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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윤 요리쌤의 오늘 뭐 먹지_파리에서 맛본 바게트 샌드위치

2019.09.30 | 조회 : 5,157 | 댓글 : 0 | 추천 : 0

 

 

홍지윤 요리쌤의 오늘 뭐 먹지

파리에서 맛본 바게트 샌드위치

 

 

 

88 서울올림픽이 끝나고 해외여행 자유화의 물결에 휩쓸려 대학3학년이던 1990년에 유럽여행을 떠났다. 요즘 유행하는 ‘현지인처럼 한 도시에 한 달 살기’는 언감생심 상상도 못하던 시대다.

가이드를 따라서 파리, 런던, 로마 등의 도시들을 메뚜기처럼 옮겨 다니며 2주에 8개국을 도는 연예인 순회 공연 같은 빡빡한 스케줄이었다. 뭘 봤는지 뭘 놓쳤는 지, 세월과 함께 흐릿해졌지만 역시 여행과 함께했던 음식들은 지금도 선명하다. 

 

 

그 유명한 몽마르트 언덕에 올라 구경을 하다 지쳐 돌아보니 일행 중 한 친구가 벤치에 앉아 방망이 만한 바게트를 물고 있었다.

‘생각보다 괜찮다’며 먹어보라 건네주는 바게트에는 버터가 발라져 있고 햄과 치즈가 수북하게 들어있을 뿐이었다. 겉이 바삭한 바게트의 쫄깃한 속살을 씹을수록 ‘빵이 이렇게 고소한 맛이었나’ 싶게 풍미가 퍼져 나왔다.

그 후로 누군가 샌드위치를 말하면 내겐 그 때의 맛이 기준이 되었다. 

 

 

단순한 요리일수록 제대로 잘 만들기 어렵고 재료가 탁월하면 조리가 필요 없는 법이다. 

몽마르트 언덕에서 먹은 장봉프로마쥬 (jambom fromage : 바게트에 버터를 바르고 햄과 치즈  를 넣은 샌드위치)는 좋은 재료로 만든, 단순하지만 훌륭한 요리의 한 예이다.

바게트는 프랑스의 주식이고 파리 어디서 사먹어도 실패하기 어렵다.

거기에 프랑스산 버터를 바르고 유럽을 대표하는 프랑스의 샤퀴테리 (charcuterie : 육류로 만드는 햄, 베이컨, 소시지 등의 가공육)와 치즈가 더해졌으니 완벽한 조합이 아닐 수 없다.

바게트는 물론 치즈와 햄 등을 제조하는 공정자체가 복잡할뿐더러 오랜 세월을 거쳐 집적된 노하우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점을 지나칠 수 없다. 

결국 재료가 뛰어나면 재료의 조합만으로도 훌륭한 요리가 탄생 할 수 있는 것이다.

 

 

서양요리가 대중들에게 본격적으로 소개되기 시작한 20여 년 전, 샌드위치 전문점이 유행했었고 인기 샌드위치 전문점이 식품기업에 팔리는 일도 생겨났다.

밥, 국, 반찬으로 이루어진 한식이 아니어도 샌드위치 하나로 한 끼 정도는 충분히 채울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겨난 탓이다.

그 뒤로 샌드위치 전문점은 사라졌지만 베이커리와 카페에서는 꾸준히 샌드위치를 만들어왔다.

유럽의 베이킹 기술을 습득한 베이커들 덕분에 일본제과의 영향으로 부드러운 식감을 추구하던 초기단계를 벗어났고 다양해졌으며 상당한 경지에 올라섰다. 최근에는 유럽식 가공육을 직접 만드는 샤퀴테리들이 생겨나면서 그 조합으로 만들어진 샌드위치 수준도 상당하다.

동남아, 멕시코, 스페인 등 국적요리를 즐기게 되면서 각국의 다양한 재료를 접목한 국적불명의 맛있고 기발한 샌드위치들도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나들이에 좋은 계절이다. 오랜만에 김밥대신 샌드위치에 상큼한 소다가 나쁘지 않을 듯하다.    

 

 

소금집

마포구 월드컵로19길 14

장봉 프로마쥬 샌드위치 1만2천원

 

 

 

타르틴 베이커리

강남구 언주로168길 24

차돌 반미 샌드위치 1만2천원

 

 

큐물러스

성수동 1가 275-5

풀드포크 샌드위치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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