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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박사의 오늘은 뭐먹지 상갓집 밥상 유감

2018.02.04 | 조회 : 2,950 | 댓글 : 0 | 추천 : 0




석박사의 오늘은 뭐먹지

<상갓집 밥상 유감>




사람들은 누구나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는 잔칫집에 초대를 받거나 상갓집에 문상을 갑니다.



하지만 저는 결혼식이나 돌잔치 그리고 상갓집에 가서는 웬만큼 배고프지 않고는 식사를 하지 않습니다.

축의금 혹은 조의금을 내고는 인근의 맛집을 찾아가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대개 잔칫집 뷔페에 가면 윗저고리에 형형색색 스티커를 붙여주곤 하지요.

손님 수를 세기 위한 방법일 텐데 영 마뜩찮습니다.

사람에 대한 값어치가 단순히 스티커 하나로 평가 받는 기분이 드니까요.

그나마 호텔 예식장의 음식은 서구식으로 많이 좋아졌지만 그에 상응하는 축의금이 골치입니다.


문제는 상갓집입니다.


상갓집에서 밥이나 국 그리고 반찬은 일인당 얼마씩 책정된 것이 아니라 밥 한 솥, 국 한 양동이 단위로 계산을 하더군요.

예전에는 머리고기나 홍어, 가오리무침 등 때문에 식중독도 발생하곤 했는데, 요즘은 전문 업체에서 제대로 만들기 때문에 그럴 염려는 많이 줄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최고라는 서울의 대학병원들은 물론이고 전국 대부분의 전문 장례식장 음식 메뉴는 거의 비슷하고 또 서빙 방식, 운영방식들도 죄다 도긴개긴입니다.


아무리 고관대작, 그룹회장이 조문을 오더라도 일회용 스티로폼 그릇에 밥과 국 그리고 찬들을 내옵니다.

망자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하다는 것을 보여라도 주는 걸까요?

더하여, 층층이 쌓인 비닐 깔개는 기본이고 수저도 플라스틱이어서 찾아주신 문상객들에게 참으로 면구스러운 일입니다.



적어도 국그릇과 밥그릇만큼은 제대로 된 그릇에 담아줘야 하는 것이 우리나라 전통 ´접빈객´의 기본 아니겠습니까?

상조 회사나 장례식장에서 설거지를 담당하는 한 사람의 인건비만 더 들여도 제대로 된 용기에 식사를 대접할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환경 보호에 일조하는 것은 덤입니다.



곰곰 생각해보면 세상이 발전한다는 것은 모든 게 편해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체중을 줄이기 위해 특별히 땀 흘리고 애를 쓰지 않는 한, 사람들은 가급적 덜 움직이고 덜 생각하려는 쪽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세상에는 일부러 수고를 해야 빛이 나는 일들도 많습니다.

요즘은 청첩장이나 부고에 아예 계좌번호가 찍혀있는 경우도 간혹 봅니다.

서로 간의 편의를 위해서 그러했겠지만, 부조금을 보내는 이나 받는 이나 겸연쩍긴 마찬가지입니다.



아주 오래 전, 아버님이 돌아가셨을 때는 요즘과 같은 장례 시스템이 아니었습니다.

병원에서 임종을 하는 것도 흉한 일이라 해서 마지막엔 집으로 모시는 게 관행이었지요.

전화기를 갖춘 집도 많지 않아서 전보로 부고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문상객들은 단체로 오는 경우도 있지만, 자정이건 새벽이건 불시에 혼자 오시는 분들이 허다했습니다.

그래도 전부 일인 상을 차려서 내드렸습니다.

한 여름에 검은 상복에 두건을 쓰고 문상객을 맞는 상주들보다, 부엌에서 일일이 상을 차려내야 하는 여자들이 훨씬 고역이었지요.

이제 여자들이 담당했던 힘든 일을 상조회사 아주머니들이 다 해줍니다.

그릇도 일회용만 사용하고 비닐깔개를 쓰니 설거지나 행주질도 필요 없습니다.

여자들이 편해지니 덩달아 남자들의 마음도 가볍습니다.

대사를 치르고 나서 여자들의 푸념에서 벗어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몸과 마음이 편해진다 하여도 ´접빈객´이 이렇게 허술해서야 되겠습니까?

적어도 밥그릇, 국그릇만이라도 제대로 된 것으로 대접해야 하는 건 아닌지요.





식당 : 전국의 모든 장레식장     

메뉴 :상갓집 밥상   가격: 부의금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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