무엇보다 사 먹는 것보다 시간적, 금전적 효율성도 떨어지는 면도 있다.
예전의 요리 프로그램은 집에서 레스토랑처럼 멋진 요리를 만드는 기술을 알려주는 것이었다면 요즘의 요리 프로그램은 얼마나 간편하게 요리할 수 있는지, 또는 맛집을 찾아가 알차게 먹방을 즐기는 내용으로 채워진다.
정글이나 어촌, 산촌 같은 식당도 없고 배달도 안 되는 곳에서 고립되어 삼시 세끼를 차려내야만 하는 극한 상황에 처한 게 아니라면 말이다. 외식의 공간은 보다 개인적일 것, 음식은 외부로부터…개인주의자라고 분류하기에는 너무나 익숙해진 요즘의 외식 풍경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배달 외식은 터치 몇 번으로 전문가가 맛있게 조리한 음식을 누구의 방해도 없는 사적인 영역에서 즐기는, 편의, 취향, 심리적 안정 삼박자를 갖춘 개인주의 사회의 최적화 된 외식 형태다.
실제로 외식 산업에서 거의 유일하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가 배달 음식이다. 식당에서는 매장형 음식점에 배달 숍 인 숍을 도입하거나 포장 시스템만 갖추어도 별도의 배달 인력 배치 없이 배달 앱과 제휴를 통해 음식을 고객이 원하는 장소로 가져다줄 수 있게 되었고 팥빙수에 아이스커피까지 배달이 불가능한 품목의 경계도 사라진 지 오래다.
배달 주문이 밀집되는 주거 지역 인근의 음식점들은 소비자의 편의와 매장 매출의 다각화를 위해 대부분 배달 전문 업체와 제휴를 맺고 있다. 치킨, 피자 같은 배달 특화 메뉴가 아니더라도 과감하게 배달 서비스만을 제공하는 업체 또한 늘어났다. 한정된 테이블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포기하더라도 매장 서비스를 위한 비용의 절감과 매장 위치의 제약에서 더욱 자유롭기 때문이다.
외식업에서 배달이 차지하는 비중이 비약적으로 성장함에 따라 배달 서비스 업계에서의 경쟁 역시 날로 치열해질 전망이다.
국내 대표 배달 대행업체인 ‘배달의 민족’은 1인분 배달, ‘배민라이더스’ 운영, 등록 업체의 테이크아웃 예약 서비스, 생필품 배달 서비스 ‘배민마켓’에 이어 배달 시간의 축소와 배달비 부담을 던 ‘번쩍배달’ 등 경쟁사와 차별화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업계의 성장을 동반한 무한 경쟁 속에서 배달 서비스 역시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다만 배달업의 성장이 외식업의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고 과도한 수수료에 의한 배달 대행업체의 수익으로 치중되고 있다는 점, 배달 서비스 품질과 개인 정보 유출, 평점 테러 등 비대면 고객의 일방적인 갑질, 배달 기사들의 안전 등 해결해나가야 할 문제들이 산재해 있는 만큼 배달 외식업의 질적 성장이 양적 성장과 반드시 동반되어야 할 것이며 이를 보완할 제도적 보호막 역시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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