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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영 작가의 오늘 뭐 먹지_오향장육에 군만두 후끈한 백주 한 잔

2019.11.04 | 조회 : 2,321 | 댓글 : 0 | 추천 : 0

 

 

 

임선영 작가의 오늘 뭐 먹지

오향장육에 군만두 후끈한 백주 한 잔

 

 

 

아침 기온이 4도로 떨어지자 서둘러 겨울 옷을 꺼냈다. 저녁은 빨리 찾아왔고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도로에 차도 사람들도 예민해졌다. 저녁에 나가서 먹을 예정이라면 여름 음식들과도 물갈이를 할 시점이다.

드르륵 문을 열고 동네 중국집으로 들어갔다. 가을과 겨울 사이. 허한 속을 채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메뉴는 오향장육과 군만두였다. 떨어지는 체온이야 옷으로 막을 수 있지만 서늘해 지는 속마음은 맛있는 저녁으로 달래야 했다.

 

 


오향장육과 만두에는 퇴근길 회사원들의 애환이 담겨있다 골목 어귀에 있는 자그마한 중국집.

문을 꼭 닫아도 미풍이 들어왔지만 이미 넥타이를 풀고 백주 한잔을 기울이는 회사원들의 열기로 내부는 후끈했다.

주인 아주머님께 오향장육과 만두를 주문했다.

대체적으로 오향장육에는 물만두가 어울리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군만두가 더 궁합이 맞다. 오향장육이 삶아서 식혀내기에 보드럽고 향기롭다면 갓 튀겨낸 만두는 바삭바삭 먹는 재미를 더해준다.

가장 먼저 오향장육에 얹어 나온 파채와 오이를 입가심으로 먹는다. 군만두를 하나 집어 후후 불며 바사삭 씹어먹으면 육즙이 입안에 그윽히 차오른다.

그 기세를 몰아 향이 잘 스며든 장육 하나를 입에 물자 녹아 드는 것은 마음의 허기. 여기에 백주 한 잔 곁들일 때 '후' 하고 답답한 속이 열리기 시작한다.

 


오향장육을 잘 하는 집은 하나같이 만두를 잘 한다. <오향만두>가 반가운 이유는 옛날식 오향장육의 맛이 30년 넘도록 변치 않았다는 점이다.

주인장의 고집이 맛을 지켜내는 비결이다. 돼지고기를 삶을 때 잡내를 말끔히 잡았다.

 

소스는 과함이 없고 육향을 끌어올리는 역할에만 충실하다.

옆에 보너스처럼 얹어주는 송화단도 고소하다.

군만두는 이곳의 대표요리. 옆에서 아주머님은 다소곳하게 만두를 빚고 계셨다. 한복의 옷고름처럼 주름을 곱게 여미며 길다란 만두들을 뽑아내셨다.

생동감 있게 빚어낸 만두를 주방에서 바로 구워주기에 만두의 촉촉함이 고스란히 살아있다. 돼지고기, 배추, 파 등과 어우러지는 만두 속은 고소하되 담백하다. 깨끗한 기름에 구운 만두는 느끼함이 전혀 없다.

 


<산동교자관> 은 원래 찐만두가 유명한 곳이다. 그런데 아는 사람들은 오향장육과 군만두를 시켜 먹는다. 찐만두와 군만두는 모양이 조금 다른데 찐만두는 만두소에 돼지고기가 도톰하여 육향이 풍부하고 부추로 향을 낸다.

군만두는 기름을 가득 넣고 튀겨내는 점이 특징. 만두의 크기가 조금 작은데도 하나 먹었을 때 풍미가 가득해진다. 오향장육은 살코기 부분의 장육과 돼지껍질을 층층이 쌓아 편육으로 만든 것이 분리되어 나온다.

오목한 접시 밑에 맑게 고인 소스는 풍성하게 나온 양배추 채와 비벼 먹는다. 짜슬이라 불리는 젤리형의 양념을 조금씩 얹어 먹으면 맛있다.

 


<서궁>은 사태와 돈족을 깔끔하게 삶아내고 고추와 마늘, 고수를 수북하게 올려준다. 껍질 부위와 살점이 어우러지니 쫀쫀한 젤리를 먹는듯하다.

군만두는 그야말로 압권이다. 만두소는 소고기를 쓰며 만두피는 두툼하지만 과자처럼 바삭하게 씹히다가 목으로 술렁술렁 넘어간다. 숙성이 잘 된 만두피의 전형이다.

 


오향만두

서울 서대문구 연희맛로 22

02-323-3749

오향장육 1만5천원, 군만두 6천원

 

 

산동교자관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214

02-514-2608

오향장육 2만8천원, 군만두 7천원

 

 

 

서궁

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로 86 롯데캐슬아이비 지하 1층

02-780-7548

오향장육 2만 9천원, 군만두 7천5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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