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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영 작가의 오늘 뭐 먹지_달콤한 도시로 달려가는 두 바퀴, 파리브레스트

2019.05.07 | 조회 : 2,243 | 댓글 : 0 | 추천 : 0

 

 

임선영 작가의 오늘 뭐 먹지

달콤한 도시로 달려가는 두 바퀴, 파리브레스트

 

 

 

경주에는 출발지와 도착지가 있다. 자전거 경주일 때는 두 지점이 가까워서도 안되고 너무 멀어서도 안 된다. 사람의 발을 돌리면 적절히 닿을만한 목적지.

그곳이 어쩌면 삶의 목적지가 될지도 모르겠다. 쳇바퀴라도 돌리다 보면 어느새 도달해 있는 미래의 모습 말이다.

 

 

프랑스 디저트 중에 파리-브레스트(Paris–Brest) 라는 케익이 있다. 이 디저트는 동그란 바퀴를 연상시키데 자전거 경주를 기념하고자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1891년부터 시작된 파리-브레스트-파리 자전거 경주(Paris–Brest–Paris bicycle race). 저널리스트이자 정치인인 피에르 기파드(Pierre Giffard)가 1910년 프랑스의 제과사인 루이 뒤랑(Louis Durand)에게 의뢰를 하여 만들어졌다. 이 디저트는 경기의 이름을 따서 <파리브레스트>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그로부터 100년의 시간 동안 파리브레스트는 꾸준히 사랑 받아왔고 프랑스 대표하는 클래식 디저트로 자리매김 했다. 프랑스 과자점의 수준과 지향점을 평하자면 파리브레스트를 척도로 삼아도 좋다. 비슷한 듯 하지만 어느 하나 똑 같은 것이 없고, 정통 레시피의 기반에서 현재까지 끊임 없이 재해석 되어왔기 때문이다. 맛의 핵심은 슈와 크림에 있다. 동그란 모양의 슈는 수분을 날리듯 구워준다.

크림을 하단과 상단에서 지탱해 주어야 하기에 크림의 수분이 흡수되어도 눅눅하지 않고 바삭함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크림은 파티쉐가 그리는 맛의 도화지이다. 크렘무슬린, (버터에 이탈리안 머랭의 조합), 커스터드크림 (생크림과 계란노른자, 바닐라 빈의 조합)에 견과나 초컬릿으로 개성을 표현한다. 

 

 

메종엠오(Maison M.O.)에서는 이 디저트의 이름을 파리-브레스트-서울(Paris-brest-Seoul)이라 붙였다. 파리와 브레스트를 잇고 최종 목적지는 서울이다. 슈는 말랑하고 부드럽게 씹히지만 눅눅함이 없다. 크림은 캬라멜향이 나는 초컬릿으로 심플하게 표현했다.

이 크림에는 프랑스 명품 초컬릿 <발로나>의 “블롱드둘세(BLOND DULCEY)” 라인을 썼다. 캬라멜향이 나는 초컬릿인데 캬라멜 성분이 전혀 섞이지 않고 다크와 화이트의 조합으로 캬라멜향을 연출한 고급스러운 초컬릿이다. 중간에 샌드된 고소한 비스퀴는 말랑한 슈와 보드러운 크림 사이에서 씹는 리듬감을 준다. 특히 슈의 상단에 자리한 깨와 소금의 과자는 단짠의 묘미를 주었고, 쌀튀밥과 견과 비스켓으로 친근하고 익숙한 서울식 과자 맛을 연출했다.

 

 

오픈한 지 1년이 되지 않았지만 디저트 애호가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급부상한 파티세리로 랑꼬뉴(Linconnu)가 있다. 프랑스의 명인들로부터 사사 받은 디저트의 철학에 우리 식재료의 맛을 더했다. 특히 파리브레스트는 이곳을 대표할 만 하다.

세가지가 블랜딩 된 크림이 인상적인데 크렘 무슬린 베이스에 커스터드 크림은 계란노른자의 크림에 바닐라 빈을 깊이 스며들도록 하였고, 오랜 시간 서서히 로스팅 하여 고소한 맛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호박씨를 섞었다. 이 크림은 처음에 달콤하게 들어오고 그 다음엔 짭조름함으로 넘어갔다가 발효버터의 산미, 호박씨의 구수함이 여운으로 깊이 남는다. 바삭한 식감을 강조한 슈도 먹는 순간을 즐겁게 한다.

맛의 조합이 시간차로 느껴지는데 그 과정이 과함이 없이 정제되어 있다. 최근에는 수입 견과류 대신 봉평산 메밀을 로스팅 하여 독창적 크림 스타일을 탄생시켰다. 

 

 

클래식한 디저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곳, 라그랑자트(La Grande Jatte). 여기서 이 디저트의 이름은 <파리-그랑자트> 이다. 슈와 크림은 초록의 꿈 그랑자트 섬으로 가는 길로 재해석되었다. 슈는 얇고 바삭하게 구웠으며 구운 피스타치오를 뿌렸다. 중간에 큐브형 스트로이첼 (소로보처럼 씹히는 쿠키)을 넣어 고소하다.

크림은 바닐라향이 그윽하며 피스타치오의 초록빛과 산뜻하고도 고소한 맛이 숲을 이룬다. 특히 프랑부아즈 꿀리 (농도가 진한 젤리 식감의 라즈베리 소스)가 상큼하니 먹어도 질리지 않고 달려도 지치지 않았다.

 

 

메종엠오

서울 서초구 방배로26길 22

070-4239-3335

파리브레스트서울 8,000

 

 

 

랑꼬뉴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25길 37

02-512-6767

파리브레스트  8,000

 

 

라그랑자트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62길 12

02-569-5566

파리그랑자트 8,800

 

 


임선영 음식작가· ‘셰프의 맛집’ 저자 nalge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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