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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이윤화의 오늘 뭐먹지? ‘미역국 이야기’
2018.01.08 | 조회 : 3,012 | 댓글 : 0 | 추천 : 0
식객 이윤화의 오늘 뭐먹지?
‘미역국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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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복합 건물 내 식당을 맡아서 운영한 적이 있었다.
스카이라운지 양식당과 열 곳이 넘는 푸드코트 그리고 커다란 찜질방 안의 식당까지 다양했다.
건물 내 모든 식당을 무사히 오픈 시켰고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가 싶었는데, 시간이 지나도 찜질방식당의 미역국이 늘 걱정거리로 거론되었다.
처음에는 한국인이 가장 선호한다는 소고기미역국을 만들어 팔았다. ‘사우나 후 땀 흘린 고객들이 가정식 미역국을 먹고 다시 땀을 빼게 하자’ 라는 모토로 푹 고듯이 끓여 흐물흐물한 형태로 요리하였다.
그런데 얼마 안 되어 맛이 질린다는 고객들의 반응은 조리팀 여사님들을 고민에 빠지게 했다.
그때부터 미역국 연구 순례가 시작되었다. 들깨미역국, 조개미역국, 감자미역국, 황태미역국 등. 주변의 평범하며 흔한 재료로 만드는 미역국이 이렇게 많았단 말인가? 그러던 어느 날 ‘맨미역국’이 등장했다.
참기름으로 미역을 볶다 끓이는 방식이 아니고 물에 미역을 넣어 끓이다가 국간장으로만 간을 한 심플 그 자체의 미역국이었다.
조리팀 여사들 사이에 반응이 엇갈렸다. 아무것도 넣지 않은 맨미역국을 어떻게 돈을 받고 팔 수 있냐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고민고민하다 메뉴판의 소고기미역국 옆에 맨미역국을 써 놓고 오백원을 싸게 팔아보기로 용기를 냈다.
누구 사먹을까 걱정을 하면서. 결과는 의외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맨미역국 매니아들이 점점 늘었다. 흠뻑 땀 흘린 찜질손님들이 식혜 한 사발 찾듯 맨미역국이 개운하다하여 마시듯 먹는 사람도 있었다.
지방을 여행하다 보면 미역을 주재료로 한 향토 음식을 만날 때가 있다. 옛부터 내려오는 강릉의 산모용 몸풀이국은 ‘우럭미역국’이다.
비싼 소고기 대신 질 좋은 우럭이 만만했던 고장의 우럭미역국은 뽀얗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요즘에야 당연히 고기미역국보다 한 수위임에 틀림없다.
동해안 삼척 인근의 ‘막장미역국’도 신기했다. 강원도 사람들은 간장에서 건진 메주로 담근 된장이 아닌, 처음부터 메주가루를 넣어 진하게 담는 막장을 즐겨먹는데, 그 막장을 넣은 미역국은 지금도 소박한 가정식이자 장례식장의 국으로도 애용된다.
국은 아니지만 제주도 해녀가 많은 성산포지역 온평리의 미역무침 또한 잊을 수가 없다.
‘해삼토렴’이라는 음식은 싱싱한 미역에 성게, 해삼(또는 소라)이 들어가고 직접 짠 참기름으로 무친 걸로 옛날부터 먹어온 마을음식이다.
보드러우며 바닷향내 나는 미역 맛 자체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해삼토렴 앞이라면 어떤 술꾼도 평소 주량보다 소주를 더 마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을 생활개선회 소속 부녀회원들이 돌아가며 일하기에 음식 맛은 그 날에 따라 약간 다를 수 있지만 미역의 참맛만은 늘 한결 같다.
요즘 도시에서는 ‘00미역’이라는 체인점 미역전문점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집에서 먹던 국이 외식 상품이 된 것이다.
그러다보니 가자미미역국, 소갈비미역국, 전복미역국처럼 화려한 재료가 들어가고 그만한 비싼 값도 치러야 되는 고급 미역국이 많다.
결국 미역이 조연으로 전락한 미역국 전문점이다. 맨미역국이나 엄마표 집미역국을 식당에서 찾기엔 내 꿈이 야무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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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장모님미역국
- 서울 성북구 혜화로 82-1
- 전화 02-766-7342
- 미역국정식 7,000원부터
장안횟집
- 강원 강릉시 사천면 진리항구길 51
- 전화 033-644-1136
- 우럭미역국 10,000원
향토맛집(온평생활개선회)
-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환해장성로 389
- 전화 064-782-8689
- 해삼물토렴 2만원부터
이윤화 레스토랑가이드 다이어리알(diaryr.com)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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