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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이윤화의 오늘 뭐 먹지_오봉순의 메밀인생 2021.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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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이윤화의 오늘 뭐 먹지

오봉순의 메밀인생

 

 

장돌뱅이 삶을 그린 소설 ‘메밀꽃 필 무렵’. 주인공 허생원은 젊은 날 봉평장 물레방앗간에서 만난 성 서방네 처녀와의 하룻밤 첫사랑을 평생 간직하며 사는 순정의 왼손잡이 장돌뱅이다. 이뤄지지 못한 사랑이 소설의 소재가 되고 평생 봉평장을 그리며 오가다 마침내 첫사랑으로 낳은 왼손잡이 자식 동이를 만나며 독자들에게 훗날을 상상하게 만든다.


단순한 소설의 스토리보다 “산 허리는 온통 메밀 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라는 이효석의 글귀가 한몫해서 봉평은 메밀꽃 필 무렵의 소설을 뛰어넘어 여러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명소가 되었다. 


많은 관광객들은 봉평에 오면 이효석문학 예술촌을 거쳐 메밀막국수 한 그릇을 먹는 것이 순례처럼 되고 있다, 인구 5천여 명의 아주 한적한 시골임에도 봉평에 있는 메밀 국숫집은 약  30여개에 이를 정도다.  

 

그곳에서 ‘오봉순’이란 인물을 만났다. 27년 전 밀양 출신의 아담한 체구의 여성은 30세의 나이로 아무 연고 없는 봉평까지 오게 되었다. 물레방앗간 첫사랑을 놓쳐 참담한 심정이 된 소설 속 허생원 마냥 어려운 고비를 겪고 혈혈단신 강원도까지 올라온 청년이었다.


옥수수도 삶아 팔아보고 고깃집도 운영해보며 음식 사업 울타리에서 다양한 도전을 해오던 그녀의 눈에 운명처럼 ‘메밀’이 들어오게 되었다. 강원도에서는 누구나 쉽게 요리할 수 있는 메밀이라 여길 수도 있었지만 그녀와 메밀의 상봉은 메밀이라는 식재료 자체의 가치를 드높이는 의미 있는 재발견이 되었다.

 

봉평에 ‘미가연’이라는 식당을 차리고 메밀을 이런저런 각도에서 분석하였다. 메밀의 품종별 차이점이나 메밀싹도 그녀에게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거리였다. 막국수집에서 흔히 사용하는 단 메밀에 씨앗같이 작은 크기의 쓴 메밀의 적합한 혼합 비율을 찾아냈고 그것을 얼음 물로 반죽하여 자가제면을 하였다. 수입산 대비 훨씬 비싼 국산 메밀을 100%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큰 결단인데, 거기에 단 메밀 가격의 두 배인 쓴 메밀을 절반이나 섞어 만드는 막국수에 대한 애정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의 관심은 메밀싹에도 쏟아졌다. 날씬한 콩나물처럼 생긴 메밀싹 고명을 국수나 비빔밥 어디에든 풍성히 올려준다. 쓴 메밀과 메밀싹에는 메밀의 항산화성분인 루틴이 일반 메밀보다 월등히 높기에 고명의 효과뿐만 아니라 진정한 건강식을 구현하고 있는 셈.      

 

일주일에 두 번 먹으면 팔팔해진다는 뜻의 ‘이대팔 미가면’을 먹으면 막국수 본연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메밀국수에 들기름, 메밀싹, 깨, 김의 간단 구성으로 메밀의 기본 맛을 제대로 경험하게 해준다. 그리고 ‘명품육회비빔국수’를 주문하면 푸짐한 육회의 양에 먼저 깜짝 놀라게 된다. 그것도 대관령한우란다. 육회와 메밀의 또 다른 조화를 알게 해주는 ‘내땅내음식’의 실현이다. 


미가연 인근에 오봉순대표는 다음 작업 준비를 위해 작은 메밀음식문화연구소도 만들었다. 요즘은 어릴 적 어머니가 만들어주던 지름장(경상도식 조선간장)국수를 꿈꾸며 메뉴 개발을 하고 있다.

 

메밀꽃필무렵 허생원이 옛날 첫사랑과 해후한다면 그 후 어떻게 살았을까? 이들의 해피엔딩을 내심 바랐던 이라면 봉평에 들러 씩씩한 오봉순사장의 미가연 막국수를 먹어보자. 입속에 가득 담긴 메밀밭의 행복과 함께 즐거운 문학적 상상력이 절로 피어날 것이다. 

 

 

미가연외관

 

 

 

 

 

이윤화 음식평론가 ‘대한민국을이끄는외식트렌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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