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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윤 요리쌤의 오늘 뭐먹지? 비엔나커피
2018.03.18 | 조회 : 2,751 | 댓글 : 0 | 추천 : 0
홍지윤 요리쌤의 오늘 뭐먹지?
비엔나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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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도쿄에 갔을 때다.
서점에서 우연히 펼쳐 본 잡지에 실린 깃사텐(噄茶店: 다방의 일본식 명칭) 특집기사가 눈을 끌어 당겼다.
맘에 드는 다방 한 곳이 마침 숙박소로 정한 호텔에서 가까운 곳에 있길래 당장 그곳으로 발길을 향했다.
시부야의 중심가를 살짝 벗어난 골목길 후미진 곳에 자리잡은 다방엔 대낮인데도 손님들로 가득했다.
테이블엔 알록달록한 스테인드글라스 조명을 사이에 두고 차를 마시며 케익을 나눠먹는 커플들이, 홀로 신문이나 책을 읽으며 드립 커피를 즐기는 손님들은 카운터석을 매웠다. 커다란 괘종시계와 작은 액자들이 벽면을 채우고, 마이센, 웨지우드, 노리다케의 찻잔들이 나열된 오래된 장식장은 반들반들했다.
커피와 차의 향이 뒤섞인 채 반쯤 가라앉은 듯 무거운 공기를 타고 올드 뮤직이 흐르는 분위기는 세월이 30년전쯤에 머문 듯 클래식했다.
거대한 산당화 꽃장식이 놓인 중앙테이블에 자리를 잡으니 손 글씨로 쓴 메뉴판이 눈에 들어온다.
숯불배전커피라는 타이틀 아래 오리지날 블랜드커피, 드립커피, 카페오레, 카푸치노, 그리고 홍차의 이름들이 빼곡하다. 하지만 나는 비엔나커피를 주문했다.
숯불의 향이 은은하게 배인 구수한 블랙커피에 둥실 떠오른 구름처럼 풍부한 크림을 한 입에 머금은 순간 나의 선택이 옳았음에 뿌듯해졌다.
33년전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대학생인 언니를 따라 들어간 명동의 오래된 카페에서 처음 비엔나커피를 맛보았다.
그 달콤하고도 씁쓸한 맛에 반해 카페를 맘껏 드나드는 대학생 언니가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수 십 년이 지난 지금도 달콤 씁쓸한 그 맛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오스트리아 빈에는 비엔나 커피가 없다.
한 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를 뜻하는 아인슈페너 (Einspänner)가 원래의 명칭이다.
빈의 마부들이 추운 날씨를 이기고자 뜨거운 커피에 크림을 얹어 마시기 시작하며 알려졌다.
아인슈페너냐 비엔나냐 그 이름은 중요치 않다.
그보단 마실 때 크림을 커피와 섞지 않는 것이 포인트다.
먼저 입술에 닿는 달콤한 크림을 한 입 머금고 그 뒤에 따라오는 씁쓸한 커피를 삼키며 크림의 맛, 크림이 녹아 든 커피의 맛 그리고 남은 블랙 커피의 3단 콤보를 단계별로 느끼는 것이 좋다.
이제 곧 봄과 함께 찾아 올 춘곤증을 날려 보내고 싶을 때, 피로에 지쳐 카페인과 당분이 동시에 필요할 때, 갑 질을 일삼는 자를 응징하고 싶을 때, 나의 시름보다 더 깊은 친구의 시련을 들어줘야 할 때, 비엔나커피를 권하고 싶다. 봄이 가고 곧 더위가 찾아오면 그땐 아이스 비엔나가 우리를 식혀주리라.
밀로커피 로스터스

서울 마포구 동교동 170-32
02-554-3916, 몽블랑(비엔나커피) 6천5백원
아이스 몽블랑 7천원
테일러커피 서교1호점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33길 46
02-335-0355
아인슈페너 6천5백원
커피가게 동경
서울 마포구 망원로6길 21
070-4845-0619
아인슈페너 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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