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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라잡이맛집] 유럽 장행(醬行)...파리와 브리스틀의 묵은 장맛 같은 한식당들
2025.12.29 | 조회 : 1,966 | 댓글 : 0 | 추천 : 0
[길라잡이맛집]
파리와 브리스틀의 묵은 장맛 같은 한식당들
유럽 장행(醬行)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일주년인 2025년 12월. 이를 기념하기 위해 프랑스 파리 한국문화원에서는 ‘한국의 장, 종가와 사찰이 한식을 꽃피우다’ 행사가 열렸고, 영국 남서부에 자리한 브리스톨에서는 ‘장(醬) 다이닝’ 팝업이 펼쳐졌다.
이번 유럽 여정은 한식의 근간에 자리한 발효 소스, 장 담그기의 전통 방식과 현대인에게 필요한 밥상을 발효를 중심으로 제시하기 위한 자리로, 대한민국식품명인이자 장흥 고씨 양진재 문중 10대 종부 기순도 명인, 그리고 사찰음식의 대가 백양사 천진암 주지 정관 스님이 함께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전통장 시연 및 체험 행사에서는 ‘장 담그기 및 가르기’ 시연이 펼쳐졌는데, 특히 장 담그기 전 치른 고사 의식은 한국인에게 장이 단순한 조미료가 아니라 삶의 중요한 기본과 지탱임을 보여주었다. 이어서 기순도 명인과 정관 스님이 만든 음식이 발우에 담겨 유럽 사람들 앞에 놓였고, 발효의 지혜와 수행의 정신은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올봄 전남 담양에서 기순도 명인에게 직접 장을 배워 담갔던 프랑스 셰프들의 장은 어느새 간장과 된장이 되어 있었다. 그 장을 14시간 날아 파리로 옮겨 프레데릭 안톤(Frederic Anton) 등 여러 셰프들에게 전달했다. 직접 빚은 장을 마주한 셰프들의 얼굴에는 놀라움과 감탄이 연이어 떠올랐다.
정관 스님은 식사에 앞서 “이 음식은 어디서 왔는가?”라는 질문과 함께 오관계(五觀戒, 불교에서 음식을 먹을 때 외는 기원문)를 낭독했다. 자연에서 얻는 식재료의 수확, 그리고 그 수확물로 만든 발효장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느끼게 하는 시간이었다.
미식과 문화예술의 도시 영국 브리스톨에서 펼쳐진 장 다이닝 팝업의 치열한 예약 현상을 보며 영국인들의 한식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실감할 수 있었다. 평소 즐기던 맥주와 와인처럼 한국의 막걸리와 소주는 한식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음료가 되었고. 식사가 끝난 뒤에는 종가와 사찰에서 이어온 발효장에 대한 질문이 끊이질 않았다.
“사찰음식에서 금기하는 오신채는 무엇인가?”, “한국에서 발효에 사용하는 용기의 이름은 무엇인가?” 등 정답과 오답을 떠나 그 질문들 속에서 한국 음식에 대한 깊은 애정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역시 발효는 글로벌 트렌드였음을 실감했다.
유럽 장행(醬行) 여정 속에서 짬짬이 센스 있는 한식당들을 찾았다. 파리와 브리스톨에 간다면 꼭 들러보길 권하고 싶은 곳들이다.
참신함과 깊은 맛의 한식
[MA-SHI-TA 맛있다]
유럽 곳곳을 소개해 온 작가로 잘 알려진 정기범 대표가 기획하고 그의 아내인 김숙현 셰프가 요리를 맡고 있는 한식 아틀리에다. 육회, 잡채, 감태 주먹밥 등 메뉴명은 한국인에게는 익숙하지만, 담음새와 표현 방식은 오히려 한국보다 더 유니크하다. 맥적과 순두부를 맛보면 “아, 한식이다.”라는 안도감이 자연스럽게 든다. 그동안 한국인에게 프랑스를 소개해 온 정 대표는 한식당 ‘맛있다’를 통해 이제 프랑스에 K-FOOD의 품격을 전하고 있다.


9 rue Poirier de Narçay 75014 Paris, France. @paris_mashita
수행하는 요리사의 작품
[ORSON 오르송]
오픈한 지 한 달 남짓한 파리의 신상 맛집이지만, 셰프 이수는 이미 식당 ‘JIP’에서 창작 한식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인물이다. 벌써 만석 행진이 이어진다. 그의 음식은 마치 예술가의 창작물 같다. 셰프는 주기적으로 한국 천진암을 찾아 정관 스님께 요리 기술뿐 아니라 정신적 수양까지 배우는 열성파다. 가메이(Gamay) 품종으로 만든 내추럴 와인을 마시다 보면, 육포처럼 말린 고구마, 누룽지 수프, 대담한 채소 구이, 호박만으로 만든 국수, 무떡 등이 차례로 등장한다. 인도네시아 삼발 소스부터 아시아 갈랑가까지, 응용의 폭이 무한하다. 한식의 경계를 훌쩍 넘어선, 진정한 ‘Esu 스타일’이 만들어지고 있다.


5 RUE DU DRAGON, 75006 Paris, France. @orson.paris
살고 싶은 동네에 있는 dongnae
[dongnae 동네]
브리스톨 레들랜드(Redland) 지역은 무척 아늑하다. 그 풍경에 꼭 어울리는 한식당이 바로 ‘동네’다. 입구에는 실로 꿰어 매단 곶감이 늘어져 있고 내부는 하얀 벽과 나무 테이블로 밝고 정갈한 분위기를 만든다. 한국인 ‘전규정’과 영국인 ‘던컨 로버트슨’ 부부는 서울에서 함께 보낸 10년의 경험에 아내의 집안 음식에 대한 기억을 바탕으로 한국 음식을 감각적으로 풀어낸다. 와인 마리아주로도 유명한데, 백김치, 나물, 버섯장아찌 등 반찬만 봐도 기본기가 단단함을 알 수 있다. 센스 있는 응용과 세련된 담음새는 브리스톨의 미식가들을 자연스럽게 사로잡는다.



5-7 Chandos Road, City of Bristol, BS6 6PG, United Kingdom. @dongnaebrist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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