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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영 작가의 오늘뭐먹지_면역력을 올리는 현모양처의 밥상, 해누리

2020.04.06 | 조회 : 2,398 | 댓글 : 0 | 추천 : 0

 

 

임선영 작가의 오늘뭐먹지

면역력을 올리는 현모양처의 밥상, 해누리

 

 

좋은 한식집 조리장들은 공통적으로 이야기 했다. 상차림에서 반찬의 가짓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밥상 위에 올려진 모든 것들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그들은 반찬을 만들 때부터 상차림을 고려하는 것은 아니다.

반찬 하나 하나의 재료와 양념의 배합에 완성도를 끌어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손님상으로 낼 때는 머릿속에 상차림을 미리 그린다.

반찬끼리는 서로 중복되거나 충돌함이 없는지, 밥과 국의 온도는 적절한지, 육고기와 해산물은 비린내가 없는지, 첫술과 마지막 한술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는지.

국이 얼큰할 때 반찬은 개운해야 하고 국이 담백할 때 반찬은 칼칼하거나 짭조름 해야한다. 밥과 국을 중심으로 고기, 생선, 야채 하나 하나에 손이 갈수 있을 때, 든든하게 먹었지만 몸이 가뿐할 때, 그 밥상은 잘 차려진 것이라고 말했다.

 


자연 요리 제철 밥상 해누리가 그 정석을 보여준다. 서울 강남역에서 출발하여 승용차로 35분만에 도착한 곳.

해누리정식은 15,000원에 15가지를 내어준다. 열세 가지 반찬에 강황솥밥과 된장찌개 구성이다.

손님이 들어와 주문을 하면 1인용 압력솥에 강황밥이 앉혀진다. 밑은 노릇하게 그을려져 숭늉으로 만들면 제대로 구수했다.

누룽지를 좋아하는 지인은 바닥을 벅벅 긁어서 누룽지 자체의 바삭함을 즐겼다.

 


밥상 중앙에는 불향이 스민 돼지숯불구이, 고소한 고등어구이가 놓였다. 좌측의 양념게장, 우측의 풀치조림이 입맛을 돋구었다.

잡채와 버섯탕수는 마치 잔칫집에 초대받은 기분을 준다. 야채는 뿌리와 열매, 잎채소가 골고루 있는데 유자청과 흑임자 소스를 얹은 마샐러드, 파와 함께 껍질째 무쳐낸 더덕이 땅의 싱그러운 기운을 주었다.

가지조림의 채즙이 입을 적시고 냉이와 곰취 나물의 봄향기가 마음을 적셨다. 장과 김치는 시간을 두고 직접 담고 발효시킨다. 된장찌개는 구수함으로 끓었고 김치는 겉절이로 담아 상큼함을 강조했다.

찰토마토와 양배추샐러드는 입을 청량하게 씻어주었다. 이 집에 신선한 재료를 쓴다는 것은 향에서 느껴졌다.

숯불 고기에 올려진 대파는 연초록 진액이 풍만했고 봄나물은 시골 앞산을 옮겨온 듯 향이 진했다. 원재료가 좋기에 화학조미료가 필요 없었고 단맛, 짠맛, 매운맛, 새콤한 맛이 즐거운 변주를 이루었다.   

 

 
음식은 3무(無)3친(親)을 추구한다. 3무란 화학조미료, 잔반 재사용, 허위 원산지 표기 등을 하지 않는다는 자세이고, 3친이란 사람, 자연, 건강에 친화된 요리를 한다는 의미이다. 테이블 간의 간격은 널찍하며 3월의 햇살이 여유롭게 스며든다.

직원들은 모두 깔끔한 유니폼에 마스크를 쓰고 손님을 가족처럼 돌보았다. 반찬이 부족하면 넉넉히 떠다 먹을 수 있도록 한 켠에 셀프바를 마련해 두었다.

특히 잡채는 보온 밥솥에 넣어 맛있는 온도를 유지한 점과 남은 반찬은 포장을 장려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남김 없이 모자람도 없이 든든한 한끼였다.

넉넉하고 따스한 현모양처의 밥상처럼.    

 

 

해누리

경기 광주시 초월읍 경충대로 1305-11

해누리정식 1만5천원 

 


임선영 음식작가· ‘셰프의 맛집’ 저자 nalge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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