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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R

‘꽁꽁 숨은 밥집’을 찾아서. 석박사의 오늘은 뭐 먹지? 스피크이지 밥집

2017.03.21 | 조회 : 2,920 | 댓글 : 0 | 추천 : 0



스피크이지 밥집

- ‘꽁꽁 숨은 밥집’을 찾아서




‘미국 마피아’ 하면 맨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아마도 알 카포네일 겁니다.

금주법이 강력하게 시행되던 대공황 때, 술을 몰래 만들어 팔아 떼돈을 번 악당의 대명사이죠.




그렇게 숨어서 밀주를 만들어 팔려면 비밀 아지트가 필요한데, 어느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하도록 일반 가정집이나 창고 등을 개조하여 술집으로 꾸몄습니다.

사람들은 그런 술집들을 ‘스피크이지 바’(Speakeasy Bar)라고 불렀답니다.

당시 부패한 경찰들이나 재무성 특별수사반인 소위 '언터쳐블'들도 그 존재를 알았겠지만, 공생관계였거나 자신들도 주요 고객이었을 터이니 눈 감아줬을 공산이 큽니다.

그런데 무려 백 년 가까이 지난 지금 느닷없이 미국도 아닌 한국 땅에 그런 형태의 술집(심지어 식당들까지)이 호황인 건 대체 무슨 이유일까요?




술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청담동 혹은 한남동 등지에서 위스키를 파는 곳들이 하나둘씩 스피크이지 바 형태로 바뀌더니 요즘은 너도나도 이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급기야 이런 흐름은 식당에까지 번져서 사람들이 전혀 알아보지 못하는 곳에 간판도 손바닥만 한 것을 붙여놓고 비싼 밥과 고기를 팔더라는 것이죠.

남들은 법을 어겨가면서까지 간판을 크고 호화롭게 달지 못해 안달인데 왜 ‘꽁꽁 숨은 밥집’을 자처하는 걸까요?




이유는 많겠지만, 이런 시스템은 손님들에게 스스로를 ‘프라이빗 멤버’라는 착각에 빠지게 합니다.

어중이떠중이 손님들을 배제하고 아는 사람들만 혹은 선택된 특별한 사람들만 갈 수 있는 곳이란 환상을 심어주는 것이죠.

한 번 가 본 손님들은 친구들에게 자랑을 열심히 해댑니다.

"너희들 거기 가봤어? 내가 함 데려가 줄까?"하고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까지 보여주니 별도의 마케팅은 필요조차 없습니다.

흔히 말하는 ‘베블런 효과’가 식음료 업계에도 나타난 것이지요.




또 하나는 비싸고 귀한 음식을 숨어서 먹으려는 행위가 혹시 가진 자에 대한 분노를 피하려는 자연스런 방어기제는 아닐까요?

기독교에서도 탐식을 일곱 가지 죄종 중의 하나로 꼽았을 정도이니까요.

단순히 세무조사를 피하려고 일부러 외관을 허술하게 하거나 간판을 작게 해서 영업을 한다는 것은 진료비 몇 천 원도 신용카드로 내는 요즘 같은 시대에는 맞지 않습니다.

뉴욕에서 시작한 '월가를 점령하라!'는 구호는 이제 전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탐욕스러운 1프로에 대해 갖는 99프로의 분노가 극에 달할수록, 가진 사람들은 숨으려 하고 또 귀하고 좋은 음식까지도 숨어서 먹으려 하겠지요.

하지만 부자들에 대한 지나친 거부감 역시 국내 경기 침체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긴 합니다.




어쨌거나 위와 같은 형태의 밥집(주로 고깃집)을 저는 ‘스피크이지 밥집’이라고 부르는데, 특징적으로 식당 벽에는 소를 그려놓았고, 테이블은 몇 개 없으며, 와인이나 술을 가져가더라도 별도의 수수료를 요구하지 않는 곳이 많고, 철저한 예약제로만 운영한다는 점입니다.




고백컨대, 저 역시 속물인지라 이런 숨은 밥집에 초대받는 것을 무척 좋아합니다.

따분한 일상 가운데 가끔은 비밀스러운 아지트에서 친구들과 수다를 떨다 보면 기분전환도 되거든요.




하나 걱정이 있다면, 이러한 추세가 디지털 디바이드, 잉글리시 디바이드와 같은 표현처럼 사람들을 재력과 미식 능력에 따라 나누는 미식 디바이드(Gourmet Devide)라는 말이 생길까 우려됩니다.

그럴 바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입소문을 내어 ‘스피크이지 밥집’을 차라리 ‘스피크하드 밥집’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어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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