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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박사의 오늘 뭐 먹지_동파육? 어제 주문하지 그려... 2020.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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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박사의 오늘 뭐 먹지

동파육? 어제 주문하지 그려... 

 

 

중국집을 평가하려면 코스요리를 선택하기보다는 친구들 서넛과 그 식당을 대표하는 단품요리 몇 가지를 주문하는 것이 좋은데, 마침 그곳이 노포 화상중식당이라면 더할 나위가 없지요.

 

요즘 아파트 단지 내 중국집들은 짬뽕, 짜장면 그리고 탕수육 같이 잘나가는 메뉴 몇 가지만 취급하기 때문에 솔직히 '요리사들의 음식'이라고 보기 어렵고, 대량 찍어 나오는 공산품 같은 느낌이 듭니다.

 

게다가 배달 중심인지라 조리시간이 빨라야 하고, 우리 입맛에 맞게 변형된 ‘단짠’의 조화가 생명처럼 되었습니다. 제가 즐겨보는 유튜브 중에 전국의 유명 중식당을 소개하고 평가하는 흥미만점의 방송이 있습니다.

 

그 유튜버는 짬뽕을 중심으로 맛 평가를 하고 식당의 대표요리를 보조 기준으로 삼더군요. 그래서 저라면 무슨 요리를 기준으로 잡을까 하고 고민을 해봤습니다. 아무래도 전통조리법을 지켜서 만든 특정 요리를 먹어본 경험이 많아야 할 터, 그렇다면 망설일 것 없이 ‘동파육’입니다.

 


'코로나 이전 시대'에 대만 여행을 자주 다녔습니다. 중국문화와 음식 관련한 여행으로 그만한 곳이 없다고 여겨서인데, 갈 때 마다 꼭 한 번씩 들르는 곳이 바로 국립고궁박물관입니다. 대개 관람객들은 특정 전시실에만 몰려있고 다른 곳은 한산한 경우가 많습니다.

 

붐비는 곳은 바로 공예품 전시실이고, 압권은 옥으로 조각한 배추, 상아를 투각한 구슬, 올리브 씨로 만든 조각배 그리고 동파육과 싱크로율 백프로인 육형석입니다. 이를 본 뒤에 박물관 부속건물의 중식당에서 동파육을 맛보는 것이 저만의 관람 루틴이지요.

 


요즘 방송가에 새롭게 스타로 뜬 교수 겸 중화요리사가 있습니다. 중국과 대만 구석구석을 다니며 여행 프로를 찍더니만, 최근엔 오토바이를 타고 전국일주를 하며 음식과 사람 사는 이야기를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로 풀어내 시청자들을 휘어잡았다지요?

 

중국 역사와 문화에도 정통한 배화여대 신계숙교수로부터 여러 번 식사초대를 받았는데 매번 빠지지 않았던 요리가 바로 동파육이었습니다.

 

소동파가 전한 동파육 조리법은 비계와 살이 절묘하게 물결을 이룬 삼겹살 선택부터 시작입니다.

 

반드시 껍데기가 붙어있어야 하고, 한 덩어리를 대략 70g 정도 썰어 끓는 물에 넣고 기름을 뺍니다. 두꺼운 자기로 된 솥이 가급적 좋고, 껍질을 아래로 향하게 둬야 한다는군요.

 

그리고 황주와 간장, 설탕, 생강, 팔각. 계피를 넣고 물을 넣습니다. 솥뚜껑을 덮고는 밀가루 반죽으로 뚜껑 주변을 봉하는데 대개 김이 빠져 나가는 작은 구멍은 그대로 남겨둬야겠지요.

 

그 다음이 중요한데, 충청도 출신 신교수 같은 ‘은근과 끈기’입니다.

 

‘약한 불로 뭉근하게!’가 바로 동파육의 핵심인 것이죠.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숫자인 ‘8’시간이 좋다는데, 손님은 음식 기다리다 지칠 것이고, 식당도 망하기 딱 좋은 시간입니다. 당연히 일반 중식당에서는 간편하고 빠른 조리법을 나름 갖고 있을 테지만, 주문한지 10~20분 이내에 나오는 곳이라면 ‘대략난감’입니다.

 


소동파는 북송 때의 문장가이자 정치가 그리고 창작요리사라 할 수 있습니다. 복어에 대한 예찬도 전해지지만, 애민정신으로 만든 동파육 그리고 창의적으로 빚은 술 이야기도 있습니다.

 

근자에 그의 서예작품 한 점이 국내에 전시되어 세간의 주목을 받았지만, 고려인들을 비하한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당시 그 나라 나름의 사정이 있어서 그랬겠지 하는 내재적 접근법으로 따진다면 이해 못할 것도 없지만요.

 


충청도에서 뒤차가 빵빵 거리면 하는 우스개가 있습니다. “급하면 어제 출발하지 그려!” 마찬가지로 제대로 된 동파육을 맛보려면 잘 아는 중식당 주인에게 하루 전에 주문해야 좋습니다.

 

 

 

 

사진: 배화여대 신계숙교수가 만든 동파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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