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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영 작가의 오늘 뭐 먹지_청각 묵은지에 시원하게 수육 한 점

2019.07.07 | 조회 : 2,383 | 댓글 : 0 | 추천 : 0

 

 

 

임선영 작가의 오늘 뭐 먹지

청각 묵은지에 시원하게 수육 한 점

 

 

 

수육(水肉)이라는 두 글자는 간단치 않다. 말 그대로 물에 끓인 고기에 불과하지만 맛의 뉘앙스는 복잡하기 때문이다.

 

좋은 고기의 선별. 연하면서 쫀득한 육질, 질깃거리지 않게 삶기, 삶아서 내오는 사이의 공기에 접촉하는 시간 등 복합적인 요소가 수육 한 점으로 고스란히 전달된다. 

 

 

특별하다고 생각되는 수육집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들은 고기의 맛을 극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때문에 처음 한 점은 그냥 먹는다. 살살 녹는 고기 맛을 받아들이는 시간. 두 번째는 겨자 간장에 찍어먹는다.

 

적절한 온기로 식어간 고기는 감칠맛이 극대화 된다. 세 번째는 김치나 깍두기와 곁들인다. 비로소 소주가 합공 작전을 펼칠 때다. 이때 쫀득한 고기의 식감, 알싸한 김치와의 케미, 소주의 휘발성 목넘김이 딱 들어맞게 어우러진다.

 

비록 적은 양이라도 온전한 고기 맛에 빠져드는 순간은 행복했다. 수육 한 점은 우리의 손을 이끌고 소고기 살점에 깊이 묻혀 있던 존귀한 감칠맛으로 이끌어주니 이는 묘한 중독성으로 이어진다.

 

 

수육이 서민음식은 아니다. 한 접시에 고기가 열 점이나 나올까, 소자가 삼 만원에서 시작하고 중이나 대자는 오륙 만원을 호가하니 이쯤 되면 한 점 한 점 먹을 때 마다 옆 사람의 눈치를 봐야 한다. 입에서 살살 녹는다며 냉큼냉큼 집어먹다가는 눈치가 없거나 염치가 없는 사람이라고 찍히기 딱 좋다.

 

그러니 수육으로 배불리 먹을 생각 말고 곁들일 냉면이나 곰탕, 설렁탕이 좋은 곳을 물색해야 한다.

 

 

나주관은 함평 암소를 직접 받아 1주일간 숙성시킨다. 수육 한 접시에 우설, 뽈살, 사태, 양지를 골고루 내온다. 특히 뜨거울 때 사태살을 먹고 살짝 식었을 때 쫀쫀한 뽈살을 먹는다.

 

치즈 같은 우설, 젤리 같은 뽈살, 쫄깃한 사태와 양지 아주 입체감 있게 구성되니 먹는 재미가 좋다. 특히 직접 담은 청각김치가 나오는데 양념에 청각을 넣어 미네랄을 강화하고 묵은지의 시원함이 압권이다. 청각 묵은지에 감싸먹는 수육은 다른 어디서도 경험치 못하는 조합이다. 조미료 없이 맑게 끓여낸 나주곰탕을 곁들이면 든든한 식사가 된다. 나주 하얀집에서 전수받은 노하우에 건강하게 조리하겠다는 사장의 철학이 이곳의 프리미엄이다.

 

 

40년 전통의 남포면옥은 사태와 양지살이 장방형으로 썰려 나온다. 온기를 지닌 놋그릇에 올려져 좀처럼 식지 않는다.

 

은은한 간장 양념과 마늘향이 스며든 조리법이다. 사태 부위를 순수하게 익혔는데 젤리처럼 쫀쫀하게 씹힌다. 무엇을 가미할 필요 없는 그냥 한 점으로 완성도 높은 고기 맛이다. 육수의 깊은 맛과 메밀면 식감이 탁월한 이곳의 평양냉면과 환상의 콤비를 자랑한다.

 

 

외고집설렁탕은 횡성 1등급 한우를 고집한다. 수육에 양지,사태,우설이 나왔는데 지금은 도가니와 머리 고기,차돌박이를 추가로 넣었다. 대치동에서 삼성동으로 확장 이전하면서 수육의 구성도 전체적 메뉴 구성도 다양해졌다.

 

직장인들의 다양한 취향을 맞춰주니 이제는 외고집이 아닌 사회성 좋은 수육이다. 좋은 고기맛을 잘 살린 스타일이며 살짝 숨이 죽은 부추에 먹을 때 가장 맛있다. 수육으로 채운 배를 깔끔한 설렁탕으로 돈독히 하면 여름철 에너지를 충전한 느낌이다.

 

 

나주관

서울 강동구 강동대로53길 31

02-6677-7766

수육 45000원, 곰탕 11,000원

 

 

 

남포면옥

서울 중구 을지로3길 24

02-777-3131

수육 30,000원, 냉면 12,000원

 

 

 

 

외고집설렁탕

서울 강남구 삼성로 555

02-567-5225

수육 48,000원, 설렁탕 11,000원

 

 

 


임선영 음식작가· ‘셰프의 맛집’ 저자 nalge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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