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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이윤화의 오늘 뭐 먹지_생선국수, 어죽의 참맛

2019.10.17 | 조회 : 2,833 | 댓글 : 0 | 추천 : 0

 

 

 

식객 이윤화의 오늘 뭐 먹지

생선국수, 어죽의 참맛

 

 

 

지방을 여행하다 큰 강이나 저수지를 만나면 인근 어디에선가 생선국수 즉 어죽이 끓고 있을 것 같다.

바다 생선으로도 어죽을 끓일 수 있지만 어죽으로 떠오르는 물고기의 이미지는 민물생선이 먼저다. 작은 민물 잡어를 손질한 후 비린 맛이 없어지도록 시간을 들여 푹 고아낸다.

그리고 잔가시 등을 체에 곱게 거르고 집고추장이나 집된장을 넣어 국물을 완성시킨다. 국수는 먹기 직전 국물에 넣어 한소끔 끓여주면 된다. 믹서 같은 기계로 억지로 갈아 만드는 탕이 절대 아니다.

어죽을 처음 먹는 사람이 이를 대면했을 때의 표정은 대부분 썩 밝지가 않다. 요즘 음식처럼 세련되지도 않고 죽도 탕도 아닌 걸죽하고 불그죽죽한 국물 속에 국수가 말아져 있으니 비주얼이 썩 당기는 스타일은 아니다.

행여 옆 테이블에 먹다 남은 불어터진 어죽의 면발이라도 목격하게 된다면 이걸 내가 먹어도 될까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리라.

하지만 잘 만들어진 어죽을 한 숟갈 떠 진한 국물을 맛보고 나면 어느새 긴장은 사라지고 흐뭇한 만족감이 온 몸에 퍼진다. 국수면발의 녹말과 어우러진 탕국물은 부드러면서도 적당히 매콤하고 농후한 스프같아 편안하게 후루룩거리다 보면 이마에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히기도 한다.

 

 


그동안 저수지나 큰 강의 지류가 있는 오랜 어죽집을 여러 곳 다녀봤다. 동네 사람들만 이용하다 세월이 지나 저절로 알려진 어죽집은 대개 나름의 사연을 담고 있었다.

금강 지류의 어죽집 한 곳은, 지금의 여사장이 시집와보니 남편은 노름에 빠져 있고 가난한 집안 살림에 많은 시동생을 건사해야 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단다.

그래서 궁리끝에 집근처 강에서 물고기를 잡아 끓이기 시작했는데, 그 어죽맛이 깊어 점점 알려지며 돈을 벌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남편도 점차 물고기 잡는 어부가 되어 어죽집 조력자가 되었고 건전한 생활의 일꾼으로 거듭나게 되었단다.

 

 

한번은 북한강 인근의 매운탕집 자문을 맡은 적이 있었다.

식당 인근 강가에 자전거족이 많기에 혼밥으로도 좋은 뚝배기어죽을 제안하여 만들었다.

나름 호평를 얻게 갈 즈음 40여명의 경남지역 단체손님을 맞았다. 신나게 준비하여 대접했는데, 손님들은 큰 실망을 하고 돌아가고 말았다.

들어본 즉, 어죽 자체는 맛있는데, 방앗잎은 커녕 제피(초피)가루 없이 후추가루 하나만 덩그러니 있는 건 어죽이 아니라며 불평을 쏟아냈다. 

 

 

작은 한반도이지만 어죽 하나만 보더라도 참 다르게 먹는구나 싶었다. 어죽, 어국수, 어탕국수, 생선국수 등 부르는 용어 또한 조금씩 차이가 있다.

금강권역에서는 어죽이라 부르면서 소면과 밥이 함께 들어가 있는 집이 많다.

최근에는 지역을 떠나 어죽 식당에는 어탕국수와 어탕밥을 분리해서 팔거나 굵은면을 넣은 어탕칼국수를 하는 곳도 있다.

 

 

어죽집 몇곳을 추려봤다.

‘늘비식당’는 지리산에서부터 흘러온 경호강의 맑은 물에서 민물고기를 잡아 파는 일을 하던 아들과 동네에서 손맛을 알아주던 어머니가 하는 산청의 오랜 어죽집이다. ‘선광집’은 금강을 끼고 있는 옥천군에서 2대째 하는 생선국수집으로 큰 대접에 나오는 깔끔한 고추장국물이 여성스러운 느낌이다.

이곳에서는 어죽을 생선국수라 부른다. 어죽이 강가의 음식이 다 보니 서울에서는 맛보기 쉽지 않은데 합정역 인근의 ‘지리산어탕국수’ 에서는 칼칼한 어탕국수를 판다. 어죽과 소주 반주를 하는 아저씨들도 적잖게 보인다.  

 

 


이윤화 레스토랑가이드 다이어리알(diaryr.com) 대표


 

 

 

늘비식당

경남 산청군 생초면 산수로 1030-18.

055-972-1903.

어탕국수 7,000원 어탕칼국수 9,000원

 

 

 

선광집

충북 옥천군 청산면 지전1길 26.

043-733-9755.

생선국수 6,000원

 

 

 

 

지리산어탕국수 합정점

서울 마포구 양화로3길 23.

02-333-7794.

어탕국수 7,000원, 어탕밥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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