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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영 작가의 오늘 뭐 먹지_자하젓 오일 파스타, 감칠맛을 올리고 비린내는 날려버린 한국형 파스타 2020.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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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영 작가의 오늘 뭐 먹지

자하젓 오일 파스타, 감칠맛을 올리고 비린내는 날려버린 한국형 파스타

 

 

해산물을 발효하고 숙성시킨 젓갈 가운데 감칠맛 대장은 자하젓을 꼽는다. 자하젓은 세하(細蝦), 갓난 아기의 손톱만큼 여리고 작은 바다 새우로 담는다.

청정지역에서만 서식하는 세하로 젓갈을 담으면 숙성되면서 투명하게 붉어지니 자하젓 혹은 자하해(紫蝦醢)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새우는 강과 바다가 맞닿은 곳에서만 잡히며 어획 즉시 젓갈로 담아야 하기에 서천의 자하젓을 최고로 친다. 

 


자하젓의 새우 껍질은 조직이 연하다. 껍질과 내장, 살이 동시에 발효되고 숙성되니 우러나오는 감칠맛이 섬세하고도 진하다. 영양적 가치 또한 으뜸이어서 예로부터 임금님 수라상에 진상하는 음식이었다.

우선 천연 소화제 역할을 한다. 새우의 내장에서 나오는 프로테아제 (단백질 분해 효소)와 리파아제(지방분해 효소)가 풍부히 담겨 있다. 돼지고기 수육을 먹을 때나 족발, 삼겹살을 먹을 때 새우젓을 곁들이면 소화가 잘되는 것이 이 때문이다.

이 밖에도 발효 과정에서 생성되는 베타인 (bataine) 성분은 위액의 산도를 조절하여 위염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새우의 살점은 저분자 아미노산으로 분해되는데 먹었을 때 체내 흡수율과 이용율이 높다.

새우 껍질은 발효 숙성되면서 자체에서 함유한 효소로 인해 키틴과 키토산이 키틴올리고당 이라는 성분으로 변한다. 키틴 올리고당은 면역에 관여하는 대식세포를 활성화 시켜 면역 체계를 끌어올린다. 새우젓에 함유된 키틴 올리고당을 추출하여 암의 전이를 억제하는 연구도 제약업계에서 진행 중이다. 

 


이런 효용을 모르더라도 자하젓 오일 파스타는 한끼로 너무 맛있는 요리였다. 싱그러운 올리브오일에 자하젓을 배합하여 특제 소스를 만들어 냈다.

엔초비 알리오 올리오에서 응용을 했다 하는데 훨씬 더 고소하고 깔끔한 맛이었다. 특히 은은한 단맛이 감도는 애호박과의 궁합이 좋았으며 마늘과 어우러져 풍미가 화사하게 퍼졌다. 엔초비 파스타에서 감칠맛은 올리고 비린 맛은 지워 버린 한국형 파스타라고 할까. 탄력 있게 삶아진 링귀니 면이 소스의 향미를 치밀하게 담아 입안에서 소용돌이 쳤다.

후루룩 한입 먹으면 바다향이 밀려오고 다시 면을 돌돌 말아 한입 먹으면 할머니 장독대에서 꺼내온 구수한 맛이 가슴을 두드렸다. 자하젓이 밀가루의 소화를 도우니 먹고 나서도 속이 편안했다.

 

  
발효의 가치를 존중하는 레스토랑, 더젤은 레스토랑 건물 자체가 거대한 발효통이다. 와인 저장에 최적화 하기 위해 100년 이상 된 벽돌로 건물을 지었다.

레스토랑 자체가 숨 쉬는 황토방 같았다. 지하에서는 100년 이상 된 와인이 보관되고 있으며 1층은 와인샵으로 하우스와인에서부터 프리미엄급 와인, 네추럴 와인에 이르기 까지 다양하게 구입할 수 있다. 와인이나 음식을 선택할 때 레스토랑의 오너이자 와인 전문가 이제춘 대표의 추천을 받을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숨통을 트이게 하는 남산뷰는 선물이다. 통유리로 되어 있는 2층에는 남산 중턱에 앉아 식사를 하는 기분이 들었고 벽난로에 불이 지펴지며 따닥 따닥 장작이 타들어 가는 소리가 마음을 안정 시켰다. 


자하젓오일파스타를 비롯하여 더젤의 음식은 한국의 지역 식재료와 발효 문화를 재해석했다. 칡소 스테이크 메뉴도 그 중 하나이다. 이제춘 대표는 한국 발효 음식의 잠재력을 가장 높은 보물로 쳤다. 더젤은 과거에는 회원제로 운영되었지만 지금은 음식과 와인, 삶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편안하게 열려있다.   

 

 

 

 

 

임선영 음식작가· ‘셰프의 맛집’ 저자 nalge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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